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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조문산중하소유부시이답)

淸山에 2020. 8. 21. 18:26

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조문산중하소유부시이답)

("산에 무엇이 있냐"고 하문해서 시로 답합니다)

도홍경(陶弘景, 456-536)

 

山中何所有

嶺上多白雲

只可自怡悅

堪持贈君

 

산중하소유

령상다백운

지가자이열

불감지증군

 

산에 무엇이 있냐"고 하문해서 시로 답합니다

산속(山中)에 무엇(何)이 있겠습니까(所有)?

산마루 위(嶺上)에 흰 구름(白雲)이 많지요(多).

다만(只) 저 스스로(自) 즐길(怡悅) 수 있을(可) 뿐.

가지고(持) 가서 폐하(君)께 바치지는(贈) 못합니다(不堪).

 

 

問余何事栖碧山, 笑而答心自閑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받은 사람이 또 있다. 그것도 황제로부터.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후배뻘인 도홍경(陶弘景, 456-536)이 벼슬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는데 양무제(武帝)가 나와서 좀 자기를 도와달라고 해도 한사코 나오지 않았다. 갑갑해진 양무제가 조서(詔書)를 보내 물었다. "대체 산중에 무엇이 있길래" 그 고집을 피우느냐는 힐난이다.

황제가 조서로 묻는데 이백처럼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산에 살더라도 황제 체면은 조금 살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황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산에 살더라도 국가 중대사에 대해서는 자문을 해달라는 조건부로 도홍경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산에 사는 재상[山中宰相]이라고 불렀다 한다. 도홍경에게 그만한 재주가 없었다면 황제가 그토록 귀찮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산중에서 자문에 응하는 번거로움도 없었을 것이다. <장자> "쓸모없음이 큰 쓸모"[無用而大用]라는 말씀이 있는데 제현들의 고견은 어떠신지?

 

이산 저산 울어대는 까투리 장끼도 마음은 콩밭에 가있듯이

저자거리에 나앉아서 맛난 안주 향기로운 술을 마시면서도

내 마음은 늘 산에 가 있었으니 그게 무슨 불치병인지 나도 모르겠다.

 

이백의 산중문답 전 2행은 이러하다.

 

무엇 때문에 산에 사느냐고 내게 묻길래(問余何事栖碧山)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절로 느긋하네(笑而答心自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