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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國 ‘남북전쟁’ 최후의 15일 - 迂餘曲折의 終戰 과정

淸山에 2016. 7. 24. 17:53





美國 ‘남북전쟁’ 최후의 15일 - 迂餘曲折의 終戰 과정


미국의 소설가 제프 샤라가 1864년 11월부터 1865년 4월26일까지 셔만 장군의 부대가 미국 남부 남군의 후방에서 전개한 ‘초토화 작전’을 거쳐 종전(終戰)에 이르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낸 <운명적 번개>(The Fateful Lightening)의 마지막 부분 28쪽 번역문.

이동복   
    
   


1860년 4월부터 1865년 4월까지 진행된 미국의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은 미국판 ‘6·25 전쟁’이었지만 전쟁의 규모나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 규모로 본다면 ‘6·25 전쟁’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대규모의 참혹했던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발생한 남북군의 전사자는 63만 명으로 이 숫자는 1770년대의 독립전쟁으로부터 1960년대의 베트남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남북전쟁';;;을 제외하고 국내외에서 참전했던 모든 전쟁의 전사자 69만 명에 비해 겨우 6만 명이 적은 것이다. 소년기의 학창 시절 필자는 미국의 ‘남북전쟁’을 “에이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위하여 일으킨 전쟁”으로 이해했었다. 그러나, 필자는 청년 시절 여러 권의 링컨 전기(傳記)를 섭렵(涉獵)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다. 링컨이 ‘남북전쟁’을 수행한 목적은 노예제도 폐지보다는 “미국의 분열을 막고 통일을 유지”하는데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때 링컨이 남긴 유명한 어록(語錄)이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Divided we fall, united we stand)였다. 링컨 대통령이 1863년 1월1일자로 ‘노예해방’을 ‘선언’한 것은 전쟁 초기 계속 열세(劣勢)를 면치 못했던 북군이 전세(戰勢)를 반전(反轉)시켜 승기(勝機)를 확보한 뒤의 일이었다.  


한 동안 필자는 이 참혹했던 미국의 내전(內戰)이 1895년 4월9일 버지니아(Virginia) 주 애포매톡스(Appomatox)에서 남군 총사령관 리(Robert E. Lee) 장군이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Ulyssis Grant) 장군에게 항복함으로써 종전(終戰)에 이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였다. 애포매톡스에서 항복한 남군은 리 장군의 휘하 북 버지니아군 부대뿐이었고 미국 남부의 북 캐롤라이나(Carolina) 주에서는 악명 높은 ‘초토화 작전’(Scorched Warfare Operation)을 수반한 '총력전'(Total War)으로 남군의 배후지역인 조지아(Georgia)와 남 캐롤라이나 주를 석권한 셔만(William T. Sherman) 장군 휘하의 북군과 존스턴(Joseph Jhonston) 장군이 이끄는 남군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4월14일 수도 워싱턴에서는 한 극장에서 링컨 대통령이 한 극단주의자의 총격(銃擊)으로 암살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북군 서부방면군 사령관 셔만과 남부군 사령관 존스턴 장군 사이에서는 숨막히는 휴전회담이 진행되었다. 막판에 워싱턴의 정부와 전장(戰場)의 군지휘부 사이의 갈등으로 엎치락뒤치락의 우여곡절을 겪었던 휴전협상의 타결로 북군과 남군 사이에는 4월26일자로 전면적 휴전이 발효되어 5년간 계속된 전쟁이 드디어 종결되었다. 필자는 이때 셔만 장군과 존스턴 장군 사이에 진행된 휴전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우여곡절은 앞으로 남북한 간에 있을 수 있는 평화협상과 통일협상 과정과 관련하여 시사(示唆)하는 것이 적지 않다고 느낀다. 마침 필자는 최근 미국을 여행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의 소설가 제프 샤라(Jeff Shara)가 1864년 11월부터 1865년 4월까지 셔만 장군의 부대가 미국 남부 남군의 후방에서 전개한 ‘총력전’을 거쳐서 4월26일의 종전(終戰)에 이르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낸 <운명적 번개>(The Fateful Lightening)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소설을 독파(讀破)할 기회가 있었다. 그 가운데 1846년 4월11일부터 4월26일까지 15일 간의 숨가쁜 상황을 소설로 재현(再現)한 마지막 부분 28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특히 필자의 마음에 와 닿아서 이를 번역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이제 종국(終局)에 진입하고 있는 한반도 남북관계의 앞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희망한다. [李東馥] 
 



