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 글로 인정하는 중국… 김정일에게는 '우호협력' 액자
중국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인정하는 글이 담긴 선물을 김정은에게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9위)은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축하사절로 방북해 김정은에게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김일성이 활짝 웃으며 회담하는 사진이 담긴 접시(액자)를 선물했다. 중국은 이 접시에 "증정: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金正銀) 동지. 조선노동당 성립 65주년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중·조(중국·북한)의 전통적 우의(友誼)를 부단·공고하게 발전시키고, 대대로 전하기(世代相傳)를 축원합니다. 중국공산당 대표단, 2010년 10월 10일"이라는 문구를 박았다. 중국은 김정일에게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김정일이 악수하는 사진 액자에 비슷한 문구를 넣어 선물했지만 '대대로 전하자(世代相傳)'는 글귀는 김정은 선물에만 새겼다. 김정일에게는 중국과 북한의 '우호협력(友好合作)'을 언급한 반면 김정은에게는 '전통우의(傳統友誼)'를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문서로 김씨 왕조의 3대 세습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김정일·김정은에게만 선물을 줬다.
▲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경축 행사에 축하사절로 방북한 중국공산당 대표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후계자 김정은에게 보낸 선물. 왼쪽 사진은 마오쩌둥 주석과 김일성이 활짝 웃으며 회담하는 사진이 담긴 접시로 김정은에게 보낸 선물이고, 오른쪽은 지난 8월 김정일이 중국 창춘에서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악수하는 사진이 담긴 액자로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특히 김정은 선물에 담긴 사진은 1953년 11월 베이징(北京)에서 마오쩌둥과 김일성이 첫 공식 회담을 가졌던 장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에 나온 마오쩌둥과 김일성은 무척 젊어 보인다. 마오쩌둥·김일성은 1958년 11월, 1961년 7월, 1970년 10월 등에도 만났다. 반면 김정일 선물은 지난 8월 27일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와 김정일이 만난 사진이다. 중국은 57년의 시차가 있는 북·중 지도부의 첫 만남과 마지막 만남 사진을 북한의 미래와 현재 지도자에게 각각 선물한 셈이다.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전 세계가 비난하고 있지만 중국은 최근 북한을 더욱 가까이 끌어안는 모양새다. 지난 11일에는 후진타오 주석이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의 새 지도부를 초청하기도 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됐던 김정은의 한자 이름에 대해 중국은 '은혜 은(恩)'자가 아니라 '은 은(銀)'자를 사용해 정은(正銀)이라고 썼다. 북한에서 '은(銀)을 내다'는 표현은 '빛을 내다'는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