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관심 세상史

영국 10대 갑부 중 9명은 외국인이라는데...

淸山에 2013. 5. 31. 12:46
<

 

 

 

 

 

[주간조선]

영국 10대 갑부 중 9명은 외국인이라는데...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재산 5억6000만파운드로 영국 부호 156위를 차지했다./KT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재산 5억6000만파운드로 영국 부호 156위를 차지했다./KT   

 


영국 10대 갑부 중 9명이 외국인이고 부호 중에는 자수성가형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1989년부터 매년 영국 부호의 순위를 매겨온 영국 신문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2013년 영국 부호 순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상위 100명 중 무려 39명이 외국 출신이다. 특히 10대 부호 중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외국 출신이다.

 

특히 1위와 2위, 5위 등 세 명은 구 소련 출신이고, 3, 4위는 인도 출신이다. 1위인 알리셔 우스마노프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광산과 투자를 통해 133억파운드(약22조6233억원)의 부를 쌓았다. 현재 러시아 제일의 휴대전화 사업자이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축구팀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2위는 렌 블라바트닉으로 러시아인이며 투자·음악·미디어 회사를 통해 110억파운드(약18조7110억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3위는 인도인 금융재벌 힌두자 형제(106억파운드)이고, 4위는 철강재벌 락시미 미탈 가문이다. 미탈은 지난해까지 8년간 1등을 내리 하다가 철강업이 극심한 불경기를 겪으면서 올해에는 자산 총액 100억파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박지성의 소속팀 퀸스파크레인저스(QPR) 구단의 대주주다.

 

5위는 영국 프리미어 축구 클럽인 첼시 구단주이자 러시아 출신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93억파운드), 6위는 노르웨이 출신 존 프레드릭슨 가족(88억파운드), 7위는 유대인 부동산 부호 루이벤 형제(82억파운드), 9위는 이탈리아계 스위스인 어네스토 베르타렐리 부부(74억파운드), 10위는 하이네켄 맥주로 유명한 네덜란드 카발호 부부(70억파운드)다. 올해 영국 부호 10위권에 영국 태생은 8위를 기록한 부동산 부호 웨스트민스터 공작 한 명뿐이다. 웨스트민스터 공작 가문은 1677년부터 부동산 부호였다.

 

이렇게 보면 이제 영국은 명실공히 다국적 국가가 된 셈이다. 영국은 세계 부호들의 선호 국가가 되어 다양한 국적의 부호들이 런던에 몰려와 살고 있고, 이로 인해 런던의 고급 호화 주택은 세계적인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들이 영국에 와 살면서 세금을 내는 이유는 영국 정부가 친기업과 친부호 환경을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국의 소득세 상한은 40%이고 법인세는 21%로 유럽 국가 중 매우 낮다. 세계 부호들의 영국 이주는 대세인 듯하다. 재산 42억파운드의 이스라엘 최고 부호 이단 오페르가 영국으로 이주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러시아 제일의 휴대전화 사업자 알리셔 우스마노프./연합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러시아 제일의 휴대전화 사업자 알리셔 우스마노프./연합   


올해 상위 100명에 든 영국 출신 61명 중 41명은 자수성가한 경우고, 20명만 유산 상속자다. 자수성가형 41명 중 순수 영국인은 과반이 안 된다. 이렇게 외국인 그리고 자수성가형이 영국 유산상속 부호보다 많아진 현상은 부의 대물림에 반대하는 ‘신노동당(New Labour)’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정권을 잡은 1997년 이전에 이미 나타났다.

 

1997년 통계를 보면 상위 500명 중 155명(31%)만 유산 상속자였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지금 영국 인기 TV 프로그램 ‘아프렌티스’의 사회자인 인도 출신 알란 마이클 슈가가 당시 쟁쟁한 유산 상속자들을 제치고 4억3200만파운드로 15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당시로서는 귀한 자수성가형 부호였다. 그는 올해 25년 동안 재산을 2배밖에 못 늘려 98위로 겨우 100위 안에 턱걸이했다.

 

아직 여성들의 부 창출 기회는 적은 듯하다. 1989년에는 상위 100위 중 3명의 자수성가 여성 부호가 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안경체인 스펙세이버의 메리 퍼킨스, 친자연환경 화장품 보디숍의 아니타 로딕, 역사상 가장 영국적인 패션 디자이너라 불리는 로라 에슐리 패션의 로라 에슐리가 그들이다. 그나마 올해에는 메리 퍼킨스만이 97위로 100위 안에 살아남았다. 자수성가형 여성 부호로는 해리포터 소설의 조앤 롤링이 5억6000만파운드로 156위를 지키고 있다.