美國 ‘남북전쟁’ 최후의 15일 - 迂餘曲折의 終戰 과정

 

“본관은 예하 부대 장병들에게 남군의 리 장군이 그의 휘하 부대를 이끌고 4월9 버지니아(Virginia) 주 애포매톡스(Appomatox) 시청사에서 북군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이 그랜트 장군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바이다. 하느님과 나라에 영광이 있으라! 모든 명예는 아직도 남아 있는 잔적(殘敵)들을 향하여 진군(進軍)을 계속하고 있는 전 장병들의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이 위대한 전쟁에서 우리는 승자(勝者)가 되고 우리의 위대한 나라는 4년의 인고(忍苦) 끝에 다시 부활(復活)할 것이다.  


미합중국 서부방면군 사령관 윌리엄 T. 셔만 소장”  

환호 소리의 메아리는 몇 마일 밖까지도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소식은 각기 자기들의 직속 장교들에게 보고하는 통신병들의 입은 물론 장교들이 각자의 부하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요원(遼原)의 불길처럼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셔만은 이미 리치몬드(Richmond)의 함락과 동시에 리(Robert E. Lee) 장군과 존스턴(Joseph Johnston) 장군의 남부연합 군대가 서로 합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존스턴 장군의 부대를 맹렬하게 추격할 것을 그의 부하 장교들에게 독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 장군의 항복은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사건이었다. 


셔만 장군 휘하 북부 군의 진격은 그의 명령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어 공격의 대열은 스미스필드(Smithfield)로 향하고 있었고 그 부근에서 전개된 햄프턴(Wade Hampton)이 지휘하는 남부 군 기병대와의 접전은 셔만 부대의 선두부대의 진격에 약간의 지연을 초래한 정도에 불과했다. 스미스필드는 겨우 두 시간의 접전 끝에 셔만 부대에 점령되었고 이에 따라 셔만 부대는 사전 계획대로 랄리(Raleigh)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기 시작했다.  


셔만은 리 장군의 항복 소식이 이미 남부 군 안에 널리 확산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킬패트릭(Hugh J. Kilpatrick)이 지휘하는 기마부대의 선두가 랄리 도착 직전의 지점에서 2명의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 정부 관리를 태운 기차를 포획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킬패트릭은 즉시 백기(白旗)를 지참한 이들 2명을 셔만 장군에게로 보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지고 온 메시지는 “랄리의 재산과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에 불과했다.  


셔만은 이미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으로부터 수령한 지시를 통하여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밴스(Zebulon B. Vance) 지사가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의 매그래스(Andres G. Magrath) 지사와는 달리 과격한 분리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셔만은 나이가 지긋한 이들 2명이 입고 있는 비록 외관으로는 구겨졌지만 고급 천의 양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당신들은 밴스 지사의 지시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맞습니까?” 셔만의 질문에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셔만이 그들의 이름을 묻자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저는 채플힐 대학(Chapel Hill University) 총장 데이빗 스웨인(David Swain)이고 이분은 윌리엄 그레이험(William Graham) 상원의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셔만이 “그레이험 씨는 몇 해 전에 해군장관으로 근무한 분이 아니냐”고 묻자 상대방은 “맞다”고 답변했고 이에 대해 셔만이 “그 같은 직책으로 국가에 봉사하던 사람이 반란에 가담한 것은 수치(羞恥)가 아니냐”고 되받았다.  


