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200여만년 전의 새로운 인류 화석이 발견돼 당시 아프리카에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 외에도 최소 세 종의 인류가 공존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생인류가 원숭이에서 영장류 단계를 거쳐 일직선으로 진화했다는 일반적 인식을 뒤집는 것이다. 쿠비포라연구단은 지난 2007~2009년 사이 케냐 투르카나 호수 동쪽 지역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케냐에서 새로 발견된 인류 화석 |AP연합뉴스
연구진은 투르카나 호수 부근 능선지대인 쿠비 포라에서 약 178만~195만년 전 인류의 얼굴과 치아가 붙어 있는 턱뼈 2개 등 총 3개의 화석을 발견했다. 이들 화석은 1972년 이번 발견장소로부터 약 10㎞ 거리에서 발견됐던 두개골이 호모 에렉투스가 아닌 ‘호모 루돌펜시스’로 명명된 새로운 종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발견 당시 다른 종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이 초기 인류의 두개골은 비교적 큰 뇌와 길고 넓적한 얼굴 등 다른 인류종과는 달랐다. 이번에 새로운 화석 3개가 한꺼번에 발견되면서 당시 발견된 화석이 다른 인류 종들과 공존했던 별개의 인류 종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갖게 됐다.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는 약 180만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만 알려져 있었다. 호모 에렉투스는 작은 머리와 튀어나온 이마를 가지고 있으며, 직립보행을 한다. 하지만 50여년전 이보다 더 오래되고 원시적인 호모 하빌리스가 발견되면서, 이들이 호모 에렉투스와 공존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현생 인류가 원숭이로부터 일직선으로 진화했다는 가설 대신에, 다양한 초기 종으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연구진의 루이즈 리키 박사는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진화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놀라운 적응과 놀라운 종들이 생겼고 우리는 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