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명소의 풍경

'멋있다' '맛있다' '즐겁다'…앞산맛둘레길

淸山에 2011. 9. 12. 08:28

 

  

 

 
 
 
'멋있다' '맛있다' '즐겁다'…앞산맛둘레길
 
   
    
 
“‘멋’있는 산에 ‘맛’까지 더한 앞산맛둘레길”.
대구 사람이라면 ‘앞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산성산, 대덕산, 비파산 등 봉우리마다 산 이름은 달라도 통상 앞산이라 하면 다 통한다. 주말이면 이곳에 등산과 나들이를 즐기러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모여드니 자연스레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앞산 맞은편 현충삼거리에서 앞산빨래터공원까지 1.5㎞ 남짓한 길을 따라 40~50여 개의 식당들이 모여 있는 ‘앞산맛둘레길’이 자리 잡고 있다.
 
◆전통 있는 맛집과 중후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앞산 일대는 대구에서 가장 놀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지금은 기능을 다했지만 놀이공원과 수영장 등 다양한 여가시설을 갖추고 있어 시민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이자 데이트 명소로 이름나 있었다. 1980년대부터 식당을 했다는 한 상인은 “지금은 두류공원 일대에 큰 놀이공원이 있지만 당시에는 주말이 되면 삭도를 타려고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앞산 놀이공원에 사람이 모였다”고 말했다.
 
사람이 모이다 보니 식당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선짓국으로 이름난 대덕식당이나 동동주를 직접 띄우는 것으로 유명한 앞산할매손칼국수 등 몇몇 가게들은 보통 30~4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들이다. 이들이 처음 생길 1970년대만 해도 인근에는 드문드문 10여 개 작은 식당이 전부였다.
 
앞산이 데이트 명소로 이름이 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맛둘레길 일대로 서양식 레스토랑이 줄지어 들어서면서다. 1986년 ‘산마리노’라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인기를 끌자 비슷한 분위기의 가게가 1990년대 초반까지 30여 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한 상인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젊은 남녀가 데이트를 하거나 맞선을 보는 장소를 정할 때면 열이면 열, ‘앞산 어디 레스토랑에서 만나자’는 식이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갖고 있는 레스토랑은 ‘르네상스’와 ‘화이트캐슬’, 두 군데만 남았다”고 말했다.
 
◆앞산 카페거리로 젊어지는 맛둘레길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젊은 남녀들과 가족들로 북적이던 앞산맛둘레길도 1997년 앞산순환도로가 개통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가게 앞쪽으로 고가도로가 생기면서 가게 안에서 앞산이 시원하게 보이던 풍광이 순식간에 회색 옹벽으로 바뀌었다.
 
앞산순환도로가 생기자 통행량은 배 이상 늘어났지만 고가도로 아래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반 이상 줄었다. 70여 개에 달하던 식당들도 문을 닫는 곳이 점점 늘었고 전성기의
빛나던 모습을 잃어갔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일대에 변화가 감지됐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파스타 전문점, 커피전문점 등 40여 개의 가게가 몰려 있는 ‘앞산 카페거리’가 현충삼거리를 시작으로 현충로, 대명남로 쪽에 형성된 것.
 
수 년 만에 앞산맛둘레길을 찾았다는 임선경(35`여) 씨는 “10여 년 전 대학시절 왔을 때보다 분위기가 젊어지고 활기가 넘친다”며 “인터넷에서 앞산 맛집에 관련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회색빛 경관이 볼거리 많은 테마거리로
앞산맛둘레길은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침체기에도 꾸준히 맛과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웠던 상인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앞산맛둘레길 조성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것.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 사업은 총 사업비 100억원으로 침체된 상권 주변을 시민들이 찾고 싶은 명소로 만드는 내용이다.
 
가장 먼저 ‘먹거리타운’을 ‘맛둘레길’이라는 정감 가는 명칭으로 바꿨다. 새로운 명칭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던 ‘앞산먹거리타운’표지석도 들어낼 예정이다.
 
1m가량의 좁은 폭 때문에 행인들이 불편을 겪었던 인도도 폭을 넓히고 구간마다 휴식공간, 문화공간을 조성해 유동인구를 유입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충삼거리 일대는 젊음의 거리, 안지랑골 진입로는 자연의 거리, 앞산빨래터공원 주변은 가족의 거리로 테마를 잡아 회색 일색이던 주변 경관을 개선시킨다.
 
카페거리와 이어지는 현충로 일대에는 사랑의 자물쇠, 사랑의 타일 같은 공간을 구성해 다시금 대구 데이트의 1번지 명성 회복도 노리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맛둘레길 살리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남구 1호 주민주도형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행정적 절차에 관련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임병헌 남구청장은 “사업의 주체인 상인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항상 소통창구를 열어두고 있다”며 “앞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끼고 있는 만큼 최대한 자연과 어우러지게 사업을 진행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bo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