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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산토스 100.
1911년부터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시작된 산토스는 등장과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둔다. 모서리를 살짝 둥글린 정사각형에 가까운 케이스는 당시 대부분이었던 원형 케이스의 시계들과는 확실히 달랐고, 베젤에 8개의 스크루(못)를 연상시키는 디테일을 추가한 점도 유니크했다. 시계 케이스(러그 안쪽)에 스트랩을 찰싹 밀착시켜 시계와 스트랩을 유기적으로 하나의 형태로 제작한 것도, 크라운 테두리에 울퉁불퉁한 요철을 만들어 시간 조정시나 태엽을 감을 때 편리하게 만든 점도, 크라운 중앙에 사파이어를 카보숑 세팅한 것도 그 전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까르띠에만의 새로운 디자인적 성취였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사각케이스 디자인
산토스는 최초의 손목시계라는 역사적인 타이틀 뿐 아니라, 초기 항공산업의 위대한 개척자였던 산토스뒤몽과 얽힌 흥미로운 배경 덕분에 태생적으로 아이코닉한 시계의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산토스를 두고 파일럿 워치의 원조라고 칭하기도 한다.
초창기 산토스 시계에는 까르띠에 자체 제작의 무브먼트가 아닌, 르쿨트르(현 예거 르쿨트르의 전신)사의 원형 칼리버를 주로 탑재했다. 이어 피아제나 ETA사에서 무브먼트를 공급받아 수정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2010년에는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을 통해 100% 자사 설계, 제작한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인 9611MC를 탑재한 산토스뒤몽 스켈레톤과 같은 시계들도 선보이고 있다. 산토스 컬렉션은 현재 산토스 드 까르띠에라고 불리며, 오리지널 이름 그대로를 물려받은 산토스뒤몽 외에도, 스틸이나 콤비 브레이슬릿으로 선택 가능한 스포티한 인상의 산토스 갈베와 지난 2004년 산토스 시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산토스 100까지 각각 세분화된 디자인과 기능, 소재의 시계들로 출시되고 있다.
후에 다루게 될 탱크(Tank)와 더불어 산토스는 까르띠에 아카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계이다. 각각의 미적인 완성도나 기능적 성취와는 별개로, 두 컬렉션 모두 100여년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세계인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이 특별하다.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시계만 전문적으로 제작해온 스위스 유수의 명가들 중에도 까르띠에만큼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세대를 이어 확실하게 각인된 전통 깊은 컬렉션을 갖춘 브랜드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만큼 까르띠에가 고급 주얼리 브랜드로서뿐 아니라 워치메이커로서도 확고부동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다.
장세훈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