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이 사냥을 하기 위해 낮은 자세로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1월 초 경기 파주 임진강. 대지는 흰 눈으로 덮이고 강물은 얼어붙어 멈추었다. 혹독한 한파로 삶이 고달프기는 동물도 마찬가지. 기러기 등 물새들은 먹이를 찾아 눈이 녹아가는 양지바른 강가로 올라간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그 곳에는 포식자 삵(살쾡이)이 숨어 기다리고 있다.
농수로에 앉아 있던 삵이 카메라맨과 마주치자 맹수의 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삵은 귀여워 보이지만 눈동자만큼은 포식자답게 이글거린다.
삵은 귀여워 보이지만 눈동자만큼은 포식자답게 이글거린다.
삵은 고양이과 동물로 외모는 고양이와 흡사하다. 몸이 잽싸고 나무를 잘 타는 것도 유사한 대목. 하지만 고양이보다 몸피가 더 크고 헤엄도 잘 친다. 그만큼 사냥 대상도 더 크다. 다람쥐도 잡지만 꿩이나 물고기, 닭도 사냥한다.
삵은 인내심이 뛰어나고 치밀한 사냥꾼이다. 종종걸음으로 이동을 하고,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멀리 뛰는 법이 없다. 사냥할 때는 아주 천천히 척추를 길게 폈다 움츠렸다를 반복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나뭇가지와 수풀이 크게 흔들이지 않게 소리 없이 은밀하게 이동한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동굴 같은 은신처에서 잠을 자지만 낮에도 활동할 때가 있다. 은신처 주변 지리를 잘 알고 있으며 기다림의 사냥방법에 익숙해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쉽게 사냥을 한다.
삵은 앞뒤 모든 발을 일자로 해 나란히 걷는다.
삵은 카메라맨과 마주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여유롭다.
한국의 고양이과 맹수 가운데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삵의 운명은 희망적이지 않다. 야산과 습지 등에서 활동하지만, 4대강 사업과 같이 전국의 강과 야산 주변 등이 개발되고 먹이사슬 균형이 좁아져 갈수록 서식을 위협받고 있다. 삵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재흥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