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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 자위권을 선포하라

淸山에 2010. 4. 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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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 자위권을 선포하라

 

 

 


두 동강 난 천안함을 건졌다. 꼭 한 달이 걸렸다. 한 달 만에 알아낸 것은 내부폭발, 암초, 피로현상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히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누가 공격을 했다는 말인가? 그걸 알아내려면 다시 몇 달이 걸릴지, 혹은 몇 년이 걸릴지 누구도 모른다. 시계가 50㎝도 안 되는 수심 50m의 캄캄한 바닷속에서, 게다가 조류까지 빨라 이미 떠내려 갔는지 뻘에 묻혀 버렸는지 모를, 한 조각의 어뢰 파편을 찾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까? 찾아낸들 무기의 국적을 찾아내는 데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까? 천안함 사건은 영구미제(永久未濟)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확실한 물증을 외쳐오던 우리는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대응할 논리가 없다. 혹시 물증이 나오더라도 상대가 부인하면 그뿐이다. 그걸 재판처럼 공정하게 판단해줄 국제기구도 없다. 우리는 스스로 발목을 잡아맨 것은 아닐까?

 

이상 물체를 향해 주포를 쏜 것에 대해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며 대통령은 못마땅해 했다. 어뢰로 추정하는 답변에 대해서도 국방부 장관에게 메모를 보내 제동을 걸었다. 발생 초부터 북한에 혐의가 없다고 계속 부인해 준 것은 청와대였다. 누가 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랬을까? 왜 뻔한 결론을 놓고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을까? 주저함은 신중해서인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가. 물증을 찾으면 어떻게 하려는가? 전쟁 선포라도 할 참이었던가? 물증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 “누군지 모르지만 우리 군함이 공격을 당했다. 공격한 측은 참으로 나쁜 나라다.” 이런 말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가? 물증이 나오든, 안 나오든 군사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

 

9·11 사건이 터진 그날 밤 부시 대통령은 “이런 악의 행동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찾고 있습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우리 모든 자원을 동원토록 지시했고, 찾아내 반드시 그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습니다”고 말했다. 열흘 뒤 부시는 의회에 나가 “우리가 적들을 정의 앞에 끌고 나오든, 우리의 정의를 적에게 실현하든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우리도 최소한 그런 약속이라도 했어야 한다. 일을 저지른 나라에 대해 반드시 정의를 실현시키겠다는 다짐을 했어야 했다. 국제법이 보장하는 자위권(自衛權)을 행사하겠다고 선포를 했어야 했다. 그것이 나라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이제, 앞으로의 핵심은 중국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안보리에서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다. 이번 사건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한 유엔 안보리 결의도, 경제제재도 다 허사다. 북한은 계속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자위권을 행사하겠다. 당신들이 그때도 북한을 도와준다면 우리의 자위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이 마지못해서라도 북한을 압박하는 데 협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점 우리는 근본에 손을 대야 한다. 우리의 통일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북쪽이 금강산 시설을 몰수한다고 먼저 선언하고 나왔다. 반면 우리 대통령은 바로 며칠 전 “당장 통일보다 북한이 경제를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급한 일” “ 양국 간 오순도순 그렇게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민주평통 모임에서 말했다. 당한 쪽은 전전긍긍하는데 때린 쪽은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다. 북과의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할 수 있지만, 대결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북한은 굶고 있지만 우리를 괴롭힐 수 있는 테러 역량은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대양해군, 우주공군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다. 이는 북한을 적으로 보지 않으려는 친북 정권들이 만들어 놓은 허황한 국방계획이었다. 이러한 계획은 북한 존재가 사라진 뒤에나 추구해야 할 목표다. 지금은 북한의 테러 공격에 우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외교 역시 세일즈 외교에서 안보외교로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 북한의 지도자를 바꾸든, 체제를 변형시키든, 남쪽으로 흡수통일하든 테러국가는 더 이상 용인하면 안 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선포하고 이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천안함 장병들의 시신이 태극기에 싸여 나올 때 울부짖는 유가족들을 보며 우리는 함께 슬퍼했다. 두 동강 난 선체를 보며 우리는 함께 분노했다. 슬픔과 분노로 끝낼 수 없다. 국제사회는 우리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지금 모습을 보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평가할까, 아니면 비겁하고 움츠린 나라로 볼까? 피해자인 우리가 지금 식으로 우물쭈물 넘어가는데 미국이 움직이겠나, 중국이 답답하겠나? 우리의 처신에 따라 국제 반응도 달라지는 법이다. 눈물을 흘리는 감상의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 강철 같은 결연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평화는 말로 외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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