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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일교포 80%의 거대조직…조총련이 몰락한 이유

淸山에 2013. 5. 30. 14:25

 

 

 

 

 

북녘에 보내는 편지

한때 재일교포 80%의 거대조직…조총련이 몰락한 이유

 (33)
by 주성하기자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25일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총련 창립 5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제 2년 더 있으면 총련은 환갑을 맞게 되는데, 지금 급속히 망해가는 총련이 2년 뒤엔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오늘은 몰락하는 총련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려 합니다.

 

 

 

한때 북한에서 재포들을 매우 선망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일본 친척들이 돈을 보내오니 외화상점들 들락거리면서 북한 사람들이 부러움을 한껏 받았습니다.

 

비록 출신성분이 걸려 노동당 보위부 안전부 이런 곳에서 간부가 될 순 없었지만 그래도 간혹 잘 된 사람은 있었죠. 재포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은 아마 김정은의 모친인 고영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정은도 결국 재포 아들입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점점 재포들이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일본 친척들이 하나 둘 죽고, 얼굴도 보지 못한 친척들은 도와줄 생각도 안하지 하니 돈줄이 끊겨 가난하게 사는 재포들이 늘어난 겁니다. 친척도 보고 살아야 친척이죠.

 

대신 개혁개방으로 중국이 잘 살게 되면서 중국 국적을 가지고 두 나라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장사를 하는 화교들이 엄청 뜨게 됐습니다.

 

화교 중 일부는 탈북자로 정체를 숨기고 서울에 들어와 합법적으로 국적으로 따고 정착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있는 화교가 대략 한 20명 정도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북한하고 정보망이 얼마나 잘 돼 있는지, 저번에 탈북자로 가장한 화교 중 한명이 북한 보위부에 정보 빼돌린 혐의로 체포됐는데, 바로 다음날 회령과 청진 화교 사회에 소문이 퍼져서 한국 가서 탈북자로 위장하고 숨어사는 친척들이 체포돼 쫓겨 오지 않나 걱정하고 있더랍니다.

 

하지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한국의 국정원은 북한 보위부와는 달리 매우 인자하고 너그러워서 아무리 여기서 화교라 신고해도 한번 인정해준 탈북자 자격을 쉽게 박탈하지 않더군요.

 

현대 사회는 돈을 벌려면 정보와 이동이 매우 중요한데 화교들은 그것을 갖췄고, 재포들은 그걸 잃었습니다. 왔다 갔다 하기도 어렵고, 예전엔 중고 자전거 같은 일제 물품을 가져다 팔기도 했는데 북일간 교역이 중단되면서 장사도 힘들게 됐습니다.

 

또 북한은 총련 친척들이 북에 들어오는 것도 장사 하듯이 돈을 주는 사람 위주로 가려서 받기 시작했습니다. 4.15 명절 축하단에 뽑혀 북한을 방문하려 하면 500만~1000만 엔 정도, 즉 5만 내지 10만 달러를 북에 찔러 줘야 합니다.

 

이런 총련이 북에 얼마나 고마운 돈줄이겠습니까. 1980년대에 돈을 뽑아내는 것이 극성에 달해서 1억 엔 이상 기부한 총련 인사에게 금상을 주고 북한의 도로나 병원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안상택 거리, 김만유 병원 뭐 이런 것들인데 이런 기부자들 중엔 물론 조국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돈을 낸 사람도 있겠지만, 북에 있는 가족을 잘 돌봐달라고 어쩔 수없이 낸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뭐 아예 없어졌지만요.

 

간혹 북한이 장학금이라며 총련 학교들에 1억 엔 정도 보낼 때가 있습니다. 사랑의 장학금이라며 온갖 생색을 다 내지만 사실 총련에서 뽑아먹은 돈은 그보다 수십 배는 더 많습니다.

 

총련이 옛날만 해도 힘이 있었습니다. 1960~70년대가 전성기였는데 이때는 ‘군대와 경찰 빼고는 다 갖춘 소왕국’으로도 불렸습니다. 중앙본부와 지방본부 지부 등 일본 전역에 조직을 갖추었고 은행 보험 무역회사를 운영했고 학교와 언론출판 기관도 거느렸습니다.

 

특히 총련은 교육사업에 주력했는데 지금도 일본 전역에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70여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학교가 5곳뿐임을 감안할 때 대단한 숫자지요. 지방에 사는 재일교포들은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총련이 운영하는 조선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총련이 완전히 망하고 있습니다. 한때 총련은 일본 재일교포의 80%에 해당하는 43만 명이 가입돼 있는 거대 조직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총련 소속 인원은 9만 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한국을 지지하는 민단 숫자는 40만 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달 20~30명의 총련 사람들이 국적을 조선 국적에서 한국 국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들이 왜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냐 하면 제도가 잘못돼 사람들이 굶어죽는데, 3대 세습이나 하고 있는 북한에 엄청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총련이 망하는 대표적 사례가 3월 말에 도쿄 중심부에 있던 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가 빚을 못 갚아서 경매에 넘어간 것입니다.

 

그 건물 옛날에 시대란 잡지에 단골로 사진이 나오고, 북한 사람 중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627억 엔 그러니까 6억5000만 달러 정도의 천문학적 빚을 갚지 못해서 총련 상징이던 건물까지 팔았습니다.

 

소속 회원들이 북에 등을 돌려 총련이 거지가 됐는데 북에서 계속 자금 보내라고 하니 망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총련이 망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도 지금 총련처럼 망해가고 있죠.

 

그나마 아직 총련에 남은 사람들은 북에 가족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인질이 된 사람들입니다.

 

북한은 가뜩이나 친척에게서 지원이 끊어진 불쌍한 북한 재포들을 아직도 출신성분 운운하며 차별하지 말고 좀 당일꾼도 시켜주고 그랬으면 합니다. 아니, 재포 아들인 김정은은 총비서가 됐는데, 다른 재포들은 출신성분 나쁘다 간부 안 시켜주면 억울하지 않습니까.

 

총련 출신들이 북에선 성공 못하는데, 오히려 남쪽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명이 여러분도 아시는 전 북한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 정대세인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5월 25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