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碧樓부벽루 - 李穡이색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석로운천추)
麟馬去不返(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長嘯倚風磴(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산청강자류)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다리에 기대어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 시어 및 시구 풀이
浮碧樓(부벽루) : 평양 모란대 밑 절벽에 있는 누각
永明寺(영명사) : 부벽루 서쪽에 있던 절
暫登(잠등) : 잠시 오르다
城空(성공) : 성이 비어 있다
石老(석로) : 오래 된 바위. 조천석(朝天石,
기린굴 남쪽에 있는 큰 바위)
麟馬(인마) : 기린마(麒麟馬-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탔다는 말). 말을 타고서 기린굴로 들어가니,
땅 속에서 조천석이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함
天孫(천손) : 하늘의 자손. 동명왕을 가리킴
長嘯(장소) : 길게 휘파람 불다
風磴(풍등) : 만든 돌다리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
고구려의 옛 수도인 평양성의 퇴락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달이 쓸쓸함을 더한다.
오래 된 조천석 천 년의 구름 흐르네. :
오래 된 바위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
변함 없는 자연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 핵심 정리
* 지은이 : 이색(李穡, 1328-1396) 고려 말의 문인. 학자. 호는 목은(牧隱). 이제현의 제자.
문집으로 <목은집>이 전한다.
* 갈래 : 한시, 오언율시
* 압운 : 樓, 秋, 遊, 流
* 성격 : 회고적
* 구성 : 기승전결 4단 구성
* 어조 : 지난 날의 찬연한 역사를 회고하며 그와 대비되는 현재의 모습에서 무상감에 젖어 있다.
* 제재 : 옛 성터에서의 풍경과 감상
* 시대적 배경 : 이 당시 고려는 원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후 국력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시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왕의 위업을 생각하고 있다.
* 주제 : 인생무상
* 출전 : <목은집(牧隱集)>
■ 이해와 감상
작자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며,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게, 퇴색한 부벽루에서 인간 역사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켜 노래한 한시다.
이 작품은 고려 말의 문신이었던 작가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다가 지은 오언 율시(五言律詩)다. 그 옛날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 있는 데서 그의 시상은 출발한다. 이러한 인간 역사의 유한함이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되면서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달과 천년 두고 흐르는 구름이 그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그러면 그가 이 시를 지은 동기는 이러한 회고적 정서에 그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이 막연하게 옛 왕조의 자취를 읊기보다 위대한 건국 영웅이었던 동명왕의 일을 노래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당시 고려는 원(元)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뒤여서 국가적으로 극히 쇠약한 형편이었는데, 시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왕의 위업을 다시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한편,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현재를 비추어 보는 양면적 시각을 내포한다고 하겠다.
*** ***
고려 후기에 이색(李穡)이 지은 한시. 오언율시. 『목은시고 牧隱詩藁』 권2에 실려 있고, 그 밖에 『동문선』 권10, 『기아 箕雅』 권5, 『대동시선』 권1 등에도 전한다. 내용은 부벽루에 올라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의 고사를 회고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조화있는 묘사를 통하여 수준높은 한시의 세계를 과시한 작품으로 시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번 영명사를 지날 때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텅빈 성에 한 조각 달이 걸려 있고
해묵은 돌은 천년세월에 늙어 있네
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어느 곳에 노니는가
길게 휘파람 불며 돌계단에 기대니
산은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이색의 시편(詩篇) 중에는 이 밖에도 「독두시 讀杜詩」 등 명작이 수없이 많지만, 특히 이 「부벽루」는 그의 시를 대표하는 절창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시의 장처(長處)를 잘 지적한 것은 조선 후기의 신위(申緯)일 것이다.
그는 정지상(鄭知常)의 「송인 送人」과 이색의 이 「부벽루」를 비교하여 한 마디로 ‘위장부전요조랑(偉丈夫前窈窕娘)주 01)’이라고 하였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훤칠한 위장부의 모습은 이색의 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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