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글 | 홍익희 세종대 교수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콩은 우리 한민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궁합 작물로 오랫동안 한반도에 부족했던 단백질과 지방을 책임져 왔습니다.
오늘날 농학에서는 콩의 원산지를 한반도와 만주 남부로 보고 있으며 약 5000년 전에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고조선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밭농사가 지어졌는데, 북한의 회령 오동 고조선 유적지에서는 기원전 1300년경의 청동기 유물과 함께 콩, 팥, 기장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임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조사가 있었습니다. 1920년대 미국은 세계 식량종자 확보를 위해 세계 각지의 야생작물 채취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3개월 활동하면서 전 세계 야생 콩 종자의 절반이 넘는 무려 3,379종의 야생 콩을 채취했습니다. 식물의 원산지를 추정할 때 변이종의 다양성이 그 기준이라 하는데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콩의 변이종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야생 콩이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되어 한반도가 콩의 원산지임을 실증적으로 증명했습니다. 목축이 힘든 한반도와 만주 남부의 숨은 공신, 콩 신석기 혁명인 농경이 가능했던 것도 구석기 시대 후반기에 고기를 불에 구워먹음으로써 그 영양분 덕분에 뇌 용량이 증가하면서 지능도 발달했고, 다양한 도구의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농경의 시작은 인간의 수렵채취 생활을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때 수렵을 주로 했던 사람들은 초원으로 가서 목축을 하는 유목민족이 되었고, 채취를 주로 했던 사람들은 평야지대에 정주하여 농경을 주로 하면서 일부 목축을 하는 정주민족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초기인류는 작물재배를 시작하면서 식량생산 시대를 만들어 갔습니다. 인류사에서 먹이사슬이 부족해지면 인간은 생존을 위해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한반도와 만주 남부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대로 초원이 귀해 목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냥을 하거나 적은 수의 가축들로 육류를 마련해야 해서 식용고기가 귀했습니다. 이러한 식용고기를 대체해준 작물이 바로 콩이었습니다. 단백질과 지방은 인체를 구성하는 핵심 성분입니다. 콩은 구성성분이 40% 내외의 단백질과 30% 내외의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하는 중요한 양식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는 500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목축이 발달하지 못했음에도 콩 덕분에 단백질과 지방 결핍에 시달리지 않고 사람들이 이주하지 않고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유목민족이 되지 않고 기마민족으로 한반도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바로 콩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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