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자연 & 환경

개는 어떻게 인간의 친구가 되었는가?

淸山에 2012. 3. 21. 11:47

 

 
 
 
 
개는 어떻게 인간의 친구가 되었는가?
by 파워레인저on 3월 12, 2012in Dogs

 
 
이기주의자, 그 이름은 사람
 
 
 사람은 그들이 사는 아름다운 행성인 지구에서 자기 이득만 챙기는 이기주의적 동물로 악명 높다.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수많은 동물, 식물들을 멸종시켰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생물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사람은 다른 생명들을 위해 좀처럼 손해 보는 장사를 하려들지 않는다.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거래를 할 때에는 계산이 빠르다. 소, 돼지, 양, 닭에게 먹이, 물을 주고 비, 바람을 피할 좁은 집을 제공하고 늑대, 표범과 같은 포식자 위협으로부터도 녀석들을 보호해 준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수명 보다는 훨씬 짧은 보호기간이 끝나면 동물에게 빚을 갚으라고 윽박지른다. 가축이 자신들의 목숨을 끊어야만 내놓을 수 있는 고기, 가죽을 요구한다.
 
 
 
표범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사는 대형 고양이과 동물로 다 자라면 40~60kg에 이르며, 보통 15~20년 정도 산다. 고양이과 동물 중 유일하게 나무타기에 능하고 나무위에서 중력(重力)을 이용한 사냥에 능하다. 조선시대 호환(虎患) 중 상당수는 범이 아닌 표범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사진은 2012년 3월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람은 동물을 사랑해서 키우는 게 아니라 대가를 얻고자 사육한다. 소, 돼지 같은 동물들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가축은 일생동안 태양의 따스함, 흙의 부드러움을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산다. 매우 열악한 집에서 이동과 번식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단하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고단한 삶도 그들에게 사치일 뿐이다. 녀석들에게 허용된 삶은 자연수명의 10%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닭은 한 달 내외, 소는 2년 안팎의 짧은 생애를 미치고 사람들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들의 노예와 같은 운명은 가축 당대에 종식되지 않고 대대손손 이어진다. 슬프다 못해 가련한 운명이다.
 
 
 
 그런데 사람의 유일한 친구라고 하는 개들은 어떠한가?
 
 
 

 
개는 가축들과는 다른 삶을 산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 녀석들도 소, 돼지 같은 가축이며 재산이지만, 사람 세상에서 그 지위는 다른 동물과 비교하기 어렵다. 
 
 
 
개는 1만~4만 년 전 사람의 강요가 아닌 개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인해 인간 세계에 친구로 동참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소, 돼지는 7,000~9,000년 전 인간이 포획해 노예의 신분으로 사람 세상에 왔다. 개와 다른 가축은 이렇듯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개가 가축이 된 신석기 시대 때 사람은 채집, 수렵이라는 기존 생활 방식과 농경이 어우러진 생활을 했다. 사람과 접촉한 옛 개(현재 개들의 조상)들은 인간 집단에서 나오는 짐승의 뼈, 상한 고기 같은 쓰레기에 관심을 보인 것 같다. 패총(貝塚)과 같은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개의 조상들과 우리 조상들의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의 음식 쓰레기장을 출입하던 개들은 힘들게 사냥을 안 해도 굶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원인 등으로 개들은 인간 무리에 들어가서 살기로 결심한다.
 
 
 
개와 사람이 계약서를 쓰고 동거생활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개의 자발적 인간사회 합류는 사람으로서도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인간이 개에게 투입한 자본은 음식 쓰레기 정도에 불과했으나 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외부인 또는 맹수들로부터 인간 무리의 안녕을 지켜주는 경비원을 자임했다. 또한 개의 사냥 기량도 사람보다 더 뛰어나 훌륭한 사냥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인간과 개는 힘을 합쳐 멧돼지, 사슴 등과 같은 대형 우제류 사냥을 손쉽게 성공시키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살아가게 되었다.
 
