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계신 음악은 이동원과 박인수가 부르는 '향수'입니다.
김희갑 작곡, 정지용 시.
정지용의 ‘향수’
나는 도시에서 자랐지만 외갓집은 수원이었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수인선 기차를 타고 늘 외가를 찿았다.
외가의 마당 한가운데는 우물이 있어, 시원한 물을 마시기도 했으며 자주 멱도 감았다.
뒷뜰에는 배나무와 감나무, 밖으로 좀더 나가면 참외밭도 있었다.
'서호'(호수)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물장난을 치기도 했으며,
냇물에서는 그물로 붕어와 미꾸라지를 잡기도 했었다.
논에서 벼를 심거나 개구리를 잡을 때는, 내 정강이는 온통 '거머리’가 달라붙었다.
메뚜기와 잠자리도 무척 많았는데, 메뚜기는 잡아서 먹기도 하고 닭의 모이로 주기도 했다.
모두가 다 잊을 수 없는 4 ~ 50년전 추억이다.
정지용의 ‘향수’는 고향의 평화로운 정경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동원과 박인수의 노래로 더 유명해 졌다.
그야말로 구절 구절, 한국인의 마음 속에 각인된 고향의 모습들이다.
시인 정지용은 1902년, 충청북도 옥촌에서 출생했다.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마친 후 일본에 유학, 교토에 있는 도시샤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해방후에는 휘문중학교 교사, 이화여자전문 교수와 경향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냈다.
'향수’는 그가 21살 되던 1923년, 고향 옥촌을 그리며 만든 ‘파아란 하늘 빛’ 작품이다.
테너 박인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원래는 마도로스가 꿈이었지만, 목사님의 권유로 음악을 공부하게 됐다.
1970년 뉴욕으로 건너가 ‘마리아 칼라스’장학금을 받고 줄리아드 음악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런 후 뉴욕주립대학 대학원과 뉴욕맨하탄 음악대학원, 아메리칸 오페라 센터를 수료했다.
한국에서는 1883년 부터 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 임명되어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는 그동안 한국 최고의 테너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동원과 함께 부른 ‘향수’는 엄청난 대중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보수적인 학계에서는, 클래식 음악세계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로 보았다.
결국 그는 국립오페라단에서 축출당했다.
그리고 2003년, 서울대학교를 정년퇴임 하였다.
‘향수’가 노래가 되어 태어난 것은 ‘지용회’에서 작곡가 김희갑에게 작곡을 의뢰하면서 였다.
김희갑은 심혈을 기울여 향수를 작곡했다.
이 작품은, ‘깨끗한’ 박인수의 목소리와 ‘구수한’ 이동원의 목소리로 멋진 ‘이부합창’이 됐다.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의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글: 곽노은
nounkwak@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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