관심 & 배움/三十六 計

27計 가치부전(假痴不癲)

淸山에 2009. 8. 28. 17:01

 

 
 
 

 
 

 
 
27計 가치부전(假痴不癲)

- 어리석은 척 하되 미치지는 마라!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에 가장 힘든 것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바보인척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중국 지식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중국어로는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하는데 ‘바보(糊塗)인척 하기는 정말 어려운(難))일이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원래 청(淸)나라에 문학가 중 8대 괴인(怪人)으로 알려진 정판교(鄭板橋)라는 사람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혼란한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면 화를 당할 것이기에 그저 바보인척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정판교의 인생철학이 담겨있는 메시지다.
 
중국인들은 왜 똑똑한 자신의 능력을 왜 감추려 하는 것일까?
왜 바보 같은 사람인양 꾸미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사는 중요한 처세 방법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자신의 본 모습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고도의 위장술일 수도 있고, 상대방을 안심시켜 좀 더 강한 공격의 효과를 기대하는 전술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무런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는 사람은 이런 면에서 보면 고수(高手)가 아니다. 비록 순진함과 솔직함이 아름답다고 해도 ‘바보’의 인생철학에서 보면 하수(下手)들의 사는 방법인 이다.
 
가치부전(假痴不癲)이란 병법도 이와 유사한 생각을 담고 있다. 가(假)는 ‘가장하다’라는 뜻이고 치(痴)는 ‘어리석다’, 전(癲)은 ‘미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나를 어리석게 보이게는 하되, 그것이 오버해서 미친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나의 능력을 상대방에게 보이지는 않게 해야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상대방에게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된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에도 자신의 모습과 의도를 상대방에게 보이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상대방의 의도와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게 하고, 나의 의도나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한다
(形人而我無形).’
상대방의 의도는 거울을 보듯이 빤히 알고 있고 나의 의도는 상대방이 전혀 모를 때 나의 힘은 적보다 압도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의도와 실체를 적에게 노출시키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병법에서 말하는 시형법(示形法)이다.
 
시형법이란 상대방에게 내 모습을 자유자재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나를 상대방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내 의도대로 내 모습을 감출 수 있어야 한다.
 
‘매가 먹이를 채려고 할 때는 날개를 움츠리며 나직이 날고, 맹수가 다른 짐승을 노릴 때는 귀를 세워 엎드리고, 현명한 사람이 움직이려고 할 때는 어리석은 듯한 얼굴빛을 한다.’
 
병법서 육도(六韜)에 나오는 이야기다. 결정적인 찬스를 잡기 위해서는 의도를 겉으로 보이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정 똑똑한 사람은 상대방이 볼 때는 어리석은 사람 같다(大智若愚).’ 노자에서 강조하는 처세술이다.
 
때로는 안다고 다 말해서는 안 될 때가 있다.
때로는 똑똑하다고 해서 다 보여서는 안 될 때가 있다. 아무런 상황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모두 보여준다면 결국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충고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은 생존을 위해서 때로는 바보처럼 보여 상대방의 허(虛)를 찾아야 필요도 있다. 때로는 알고도 모르는 것처럼 하여 상대방을 안심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여 안심시키되, 지나쳐서 미친척 하여 의심을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가치부전(假痴不癲)의 병법은 고수들의 생존게임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할 고도의 이성적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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