 
 
개가 사람에게 준 혜택이 그뿐이 아니다. 신석기 혁명으로 식량 생산이 늘어나자, 잉여 곡물을 갉아먹는 쥐를 비롯한 설치류는 골칫거리였다. 이 때 개들은 사냥꾼의 본능을 활용하여 쥐 잡이 노릇도 충실하게 수행했다. 필자가 어릴 때 키우던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 ‘엔짱’은 정말 탁월한 쥐잡이개였다. 방에 있던 개가 갑자기 마당으로 뛰어나가면 어김없이 쥐를 잡아 놓곤 했다. 그 작은 요크셔 테리어의 피에도 여전히 사냥 본능은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개의 성공비결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개는 일하는 사역견이 아닌 애완견(pet dog)으로 거듭난다. 21세기 현대의 개는 주인이라고 스스로를 높게 부르는 인간을 위해 장난치거나, 애교부리는 게 하는 일의 전부가 됐다. 그래도 개는 밥을 굶지 않고 비만을 걱정할 정도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개가 애완동물이 된 것은 크게 두 갈래 요인 덕분이다. 하나는 개가 진화하면서 외모가 예뻐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리에 대한 개의 충성심이 남달라서다.
 
 
 
개는 개과 동물인 늑대나 자칼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어리고 귀엽게 보인다. 개는 나이가 들어도 다른 야생동물들에 비해 여전히 ‘어린 얼굴’을 계속 유지한다. 일종의 ‘동안화(童顔化) 전략’이라고 하겠다. 개는 늑대 새끼가 어릴 시절 성장을 멈춘 것 같은 귀여운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개과동물인 자칼과 개의 얼굴을 비교해보자. 개는 자칼보다 주둥이가 짧고, 머리가 크고, 얼굴이 둥글다. 이는 개가 자칼처럼 사냥할 필요가 없어서 생긴 변화라는 의견이 많다.
 
 
 
자칼은 개과동물로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서 주로 사는데 다자라면 7~14kg에 이르고, 보통 8~9년 정도 산다. 주로 소형 동물이나, 죽은 사체를 먹는 청소부 동물의 일종이다. 자칼은 생리적으로 개와 비슷한데 임신기간은 60~65일이며, 새끼는 3~5마리 정도 낳는다. 사진의 자칼은 가장 대중적인 검은등 자칼(Black backed Jackal)로 2012년 3월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대표적인 순둥이 개 골든 리트리버와 자칼의 얼굴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야생 개과동물과 개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진의 개는 몇 번 소개한 적인 있는 ‘먼지’다.
 
 
 
 
 
 
 사람 어른들은 자신과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들도 귀여워하고 좋아하는데, 이는 아이들의 외모가 어른보다 귀엽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보다 몸 대비 얼굴이 크다. 아이들은 얼굴 대비 눈이 큰 대신 팔, 다리는 짧다. 개도 늑대나 자칼에 비해서 그렇다.
 
 
 
인간도 동안을 희구한다. 사람이 염색하고, 보톡스 주사를 맞고, 운동하여 젊고 날씬하게 보이려는 것도 일종의 동안화 전략이다. 남녀 관계에서도 동안이거나 젊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인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개의 동안 전략은 생존에 매우 적합한 전술이었다고 평가 받을만하다. 
 
 
 
늑대의 후손 개
 
 
 
개는 늑대에서 갈라져 나온 동물이다. 최근에는 유전학 분석법이 발전하여 개와 늑대가 헤어진 시점을 밝히는 논문도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버트 웨인(Robert Wayne) 연구팀은 개의 미토콘트리아 DNA 배열과 늑대의 DNA 배열을 비교하여 개와 늑대가 분리된 시점을 13만 5000년 전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고증학적, 생물학적 연구 결과 인간은 늑대 무리에서 유전적으로 분리된 야생 개 집단과 1만~4만 년 전 조우(遭遇)하여 이들을 친구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웨인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인간이 늑대 집단에서 새끼를 받아 이를 개로 개량시켜 오늘날의 개가 되었다는 오래된 가설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사람들은 이미 늑대로부터 분리된 고대 개들을 자신들의 무리에 받아들이고 같이 살아간 것이다.
 
 
 
늑대는 개의 선조이며친척이다. 늑대는 무리를 이뤄 살며 서열에 따라 생활한다. 늑대 집단은 계급 사회다. 늑대의 친척이면서 인간의 친구인 개도 이런 계급 사회에서 산다. 개가 인지하는 집단은 사람 집단이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개는 인간을 자신이 속한 무리의 구성원으로 본다.
 
 
 
개는 늑대처럼 집단에서 자신의 서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남성 성인에게는 개가 더 복종하고, 더 아부한다. 늑대 집단에서 ‘알파’라고 불리는 리더 수컷에게 하위계급 녀석들이 충성하고, 아부하는 것과 본질이 똑같다.
 
