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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名文-4/ 길

淸山에 2010. 10. 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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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名文-4/ 길

    <출처=인터넷 월간조선 2006.5>
편집자注: 1936년 ‘朝光’ 3월호에 발표되었고, 金起林의 수필집 ‘바다와 육체’에 실려 있다. 金聖佑씨 추천 名文.
 
 
  金起林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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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년 시절은 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喪輿(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젓 때없이 그 길을 넘어 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江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덕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입력날짜 : 2006-05-09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