 

여성 부호의 수 자체는 늘었다. 1989년 첫 조사 때 100위 안에 든 여성은 오로지 엘리자베스 2세 여왕뿐이었다. 올해는 9명이 이름을 올렸다. 118명의 여성이 1000명 안에 들었고 그들의 부의 총액은 553억파운드다. 그러나 이 118명 중 본인 손으로 부를 이룬 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배우, 가수, 스포츠 스타 등 대중 인기인이 아니면 거의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남편과 재산을 공유해 명단에 올랐든지, 유산 상속이나 이혼을 해서 재산을 받았든지 한 경우다. 118명 중에는 15명의 유상상속, 5명의 이혼녀가 있다. 이혼녀 5명 중 4명이 동유럽 모델 출신인 것도 흥미롭다.


영화계도 수입이 좋은 듯하다. 캐서린 제타 존스+남편 마이클 더글라스, 귀네스 팰트로+가수 남편 크리스 마틴, 헬레나 본함 카터+영화 감독 팀 버튼 커플이 공동재산으로 올라 있다. 우마 서먼도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 부호 1위를 차지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연합

 스포츠 부호 1위를 차지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연합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1989년 첫 조사에서는 52억파운드로 1위였으나 올해는 개인 재산 3억2000만파운드로 여성 부호 순위 33위, 전체 순위로는 268위를 기록했다. 여왕은 올해(2013년) 국가로부터 품위 유지비 3610만파운드를 받는다. 이 돈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재산이었던, 73억파운드 규모의 국가 소유로 등록된 왕실재산(Crown Estate)에서 나오는 수입에서 받는 금액이다.

 

여왕은 1993년 기준이 바뀔 때까지 계속 1위였다. 그녀의 이름으로 계산하던 왕실 재산이 국가 소유로 바뀌자 확 떨어진 것이다. 만일 왕실 재산 78억파운드와 개인 재산 3억2000만파운드를 합치면 여왕의 순위는 8위로 껑충 올라간다. 그래도 이제는 1등이 아니다.

 

1998년도 그랬지만 2013년 통계도 영국의 부 창출은 역시 전통적인 부동산, 토지, 건설에 있음을 말해준다. 제조업은 2위였는데 2005년부터 제조업 부호가 금융 부호들에게 2위 자리를 물려주기 시작했다. 부호 1000위 중 제조업 부호는 2004년 120명에서 이듬해에 107명으로 줄어들었다. 금융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숫자가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올라와 194명이나 된다. 제조업도 다시 숫자가 늘어 195명이 1000명 안에 들었다. 여전히 건축, 부동산, 토지 등이 10명이 늘어 222명이다. 아직도 영국에는 미국형의 IT(정보기술) 부호는 드물다.

 

대다수 영국인은 자신의 계급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계급 상승을 노리지도 않는다. 많은 외국인이 이해 못 하는 바가 그것이지만 영국인은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상류계급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노력해도 되지 않으니까 애써 계급을 바꾸고자 애타하지도 않는다. 부가 신분의 상승을 의미하지도 않았으므로 계급의 상승을 할 방법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선데이타임스의 부호 순위 변화를 보면 이런 영국인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쌓고 그 부를 이용해 사회적인 존경을 얻어 지위 상승이 가능해지고 있다.

 

개인적 성취가 제일 큰 영역은 스포츠다. 영국 스포츠 부호 1위는,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재산 1억6500만파운드로 전체 387위 세계 축구의 영원한 아이돌 데이비드 베컴이다. 20위 안에 든 축구선수로는 베컴, 웨인 루니(15위), 리오 퍼디난드(18위) 등 4명이고, 럭비 4명, 모터레이싱 10명, 복싱 1명, 농구 1명, 승마 1명이다.

 

영국 전체 스포츠 부호 100명의 전재산은 32억2500만파운드다.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스포츠 종목은 역시 축구로 49명이고, 골프 12명, 모터스포츠 12명, 럭비 8명, 복싱 5명, 경마 5명, 농구 3명, 크리켓 2명, 테니스 2명, 육상 1명, 승마 1명 등이다. 가장 논란의 여지가 없이 완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부의 상징이다. 이제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부를 쌓는 이들은 연예계 스타들과 함께 영국의 새로운 상류층을 이뤄갈 신귀족들이다.


 
 

[주간조선] 영국 10대 갑부 중 9명은 외국인이라는데...   

 



	[주간조선] 영국 10대 갑부 중 9명은 외국인이라는데...

 

선데이타임스는 부호 순위를 통해 발견한 몇 가지 흥미로운 결론을 내렸다.

△영국 부자들의 다수는 이제 더 이상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않는다.

 △역시 건축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이 부의 원천이다.

△영국은 이제 산업사회에서 서비스사회로 넘어갔다.

△돈 있는 사람도 영향력과 권력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창업주가 은퇴하면 회사가 위험하다.

 흥미로운 결론이다. 아무리 영국의 고상한 중산층이 부정해도 영국의 계급사회 철옹성에 금은 이미 가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