이들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음으로 셔만은 이들과 별로 대화할 내용이 없었다. 이들과 좀 더 의미 있는 대화를 희망했던 그는 실제로 그들이 가져 온 메시지는 오직 관용을 호소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에 짜증을 느꼈다. 잠시의 침묵이 있은 뒤 스웨인이 이렇게 말했다. “장군님, 우리는 장군님의 기병들의 가혹행위로 괴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공연한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장군님의 군대와 남부연합 군대 사이에는 아직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장군님의 군대의 이 같은 있을 수 있는 잔혹행위로부터 보호를 받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콜럼비아(Columbia)에서 발생했던 잔학행위가 랄리에서는 되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셔만은 이들의 말에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경비병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철도역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의 기차 차량들은 킬패트릭 부대 병사들에 의하여 점거되고 있었다. 이 열차를 운전해 온 한 젊은 운전기사는 한 쪽 편에서 경비병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나에게 많은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콜럼비아에서 생긴 일에 관한 한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나의 부하들과 나는 그날 밤 밤새도록 그곳에서 불을 진화(鎭火)하기 위해 피로도 모른 채 애썼습니다.” 말을 하다가 보니 그는 속에서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하느님에게 맹서하고 당신들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하지만 그날 콜럼비아에서 불을 지른 자들은 남부 군의 햄프턴(Wade Hampton) 부대원들이었습니다. 전적으로 그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었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그날 일과 관련하여 우리를 비난하기 위하여 이곳에 온 것이라면 당신들은 완전히 헛수고를 한 것입니다.” 


셔만은 기차역 너머에서 뭉게 연기가 솟아 오르는 것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바로 저 불은 반란군의 후미(後尾)가 후퇴하기 직전에 지른 것입니다. 나는 나의 부대 병사들이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방화(放火)가 남부 군 병사들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것을 나의 눈으로 직접 목격했습니다. 나는 특히 당신들의 주지사가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이해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스웨인이 열을 올려 셔만의 말에 대꾸했다. “녜, 녜, 장군님 밴스 지사는 정치적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전개될 평화를 열렬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셔만은 그의 입장을 재빨리 정리했다. 그는 그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느꼈고 이에 따라 그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의 통제 밖으로 벗어나서 과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그의 말을 이어 갔다. “나는 이미 나의 부하들에게 개인 재산을 존중하고 또 보호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나는 주지사의 요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힘을 다 하여 이 전쟁을 조속히 끝장내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부대 장병들과 존스턴 장군의 남부군 장병들 사이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투행위에 대하여 지금의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 부대 장병들에게 공격이 가해지면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반격이 있으리라는 것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차역의 지붕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들에게 어둠 속에서는 이동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싶습니다. 부대 주둔 지역 안으로 열차가 지나가면 그 자체가 훌륭한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이 오늘 밤은 이곳에서 머물 것을 권고하고 싶습니다. 우리 부대 숙영지 안에 당신들이 익숙해 있을 숙박시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선 나의 천막에서 당신들 가운데 한 사람이 밤을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히치코크(Hitchcock) 소령에게 말했다. “어떤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소령의 천막에서 재울 수는 없겠는가?” 이 말에 히치코크는 즉각 복종 의사를 밝히면서 말했다. “장군님, 저는 스웨인 씨를 저의 천막으로 모셨으면 합니다. 비록 여러 해 전이지만 저의 어머니가 스웨인 씨의 학교 동창생이십니다.” 셔만은 히치코크가 개인적 친분 관계를 거론하는데 대한 역정을 억지로 추스르면서 말했다. “그렇게 하시오, 소령.” 


두 명의 남부 사람들이 셔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셔만의 경비병들은 젊은 기관차 기사도 데리고 갔다. 그들이 가는 모습을 보는 동안 셔만의 귀에는 2명의 남부 사람들이 항복을 하려 온 것으로 착각한 주변의 병사들 무리 사이에서 “빌리 아저씨!”라고 서로 부르는 것을 포함한 고함 소리들이 들려 왔다. 그는 데이튼(Dayton) 소령을 불러서 지시했다. “소령, 저 곳에 있는 장교들에게 말을 전하게. 나는 병사들 사이에 존스턴이 우리에게 항복했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유포될까봐 걱정이 되네. 아까 본 친구들은 항복 사절이 아니라 평화 사절처럼 행세하려 드는 것 같군. 더 이상 그러한 행동이 용납되어서는 안 되겠네.” 데이튼이 말을 받았다.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장군님은 그들이 항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셔만은 데이튼을 손짓으로 떠나보내면서 우울한 느낌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스넬링(Snelling) 소령에게 시선을 주면서 경비병들에게 막사(幕舍) 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참모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평소처럼 주변에서 그에게 보내는 환호 소리는 무시한 채 머리를 곧추 세우고 앞을 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좀 더 큰 규모의 천막들이 집결해 있는 쪽으로 가면서 시가를 한 대 꺼내 입에 물고 앞 쪽에서 이곳을 향하여 이동하고 있는 검은 뭉게구름을 쳐다보았다. “오늘 밤에 또 비가 오겠군.” 그는 자연스럽게 비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도대체 이 빌어먹을 지역에서는 단 한 주일 동안이라도 계속 햇볕이 나의 뼈를 따뜻하게 데워 주지 않는 군”이라고 투덜대고 있었다. 그는 되도록 빨리 앉아서 다리를 뻗을 장소를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가 연기를 함축한 가래침을 뱉으면서 걸음을 빨리했다. 옆에서 따라 오던 매코이(McCoy) 소령이 말했다. “장군님, 저희들이 돼지 한 마리를 도살했습니다. 혹시 저녁 생각이 없으십니까?” 


