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는 있어도 패배는 없다 [ 1
]
명문 부대의 조건
현재 대한민국 육군에는 수많은 전술 단위 부대가 있는데, 그 중 야전 전력의 핵심인 사단만 하더라도 수 십 여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예외
없이 모든 장병들은 자신이 속한 부대에 대한 자긍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평시에 부대 관리가 잘되고 대민 봉사 같은 부수적 활동에 뛰어난 성과를
보였더라도 참전 경험보다 부대의 위상을 뚜렷이 나타낼 수 있는 지표는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 대한민국의 부대 모두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 된 자료인데 이중 몇몇 부대는 해체 되었습니다) ]
따라서 참전 경험은 상당한 자부심이자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편제된 수
십 여개의 사단 중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사단은 모두 18개뿐이고, 나머지는 종전 후 국군의 전력 확충 시기에 단계적으로 창설된 부대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18개 참전 부대들 중에서도 전쟁 과정에서도 가장 격정적이던 1950년 6월부터 1951년 6월
사이에 활약한 부대는 총 10개 사단밖에 되지 않습니다.
[ 국군의 모태가 된 국방경비대 ]
창설 순으로 살펴보면 제1, 2, 3, 5, 6, 7, 8, 수도, 11, 9사단인데, 이를 좀 더 좁혀본다면 전쟁 발발 후에 창설된
제9, 11사단을 제외한 8개 사단은 전쟁을 처음부터 겪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부대들로 그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육군 역사에서 가장 전통이 있고 전과가 훌륭한 부대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이들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 8개 사단 중에서 국군 최고의 명문 부대를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명문 중 하나인 청성부대의 압록강 도착 재현 행사) ]
그러나 단지 참전하였다고 무조건 훌륭한 부대로 정의하기도 곤란한 점은 있습니다. 어쩌면 참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면 당연히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북괴군 제12사단처럼 전사에 길이 남을만한 굵직한 패배만 잔뜩 기록한
부대라면 단지 역사가 길고 참전 경험이 있다고 명문 부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 군대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사실 국군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 역사가 길더라도 패배만 기록하였다면 명문 부대가 되기는 힘듭니다 ]
각개 부대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빛나는 승리를 얻은 경우도 있지만 민망한 패패를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개중에는 부대가 해체되거나 해체될
수도 있는 참담한 치욕을 겪는 경우도 흔하였습니다. 개전 후 1년 동안 서울의 주인이 4번이나 바뀌었을 만큼 널뛰기 같았던 한국전쟁은 피아간에
승리와 패배가 수없이 교차 반복되었습니다. 따라서 전쟁에 참전한 모든 부대들은 필연적으로 승리와 패배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워낙 전황이 널뛰어 한국전쟁에서 대부분의 부대들은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였습니다
]
승리는 부대가 반드시 달성해야할 절대적 과업이지만 그렇다고 패배가 무조건 창피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아닙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이 불세출의 신화가 된 것은 불과 13척의 판옥선으로 10배가 많은 133척의 왜군 함대를 격멸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이야기하자면 전투이전에 너무 많은 격차가 있어서 설령 조선 수군이 패했다하더라도 창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설령 명량해전에서 패하였어도 창피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패배는 불가항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 패배도 어쩔 수 없고,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전사에는 비일비재합니다. 그렇다면 순위를 정의하는 것 같이
부대를 구분하는 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고 그것이 어떠한 의의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부대를 평가하여 명문 사단을 고른다면 지난
역사에서 승리를 많이 한 반면 패배를 적게 당한 부대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고 타당한
방법이라 할 것입니다.
[ 한국전쟁에서 최고의 전과를 올린 명문 전진부대 ]
그런 점에서 생각할 때 한국전쟁사 전체를 통틀어 국군
제1사단만큼 꾸준한 전과를 올린 부대를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1사단의 강점은 호랑이 같은
강인함보다 진돗개 같은 꾸준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복 없는 꾸준함이 한국전쟁처럼 기복이 심했던 혼란기에 오히려 빛을 발하였습니다.
앞으로 그 자체가 한국전쟁사이기도 한 전진부대의 참전사를 통해
현대사의 극적이었던 시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