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코피 잦으면 혈우병·백혈병 일단 의심
[중앙선데이]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KBS 드라마 ‘우리집 여자들’에서 늦둥이 막내아들 진이가 코피를 자주 흘리더니 백혈병으로 진단받는 과정이 그려졌다. 어린 자녀를 둔 시청자들은 앞으로 자녀가 코피만 흘려도 백혈병이 아닐까 걱정하기 쉬울 것 같다.
코피는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대부분은 간단한 조치로 혹은 저절로 해결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지만 간혹 심각한 질병 때문일 수도 있다. 코피가 잘 발생하는 나이는 10세 이하 어린이와 50세 이상의 어른이다. 어린이도 2세 이하에서는 코피가 매우 드물어 이 나이에 코피가 난다면 혈소판 감소증 같은 심각한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코피는 코의 앞쪽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때는 출혈이 경미한 특징이 있다. 어린이가 코피를 흘리는 경우는 대부분 코 앞쪽에서 나오는 것이며 주로 코를 후비거나 비염이 있어 발생한다. 반면 콧속 뒤쪽에서 코피가 나는 경우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출혈량이 많은 특징이 있으며 피가 뒤로 넘어가 폐로 들어갈 위험성이 높다.
이는 주로 노인에서 발생하며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 혹은 혈액질환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콧속 뒤쪽에서 나는 코피는 일반적인 조치로는 소용이 없으며 즉시 병원에 가 응급처치를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코피는 가을이나 겨울처럼 춥고 건조할 때 점막이 건조하고 약해서 더 많이 발생하며, 비염 때문에 비강분무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도 코피가 잘 날 수 있다.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비강분무제를 사용하는 사람의 약 20%에게서 코피가 난다고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분무제를 코의 바깥쪽을 향해 뿌려야 한다.
진통소염제나 아스피린을 복용해도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코피가 날 확률이 증가하며 마늘·은행·인삼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도 가벼운 혈액응고장애를 유발해 코피가 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음주를 하면 코피가 잘 멈추지 않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만성 간질환이나 신장질환이 있어도 혈액 응고에 이상이 오고 그 결과 코피가 날 수 있다.
코피가 나면 혈압이 높아 그렇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물론 코피가 나는 사람의 상당수가 혈압이 높아져 있지만 이는 코피가 나서 불안하게 되고 그 결과 혈압이 높아진 것일 수 있다.
코를 후비거나 다친 적도 없는데 코피가 자주 재발하고 한번 발생하면 잘 멈추지 않는 경우라면 혈우병이나 백혈병 같은 혈액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양쪽 코에서 모두 피가 난다거나 쉽게 멍이 들고 가벼운 상처에도 피가 많이 나는 경우에도 혈액질환의 가능성이 크다. 한쪽 코에서만 코피가 나는 경우라도 자주 재발하면서 일반적인 조치로 잘 멈추지 않는다면 코나 부비동의 종양도 생각해야 한다. 코나 부비동의 종양은 같은 쪽의 코가 막히거나 통증이 있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코피가 나면 머리를 약간 숙인 상태로 앉거나 서 있어야 한다. 눕거나 목을 뒤로 젖히는 것은 피가 목뒤로 넘어가 폐로 넘어갈 위험성이 있어 피해야 한다. 그 다음 코뼈 아래 양 날개 부분을 두 손가락으로 꼭 누른다. 이때 최소한 15분 이상 눌러야 하는데 어린이는 5분만 누른다. 중간에 피가 멈췄는지 확인하려고 손을 떼서는 안 되며 코피가 한쪽만 난다고 한쪽만 눌러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해도 피가 계속 난다면 한 번 더 반복할 수 있지만 그래도 코피가 나면 병원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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