셔만을 걸음을 멈추고 매코이를 노려보았다. “소령, 오늘 일정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 않나. 만약 우리가 경계를 늦추면 아직도 적들로부터 습격을 당할 수도 있네. 내가 보니 우리 장병들이 잔치 기분을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당장 중지시키게. 강력한 적군이 아직도 우리와 한 탕 하려고 벼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네.” 매코이는 금방 긴장된 표정이 되었다. “녜, 장군님, 데이튼이 장군님의 지시를 전파할 것입니다. 그런데 장군님이 원하시는 것은 없습니까?” 셔만은 매코이가 자신의 생각을 꿰뚫고 있음을 느꼈다. 이 젊은이는 이미 자신과 긴 세월의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함께 해 오고 있지 않는가. 셔만은 호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시가를 꺼내서 입에 물기는 했으나 성냥을 켜 댈 힘이 없어서 불붙이는 것을 그만 두고 시가를 호주머니에 도루 넣으면서 말했다. “사실은 지금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네.”


“그랜트(Ulyssis S. Grant) 장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셔만은 화들짝 놀랐다. “소령, 자네는 어떻게 나의 속생각을 나 자신보다 더 잘 아는 것인가. 자네야 말로 매우 유능한 참모일세. 그래, 그랜트 장군을 만나고 싶군. 나는 내가 그 동안 그랜트 장군과 나의 부대들을 한 곳에 모아서 한 방의 공격으로 이 반란을 진압할 것을 얼마나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는지를 실감하지 못 하고 있었네. 나는 그랜트 장군도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나는 그의 편지들에서 그 같은 것을 느꼈고 씨티 포인트(City Point)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느꼈었네. 그런데 이제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 되는 것 같네.” 


“장군님께서는 아직도 존스턴 장군으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아직도 양군 간에는 절대절명의 마지막 공격과 이에 대한 방어로 이루어지는 한 판의 결전(決戰)이 전개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닙니까?” 매코이의 말에 셔만은 고개를 가로 흔들면서 대꾸했다. “우리는 기존 계획대로 진격을 계속할 걸세. 우리는 계속 존스턴을 추격할 것이고 만약 그가 원하면 그의 부대를 몰살(沒殺)시킬 걸세. 존스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는 여러 얼굴을 가진 사나이지만 결코 바보는 아니네. 리 장군이 항복한 이유도 그에게 남겨진 선택할 수단이 완전히 고갈(枯渴)되었기 때문이었지. 문제는 존스턴에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선택지가 남겨져 있느냐는 것이지. 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아 보이네그려.” 


다음 날인 4월12일 아침 셔만은 랄리에서 왔던 2명의 노스 캐롤라이나 사람들에게 랄리에 대하여 특별히 결정된 작전계획이 없다는 말만을 해 주고 그들이 온 곳으로 귀환하는 것을 허용해 주었다. 그들은 킬패트릭 부대의 병사들로부터 쏟아지는 야유 속에서 젊은 기관사가 운전하는 그들이 타고 왔던 기차로 돌아갔다. 셔만은 그들이 탄 기차의 뒤를 바짝 쫓아서 폭우를 무릅쓰고 랄리로 진격해 갔다. 아침 8시에 그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 수도 랄리의 변두리에 도달했다.  


랄리의 남부 군 쪽은 이미 공식적으로 항복 의사를 공표하고 있었다. 랄리에서는 윌리엄 해리슨(William Harrison) 시장을 포함한 일단의 정장 차림의 항복 사절단이 셔만에게로 다시 왔고 셔만은 임박한 밴스 주지사와의 상면(相面)을 앞두고 링컨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회상하고 있었다. 밴스 주지사가 매우 분명한 사람이고 노스 캐롤라이나에는 소수이기는 했지만 남부의 분리 독립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 문제의 밴스 지사는 남부 연합 고위 관리인 그가 북부 군에 의해 체포될 것으로 생각하여 패닉을 일으킨 나머지 시로부터 도주하여 햄프턴이 이끄는 남부 군 기병대 진지에 합류해 있었다.  


