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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녀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 두 명의 정체

淸山에 2013. 5. 3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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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onga.com/milhoon/archives/1800

이정훈 기자의 안보마당 블로그에서

 

 

국정원녀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 두 명의 정체

 


 

민주통합당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민주통합당 당직자들과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끈질기게 이어져 가고 있다. ‘뒤끝이 구만리’라는 말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형국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여직원 사건과 원세훈 전 원장 사건은 관련이 없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 줄기에서 터져 나온 측면이 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왜 국정원은 정권 교체기마다 바람을 타는 것일까. 여직원 사건에서 우리가 간과한 것은 이 사건이 어떻게 해서 터져 나왔느냐는 점이다. 여직원 사건의 실체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므로 이 사건이 터져 나온 과정을 추적해보기로 한다. 이러한 추적은 원세훈 전 원장 사건을 이해하고 국정원의 심각한 문제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직원 사건 이면에는 전직 국정원 직원 두 명이 연루돼 있다. 여직원 사건이 일어날 당시 김○○씨는 전직 국정원 직원이었고 정△△씨는 현직 국정원 직원이었다. 여기에서는 정리하기 쉽게 김씨는 전직, 정씨는 현직으로 묘사해 설명을 해나가기로 한다.

 

 
국정원 직원들은 일정한 기간 내에 진급하지 못하면 계급 정년에 걸려 조직을 떠나야 한다. 김씨는 4급으로 진급할 땐 선두였다고 하는데 4급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지 진급을 하지 못해 2009년 계급정년으로 국정원을 퇴직했다. 그리고 2012년 4월에 치러진 19대 총선에 출마하려고 했다. 호남 출신인 그는 민주당에 들어갔다. 그러나 출마지는 고향이 아닌 경기 시흥갑을 선택했다.

 

 
당시 시흥갑의 현역 의원은 민주당의 백원우 의원이었다. 그는 민주당 시흥갑 후보를 놓고 백원우 의원과 경쟁했으나 패했다. 시흥갑의 민주당 후보로 공천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를 꺽은 백원우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함진규 후보에 패해 다시 금배지를 다는데 실패했다.

 

 
19대 총선에 이어 바로 18대 대통령 선거(2012년 12월 말)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자 그는 국정원 후배인 정씨와 접촉했다. 정씨 역시 계급정년에 걸려 국정원을 떠날 처지의 사람이었다. 그는 정씨에게 국정원이 18대 대선에 관여하는 것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하여 정씨가 주목한 것이 심리정보국이었다.

 

 
심리정보국에는 사이버팀이 있는데, 이 팀은 북한의 사이버심리전에 대응하는 일을 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등 몇 개 사이트를 해외에서 운영한다. 국내 포탈은 이러한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포탈은 연결이 된다. 북한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 일부는 해외 포탈을 통해서 우리민족끼리 등에 접속한 후 그곳에 떠 있는 글을 긁어와 국내의 좌파 성향 ◇◇ 사이트에 띄워놓는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한 ‘광(狂)클’이 일어나면서 많은 추전을 받아, 이 글이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국내 포탈에 올라가게 된다. 이것이 북한 글이 한국 포탈에 올라오는 일반적인 과정이기에 사이버 팀은 북한 사이트에서 긁어온 글이 떠 있는 국내 사이트에 들어가 이 글이 많은 추전을 받지 않도록 ‘썰전(戰)’을 벌인다. 북한 사이트의 글은 대부분 여당과 여당의 박근혜 후보를 비방하는 것이 많으니 자연 사이버 팀은 그 반대 논리를 북한 글을 띄워 놓은 국내 ◇◇사이트에 띄우게 되었다.

 

 
국정원은 이것을 사이버팀의 고유 임무로 보았는데,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찾던 정씨는 이를 박근혜 후보 당선을 돕는 행위로 보았다. 그는 사이버팀 직원을 관찰하다 막내 격인 여직원에 주목했다. 국정원에는 차단의 원칙이 있어 자기 부서가 아니면 사람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느날 그는 퇴근하는 이 여직원 차를 자기 차로 따라 나가면서 차 번호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김씨에게 휴대폰으로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김씨는 본격적으로 이 여직원을 미행해 여직원이 오피스텔로 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 대해 민주당의 박영선 공동선대본부장은 일주일 정도 그 오피스텔에서 잠복근무를 했다고 여직원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2012년 12월 12일).

 

 
민주당은 미행과 감시로 여직원 오피스텔을 알아냈지만 여직원이 있는 호실은 알지 못했다. 때문에 고의로 오피스텔에 주차된 여직원 차를 받아 사고를 낸 뒤 여직원이 내려오게 함으로써 호실을 알아내 그곳이 국정원이 18대 대선에 개입한 아지트라고 주장해 여직원 사건을 세상에 터져 나오게 했다(12월 11일). 그러나 결론부터 밝히면 그 오피스텔은 그 여직원의 숙소였다. 여직원은 서울 도봉구가 본가라 너무 멀어서 퇴직한 부친이 사둔 오피스텔(강남)에서 국정원으로 출퇴근을 해왔었다.

 

 
이로써 여직원 사건이 이슈가 돼 서울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수사를 하게 됐다. 권 과장은 이 오피스텔이 국정원이 18대 대선 비밀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여직원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는 사이 국정원에서는 어떻게 해서 여직원 숙소에 민주당원들이 들이닥쳤는지 조사를 하다 현직 요원인 정씨와 전직 요원인 김씨가 관여한 것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내부 CCTV 분석을 통해 퇴근하는 여직원 차량 뒤를 따라가는 정씨 차량을 찍은 사진을 확보하고, 정씨와 김씨가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현역인 정씨를 파면하려고 했다.

 

 
그때 정씨가 국정원 내부통신망에서 상당량의 문서를 출력했다. 원세훈 당시 원장이 국내 문제를 놓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출력한 것이다.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4대강 사업 진위를 적극 홍보해야’, ‘세종시 반대하는 좌파 단체에는 정공법으로 대응해야’는 등의 제목을 단 문건인데, 이는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이었다.

 

 
그는 이 문건을 민주당에 제공해 3월 18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하며 원세훈 전 원장을 정치 관여 협의로 검찰에 고발하게 되었다. 국정원은 이 문건이 유출된 후인 2월 20일 정씨를 정식으로 파면하는 조치를 취하고 정씨와 전직인 김씨를 국정원법과 국정원 직원법에서 금하고 있는 기물누설과 정치 관여 금지를 어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게 되었다. 이것이 여직원 사건 이면에 있는 또 다른 사건인데, 이 사건들은 전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으로 넘어가 있다.

 

 
특별수사팀은 권은희 과장이 송치한 여직원 사건, 국정원이 고소한 전현직 직원의 기밀 누설과 정치 관여 사건, 민주당이 고발한 원세훈 전 원장의 정치 관여 사건을 모두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보는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각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서 강조되는 부분이 다르게 되었다.

 

 

 
국가정보원

 

이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국정원장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직원들에게 언급한 부분이다. 왜 국정원은 국내 문제에 관여하는가. 그리고 전현직 직원이 정당에 자료를 갖다 준 것도 심각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니 우리 국정원을 정치 격변기 때마다 몸살을 앓게 된다. 국정원은 거급해서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이다. 국정원을 정치의 시녀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그 이면에 있는 두 사건, 그리고 국정원을 정치의 시녀에서 구출해내, 북한을 담당하며 통일을 이뤄가는 기관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신동아 6월호가 정색을 하고 추적 분석했다. 부끄러운 국정원의 현실과 바람직한 국정원을 만드는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신동아 6월호를 일독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