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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물떼새들이 썰물을 따라가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인천 송도 주변에는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잿빛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은 갯지렁이, 게, 조개, 해초류 등 먹이가 풍부해 새들에게 만찬장이 된다. 갯벌 매립지에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던 물새들은 썰물의 끝자락을 따라가며 드러나는 갯벌의 각종 먹이를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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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물떼새 한 쌍이 개발현장 주변에서 둥지를 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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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갯벌 매립지 방파제 위에서 검은머리물떼새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무리가 있다. 눈과 긴 부리가 붉고 매력적인 갯벌의 멋쟁이 천연기념물 제326호 검은머리물떼새다. 쌍쌍이 날아들어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한다. 먼 곳으로 떠난 바닷물이 다시 돌아와 갯벌을 덮기 전에 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물새들 먹이활동은 더욱 분주해진다. 갯벌 매립지의 중장비 굉음이 울리는 환경 속에서도 탄생의 계절을 맞아 검은머리물떼새는 좀처럼 떠나지 않고 개발현장 주변 자투리 땅 곳곳에 알을 낳고 번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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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에서 검은머리물떼새 암컷이 포란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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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갯벌에서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이처럼 불안한 땅에서 새 생명을 부화시키려는 검은머리물떼새들의 활동은 애절하다. 수컷은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 주변에서 함께하기도 하고, 암컷의 먹이활동을 위해 교대로 알을 품어주기도 한다. 둥지 주변에서 서성이며 포란 중인 암컷을 돌보는 수컷은 이방인이 나타나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이방인을 둥지로부터 먼 곳으로 유인한다. 한낮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가에 가서 적신 가슴팍의 물로 둥지 속 알을 축이고 알을 굴려준다. 어미의 지극한 마음이 애처롭게 보일 정도다.
이재흥<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