셔만은 주 수도의 화려한 상점가와 주택가를 관통하여 지나면서 파괴된 상점의 유리 조각 파편들과 불붙은 상점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수행하는 그의 참모들은 이 같은 파괴 행위들이 도주하면서 약탈행위를 자행한 반란군 기병들의 소행으로 궁지에 몰린 자들이 자기들 편의 시민들에게 가한 마지막 잔학행위라는 설명을 계속하고 있었다. 셔만의 관심은 랄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이들의 설명을 일일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 킬패트릭은 이미 빠른 속도로 동서 쪽으로 이동하여 그린스보로(Greensboro) 쪽으로 향하고 있는 존스턴 부대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있었다. 존스턴은 그곳에서 그의 병력을 철도에 승차시켜 40 마일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Virginia) 주 댄빌(Danville) 시로 이동시킬 작정인 것 같았다. 존스턴의 남부군 부대들은 다시 한 번 그들의 앞길에 어떠한 장애가 가로놓여 있는지도 모르는 채 진흙투성이의 도로와 물이 불어난 계곡을 헤매고 있었다.  


셔만이 그의 병력을 랄리 주변으로 집결시키고 있을 때 그린스보로에서는 대부분의 남부연합 ‘정부’ 주요 인사들이 그들의 수도 리치몬드의 금고와 도서관으로부터 가지고 올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옮겨 온 가운데 연일 회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비가 계속 질척거리며 내리는 가운데 제퍼슨 데이비스(Jefferson Davis) 남부연합 대통령은 남아 있는 남부군 병력에 관한 비참한 현황을 설명 들었다. 존스턴 장군은 이 시각 현재 북부군의 진격 저지에 동원될 수 있는 남부군 병력은 북부군 병력에 비해 18대1의 열세라는 충격적인 통계수자를 보고했다. 오직 데이비스 대통령만이 지리멸렬된 남부연합의 각 지역에서 새로운 병력을 동원하여 아직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환상적 주장을 펼쳤지만 그 역시 종국적으로는 다른 군 수뇌들처럼 그에게 남겨진 선택은 오로지 하나에 불과하다는 존스턴 장군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존스턴은 이 회의의 결과에 입각하여 셔만 장군에게 서신을 보냈다.  


“W.T. 셔만 장군 귀하, 

최근 버지니아에서 진행된 전쟁의 결과로 교전 양측의 상대적 전쟁 역량에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본관은 이 같은 인식에 기초하여 혹시 장군께서 더 이상의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전투행위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양측의 문민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전면적으로 종결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모든 북부군이 모든 남부군과의 전투행위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도록 북부군 총사령관 그랜트 중장에게 건의해 줄 수 있는지를 문의하기 위하여 이 서한을 보냅니다. 

(남부군 사령관) 조셉 E. 존스턴 대장”  


셔만은 4월14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회신을 존스턴에게 보냈다. 

“장군의 서한을 접수했습니다. 본관은 귀관과 만나서 각기 지휘하는 양군 간에 일체의 전투행위를 중지시키는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 받았습니다. 본관은 그 목적을 위하여 귀하와 회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셔만은 매코이 소령에게 북쪽으로 더함 스테이션(Durham Station)에 위치한 킬패트릭 부대본부로 가서 존스턴으로부터의 회신 도착을 기다리다가 회신이 접수되는 대로 전보로 랄리에 있는 자기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예상했던 대로 회신은 빨리 왔다. 존스턴은 대치한 양군 간의 중간 지점에서 셔만과 회담할 것을 제의했다.  