 
 
개가 인간을 개라고 생각하는지, 자신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지는 개만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개가 인간들과 같은 무리에 속해 있으며 자신 또한 공동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는 외부인이나 다른 동물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싫어한다. 개에게 집은 늑대무리의 영역과 같다. 영역을 침범당하면 처절하게 응징하는 것이 늑대의 전통이다. 개도 집을 침범하는 사람이나 개를 향해 짖거나 으르렁거린다. 상대에게 겁을 주면서 동료인 인간을 불러내는 행동이다.
 

 
세틀랜드 쉽독도 집을 지키는 역할에 뛰어난 개다. 소리에 민감하고 경계심이 많다. 사진 속의 셀티는 몇 번 소개한 삼청동 ‘도러시’의 ‘까꿍’이다.
 
 
 
 
 개는 ‘같은 무리’에 속한 사람이 집에 돌아오면 열렬한 환영식을 연다. 미친 것처럼 뛰면서 짓는다. 주인의 혼을 빼놓는다. 인간이 개를 키우는 재미 중 하나다. 환영식은 늑대집단에서도 발견된다. 환영식은 개가 인간의 입 주위를 핥으면서 절정에 이르곤 한다. 사람은 개가 자신을 사랑해서 입을 핥았다고 여긴다.

개가 사람의 입을 핥는 행동의 뿌리는 여러 원인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밥을 달라는 표현이다. 늑대 무리에서는 아직 어려서 사냥에 참여하지 못한 새끼 또는 다른 새끼를 돌보느라 사냥에 못나선 늑대들은 사냥에서 돌아온 늑대의 입 주위를 핥는다. 위에 들어간 고기를 토해 달라는 뜻이다. 개의 먼 친척인 아프리칸 와일드 독[African Wild Dog, 리카온(lycaon)이라고도 불린다]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리카온 새끼들은 사냥을 끝내고 돌아온 어미에게 먹이를 빨리 토해놓으라고 입술을 연신 핥아댄다.
 
 
 
일명 아프리카 와일드 독으로 불리는 리카온은 상당히 끈질긴 사냥꾼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다자라면 17~36kg에 이르고, 보통 10~15년 정도 산다. 리카온은 십여 마리 이상씩 무리를 지어서 누와 같은 대형 우제류 들을 사냥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Km씩 먹이를 추격하여 잡기도 한다. 여러 마리가 전력질주를 하다가 지치면 다른 무리들이 추격하는 일종의 릴레이식 추격전이다. 임신기간은 60~80일이다. 사진 속의 늘어지게 자고 있는 리카온들은 2011년 9월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다음은 정보 수집 활동의 일종이다. 개가 ‘이 인간이 밖에서 뭘 했나’ 하고 알아보는 것이다. 개는 면식이 없는 개를 만나면 서로 입을 핥고 생식기 주변의 냄새를 맡는다. 이는 사람이 사업상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악수를 하고 명함을 교환하는 행위와 유사하다. 개의 입장에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사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복종의 의미다. 계급이 낮은 개들이 높은 개들의 입을 핥는 것은 야생 늑대, 리카온 등의 무리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주인을 자신의 집단 리더로 보는 개의 입장에서 입을 핥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개가 가축이 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같은 무리’에 속한 인간을 핥는 것은 아직도 늑대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먹기, 놀기, 자기

개는 인간 무리에 풍덩~ 빠짐으로써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동안화 전략만을 내세웠다면 고양이와 같은 존재에 그쳤을 것이다. 개는 인간 무리에 뛰어든 전무후무한 동물이다.

21세기의 개는 사냥이나 양몰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녀석들은 그저 먹고 놀고 잔다. 지구에 지금껏 등장한 동물 중 가장 편하게 살아간다. 녀석들을 먹이고자 주인인 인간이 일하는 독특한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개에게 세계 유명 브랜드의 고기 캔이나 드라이 푸드만을 골라서 먹인다고 자랑한다. 정작 그러는 그 주인은 우유 한 잔에 시리얼이나, 빵 한 조각이 한 끼 식사의 전부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사람 음식이 개밥보다 싼 경우도 많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극히 이기적인 인간은 개에게만은 이기적이지 않다. 참 특이한 경우다.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자기 아이들은 걷게 하고 애완견은 안고 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자신의 새끼는 안지 않으면서 다른 동물을 안고 이동하는 종이 있을까? 아마 개를 안은 인간만이 유일할 것이다. 그래서 개는 사람의 가장 친한 벗이다,
 
 
 
 
 
http://blog.donga.com/kangsdogs/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