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가 비행을 하고 있다.
3월 말 갯바람이 부는 강화도 바닷가 절벽에 위장텐트를 쳤다.
밤하늘의 지배자 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 둥지를 관찰하고 싶어서였다.
겨울이면 수리부엉이가 탄생하는 곳이다.
해안선 가로등불이 켜지면서 부엉이 울음이 들려왔다.
둥지 속 암컷은 귀를 쫑긋 세우고 맞은편 절벽을 바라보았다.
둥지에서 어린 수리부엉이도 어머니와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암컷의 시선이 닿은 곳에 수컷이 앉아 있다. 솜털로 덮인 새끼 3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암컷은 새끼들과 부리를 비비고 먹이를 먹여준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암컷이 두리번거리다 좌우 날개를 번갈아 펼치며 날아오른다.
수리부엉이 어린 녀석이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고 있다.
새끼들을 그냥 놔둔 채다. 둥지 속 새끼들은 영문을 모른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체온이 떨어져 죽을까봐 걱정이 된다. 반갑게도 암컷은 20여분 만에 돌아왔다.
새끼들을 가슴에 품은 채 몸을 좌우로 흔든다.
이방인이 나타나자 절벽의 주인 수리부엉이가 위협적이 비행을 한다.
밤 10시 20분, 암컷이 고개를 들고 어둠을 응시한다. 수컷이 날아든다.
사냥한 먹이를 암컷에게 전해준다. 암컷은 다시 먹이를 어린 것들에게 나눠 먹인다.
야행성인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 텃새 중 가장 크다.
양 날개를 펼치면 1m 60㎝ 정도 된다.
어린 수리부엉이는 알에서 깨어나 3개월간 둥지에서 자란 뒤 독립한다.
암컷이 둥지에서 포란중에는 수컷은 늘 맞은편 절벽에서 둥지을 지킨다.
이재흥<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