셔만은 이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상념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고 게다가 그의 숙소를 둘러싸고 주둔해 있는 부대 병사들 쪽에서는 끊임없는 소음(騷音)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손에 시가를 꺼내 든 채 참모들이 차려 놓은 딱딱한 빵과 이빨이 잘 들어가지 않는 고기 조각으로 이루어진 식사로 건성건성 조반을 때웠다. 그의 참모들은 이미 모였지만 그의 기분을 살핀 나머지 모두 그와는 좀 떨어진 거리에 서 있었다. 셔만은 그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는 참모들이 일정한 거리 밖에 위치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미 하루 전에 기관차에 2대의 객차를 연결한 기차를 준비시켜 놓았었다. 그는 두껍고 딱딱한 빵을 집어서 절반으로 잘라서 반은 입에 넣고 나머지 반은 식탁 위의 접시에 던져 놓았다. 한 손에는 여전히 시가가 들려 있어서 빵을 집는 것이 불편했다. 그는 곧 머릿속의 잡다한 상념을 정리하고 단 한 가지에 집중했다. 그는 시가를 던져버렸다. 이빨 사이로 밀어 넣었던 빵 조각이 맛대가리가 없었지만 시간을 축낼 목적으로 우물우물 씹는 것을 계속했다. 


부대 진영의 분위기는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제 밤의 축제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부대원들의 동작에는 민첩함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한 편에서는 횃불을 지피고 있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이미 커피가 준비되어 있는 주방 마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침 시간에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즐거움이 허기(虛飢)로 대체되고 있었다. 셔만이 말없이 줄지어 있는 천막들과 모아져 있는 소총 더미 및 마차들을 지나서 이동하는 동안 이른 봄 새벽의 쌀쌀함 속에서 바지 멜빵과 윗저고리를 추스르면서 천막 밖으로 나서는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병사들이 그를 아랑곳하지 않는 데 대한 안도감 속에서 혹시라도 밤사이에 누군가 기차에 손상을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배치되어 있는 경비병들에게 눈길을 주면서 기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이제는 어느 누구도 이곳에 불을 질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이곳에 헌병을 배치할 것을 지시했었다.  


동쪽으로 태양이 지평선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옅은 안개가 천막들 사이로 퍼져 올라오는 가운데 여러 가지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는데 그 어느 냄새도 사람의 체취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공급된 비누와 물로 오랜만에 샤워를 했기 때문에 해변 쪽으로부터 퍼져 오는 냄새에는 비누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지휘관들의 관심은 냄새보다는 병사들의 건강에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오랜 야전 생활의 결과로 저마다 이나 벼룩 등 불청객(不請客)들을 몸에 달고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워를 통해 청결해진 병사들에게서는 생기가 느껴졌다. 병사들 가운데는 그들이 사바나(Savannah)를 떠난 뒤 처음으로 그들의 턱을 덮었던 제비집 같은 수염을 면도칼로 밀어낸 자들이 많았다. 셔만은 자신도 거울도 없이 구레나룻을 짧게 밀어냈지만 다른 병사들의 모습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있을 때 간간히 손질한 기름기가 밴 붉은 색의 더부룩한 그의 두발 모습은 여느 때와 다른 것이 없었다. 그의 군복은 다른 사람들보다 칼라가 훨씬 높게 치켜진 이미 유행이 지난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이 그의 군복을 가지고 화제를 삼아서 그를 놀린 일이 있었지만 그는 그의 높은 칼라 때문에 그의 등을 꼿꼿이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부하들 사이를 누비는 것이 지휘관의 단정한 몸가짐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때때로 이동 도중 길가에서 토막잠을 청할 때가 많았고 이때는 그 옆을 지나는 병사들도 그를 잠시 노변(路邊)에 곯아떨어진 한 명의 장교로 혼동하는 것이 예사였다. 잠이 쏟아질 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을 잔다는 것이 그가 지키는 생활 철칙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 시각에는 주변의 어느 곳에도 잠을 자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기차에 눈길을 주자 그를 알아본 경비병들이 차렷 자세를 취했고 장교 한 명이 그에게로 닥아 와서 말을 걸었다. “장군님, 기분 좋은 봄 날 아침입니다!” 셔만이 “그렇군, 그런데 지금 몇 시인가?”라고 묻자 장교는 주머니 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서 과장된 몸짓으로 뚜껑을 열었다 닫더니 마치 어느 공식 모임에서 하는 것처럼 큰 소리로 대답했다. “7시40분입니다!” 그가 “기차는 출발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자 장교는 “그럴 것”이라면서 “아직 기관사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고 대답했다. 셔만은 “물어보지 말라”고 제지하면서 “내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셔만은 장교의 경례를 무심한 손짓으로 건성 받으면서 그를 지나서 앞으로 나갔다. 그가 입 속에 물고 있던 빵 조각은 거의 입속에서 사라졌지만 아직 입 안에 남아 있던 빵 조각을 손가락으로 꺼내서 장교 쪽으로 던지면서 그가 그것을 받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뱃속이 또 뒤틀리고 있었다. 그는 뱃속의 뒤틀림을 이미 한참 동안 참고 있었다. “오늘은 4월17일이지…” 기관차는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는 다른 때처럼 기관차라는 무쇠덩어리 괴물을 다시 쳐다보았다. “대단한 기술 혁신이군…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키고 있는 괴물이지. 그렇게 많은 군인들을 한꺼번에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다니…” 그의 상념이 다시 날개를 펴고 있었다. “도대체 우리가 파괴한 철도의 길이는 얼마나 되는 것인가? 우리가 대부분을 마비시켰지…그래도 사람들이 곧 수리할 것이 아닌가.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 


