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만 16년째, 직접 염색한 옷을 입고 자연이 주는 것을 먹으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효소 전문가 전문희 씨. 짜고, 쓰고, 시고 조금은 질기지만 씹을수록 맛있고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그녀의 건강 밥상의 비밀은 ‘기다림’에서 시작되는 발효에 있다.
▲ 오디, 산머루, 약초 등 으로 만든 효소들.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야초를 3년 이상 숙성시켜 만들었다.
마당에는 그녀가 직접 천연염색한 천들이 즐비하다. 처마 밑에는 고추와 나물 등 갈무리한 것들이 걸려 있고 마당 귀퉁이에는 제초제 대신 잡풀을 뜯어 먹는 거위 한 쌍까지 그녀의 삶이 도화지에 그린 그림처럼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차를 만들고 효소를 담그며 살고 있는 전문희 씨. 젊은 시절 통기타 가수로, 모델로, 인테리어 가구회사 대표로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그녀가 고향 전남 장흥으로 삶의 둥지를 틀게 된 계기에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로 내려와 그녀는 산야초 민간요법으로 어머니를 3년 넘게 더 모실 수 있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토끼풀, 냉이, 쑥, 민들레 등 산과 들에 나는 풀과 꽃인 산야초를 키우기도 하고 깊은 산속에서 채취해 음식을 만들고 장아찌와 효소를 담그며 살고 있다.
“눈을 뜨면 녹색의 푸르름이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숨을 쉬면 달큰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해주며 자연이 주는 귀한 먹을거리는 입을 즐겁게 해줍니다. 직접 채취하고 덖어 만든 차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웃음이 나고 행복합니다.”
1 식물의 입과 줄기뿐 아니라 뿌리도 효소의 재료가 된다.
2 마당에서 키우는 거위 한 쌍은 무성하게 자란 마당의 풀을 제거할 목적으로 키우게 되었다고.
3 겨울을 대비해 제철 채소들을 갈무리해둔다.
4 깊은 산속의 노루도 마당에 내려앉은 잠자리도 그녀가 다가가면 쉽게 도망가지 않는다.
5 식물을 이용해 천연 염색을 하고 그 천으로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다.
지리산이 주는 산야초로 차린 그녀의 발효 밥상
“깊은 산속에서 나는 식물의 뿌리와 잎, 줄기, 열매, 씨는 자연 그대로 생약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산야초들은 장아찌로 담그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 되고 효소를 만드는
훌륭한 재료가 됩니다.”
그녀의 식탁을 보면 ‘이런 푸성귀만 먹고 어떻게 지리산에 올라 산야초를 채집할 힘이 있겠냐’며 놀랄 수도 있다. 열 가지의 장아찌와 직접 키운 쌈 채소, 된장국, 오이무침, 동치미에 유일하게 곁들여지는 육류는 갈치젓 하나다. 하지만 잔병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름살 없이 하얗고 건강한 피부의 비결은 모두 소식과 채소 위주 특히 산야초 위주의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1 산야초 효소 담그기 노하우를 담은 그녀의 책.
2 마당에서 딴 여름 자두. 마트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작고 벌레 먹은 것도 있지만 화학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아 무공해 그 자체다.
3 10가지가 넘는 장아찌, 두부, 갈치젓갈, 된장찌개로 차려진 그녀의 건강 밥상.
4 시원한 맛이 일품인 동치미. 오래 숙성되어 소화가 잘 된다.
기름기 있는 육류보다는 생채류와 장아찌, 김치와 같은 채소 위주의 식단에 갈치젓 또는 찌거나 조린 생선 요리가 전부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방 섭취는 줄일 수 있어 몸을 한결 가볍게 한다. 깻잎, 명이, 엄나무순, 마늘 등으로 만든 장아찌는 아삭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효소와 식이섬유는 풍부하다. 효소는 음식을 통해 공급되는 식품 효소와 몸 자체에서 생성되는 체내 효소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내의 효소 생성량은 줄어들고 효소의 활성도 역시 떨어지기 때문에 따로 음식이나 효소 음료로 공급해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 보약을 먹어도 효소가 없으면 소화시키지 못해
흡수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음식 재료들에 식이섬유가 풍부했기 때문에 따로 효소를 섭취할 필요가 없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신선한 녹황색 채소와 과일은 천연 섬유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들어와 효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소와 발효식품 대신 인스턴트식품과 육류 위주로 끼니를 해결하는 현대의 밥상에서는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해서라도 효소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
장아찌와 효소처럼 몸에 좋은 음식은 대부분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발효는 인체의 소화를 돕고 식품의 저장성을 높이는 기능을 지녔으며 맛과 향을 향상시키고 영양성분을 높여준다. 또한 식품의 독성물질을 없애고 항생물질을 생성하는 등 사람에게 주는 유익함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발효란 간단히 말하면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에요. 그 결과 본래 식품보다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효과를 꼽자면 영양의 극대화, 흡수력 향상, 독성물질 제거로 요약할 수 있어요. 발효 과정을 거치면 영양분이 두 배 이상 많아지지요. 우리가 즐겨먹는 식품을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키면 소화기관이 힘들이지 않고도 더 빠르고 쉽게 영양을 흡수할 수 있어요.”
1 오랜 시간 숙성된 차는 향기만 맡아도 절로 웃음이 난다.
2 채취한 산야초를 설탕에 재워 1차 발효시킨다.
3 산야초 효소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4 1차 발효가 끝나면 건더기를 걸러내고 2차 발효 시킨 후 숨 쉬는 항아리에 담아 다시 발효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