그는 한 장교가 가까운 기차 칸에서 내려서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데이튼 소령이 그를 향하여 오면서 인사했다. “장군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기차는 명령만 하시면 즉시 출발이 가능합니다.” “소령, 자네도 잘 잤는가?” 셔만의 인사말에 데이튼이 대꾸했다. “굉장한 날이군요, 장군님. 모두들 흥분하고 있습니다. 히치코크는 붕 떠 있습니다. 제가 너무 들뜨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오늘은 정말 기억해야 할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너무 들뜨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느낍니다. 온 세계가 오늘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그리고 장군님께서 오늘 무슨 일을 이곳에서 일어나게 하실 것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장군님을 보좌해 드리는 것은 저에게 엄청난 영광입니다!” 


셔만은 데이튼 소령의 어깨 너머를 보면서 젊은 장교의 흥분 상태에 덩달아 들뜨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 이제 기차를 타세. 모두들 승차하세.” 데이튼이 곧 뒤받았다. “예, 장군님,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 초청한 사람들은 이미 열차의 뒤 칸에 승차를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셔만은 데이튼에게 지시했다. “그들은 손님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 군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을 그대로 뒤 칸에 있게 하라. 나는 어느 누구와도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다. 특히 기자는 한 명도 내 가까이 오지 않게 하라.”  


셔만은 기차로 접근하면서 검은 연기 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심호흡을 하면서 뱃속에서 마치 벌집을 쑤신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그가 선두 기차 칸으로 가는 동안 착검(着劍)된 소총을 옆구리에 세운 경비병들이 웃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지나서 기차 칸에 올랐다. 갑자기 그는 혼자 몸이 되었다. “자, 이제 앉을 좌석을 하나 골라야지.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한 두어 시간이면 되겠지.” 


그런데, 급하게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셔만은 귀에 익지 않은 목소리가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한 남자가 경비병의 밀착(密着) 안내를 받으면서 그에게로 달려 왔다. 셔만은 그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었다. 바로 매코이 소령의 전보를 그에게 전해 주었던 전신기사였다. 그가 몸을 떨고 있는 것을 보면서 셔만도 순간적인 전률감을 느꼈다. 그의 얼굴에서 엄청난 긴박감(緊迫感)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비병에게 기차 칸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명령했다. 경비병이 나가자 셔만은 전신기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장군님, 저는 방금 모어헤드 시티(Morehead City)를 경유하여 전달된 한 통의 암호화된 전보를 받았습니다. 이 전보는 전쟁성(War Department)에서 온 것입니다, 장군님, 그리고 저는 전보의 첫 줄을 읽으면서 이 내용이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선 이 전보의 암호를 해독해야 합니다. 아무튼, 장군께서는 출발하시기 전에 이 전보를 읽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신기사의 대답이었다. 전신기사의 말에서는 긴박감이 느껴졌다. 셔만은 그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셔만은 “그래, 내가 기차를 정지시키고 있지”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전신기사는 불이라도 난 듯 뛰쳐나갔다. 셔만은 뱃속에서 계속되는 불편감을 눌러 참으면서 앞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벼라 별 생각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났다. “무엇일까? 그랜트 장군에게 사고가 생긴 것인가? 아니면 남부군의 리 장군의 부대 중 항복을 거부하는 병력이 사고를 일으킨 것인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러나 전쟁성으로부터의 급전(急電)이라면 무언가 중요한 일이 아닐까?” 


이때 히치코크 소령이 기차 칸에 올라와서 웃는 얼굴로 그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그는 그에게 뒤쪽 자리에 앉으라고 지시하면서 “잠시 기다릴 일이 있어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히치코크 소령은 그를 지나서 뒤 쪽으로 갔다. 셔만은 그의 웃는 얼굴에 웃음으로 되갚아 줄 수 없었다. 이어서 데이튼 소령이 다시 나타났고 몇 명의 참모들이 앞을 다투어 기차 칸으로 오르는 가운데 차 밖의 플랫폼에서는 무엇인가를 잔뜩 기대하는 표정의 커닝햄(Conyngham) 기자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기차에 오른 커닝햄 기자는 셔만의 손짓에 따라 기차 칸 후미의 좌석으로 이동했고 몇 명의 다른 기자들이 뒤를 따랐다. 데이튼이 그의 앞을 지나다가 궁금한 모습으로 셔만의 얼굴을 응시했다. 셔만은 그로부터 시선을 돌려서 기차역에서 혼잡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는 동안에 문제의 전신기사가 기차 역사를 나와서 셔만의 차 칸으로 뛰어 왔다. 그의 얼굴은 잿빛이었다.  


“장군님, 이 전문을 읽어 보십시오.” 셔만은 전신기사의 떨리는 손으로부터 전보를 받아 들었다. 전보는 스탠튼(Edwin Stanton) 전쟁장관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는 이상하게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이 내용이 무엇일까? 무슨 명령일까?” 그러나, 그는 휘갈겨 쓴 필체의 전보문을 읽는데 집중했고 읽으면서 식은땀이 바짓가랑이로 줄지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가장 가까운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전신기사에게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 “당신, 이 전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었습니까? 또는 이 내용을 가지고 누구와 이야기했습니까?” 전신기사는 황급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도, 이야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셔만은 더욱 갈아 앉은 목소리로 그를 향하여 고개를 잔뜩 숙인 전신기사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돌아 올 때까지 결코 아무에게도 이 내용이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이 내용은 최고로 중요한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크게 충격을 받은 전신기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아래위로 흔들었고 셔만은 앞자리의 등받이를 손으로 잡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면서 전신기사에게 다시 다짐했다. “아무도 이 내용을 알아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이에 관하여 침묵을 지킴으로써 국가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본관은 오늘 중에 이곳으로 돌아 올 것입니다.” 셔만은 전신기사가 다시 머리를 아래위로 흔드는 것을 보았다. 전신기사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예, 장군님,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셔만이 그에게 말했다. “사무실로 돌아가시오. 이 전문은 내가 보관하겠소.” 


셔만은 전신기사가 빠른 걸음으로 기차에서 내려서 정거장의 그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지 않았다. 셔만은 다시 한 번 전문을 읽어 보는 순간 배를 째는 통증을 느꼈다 그는 눈을 내리 깔았다. “이 내용은 참모들은 물론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그가 눈길을 낮추어 자신의 두 구두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 그에게 와서 말했다. “열차 운전기사가 언제 떠날 것인지를 묻습니다.” 그는 그의 열차 칸으로 뛰어 올라 온 니콜스(Nichols) 소령의 웃는 얼굴이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흠칫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소령에게 말했다. “이제 출발해도 되네.” 소령은 “운전기사에게 그렇게 전하겠다”면서 “그 밖에 다른 하실 말씀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없네, 출발하세”라고만 대꾸했다. 


잠시 뒤 기차가 기적을 울리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뒷좌석의 그의 참모들은 궁금한 마음은 금치 못하면서도 조용하게 앉아서 아무도 그에게로 오려 하지 않았다. 셔만은 속으로 말했다. “이 내용을 저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그러나, 아직은 안 되지. 오늘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지. 주의가 흐트러져서는 안 되지.” 그는 암호가 해독된 전보문을 여전히 손 안에 쥐고 있었다. “이 전쟁이 또 하나의 비극을 탄생시켰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비극으로 괴로움을 겪어야 할 것인가? 나는 이 내용을 나의 예하 장병들에게도 알려야 할 터인데…” 스탠튼 장관의 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에이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은 4월14일 저녁 워싱턴 시의 포드 극장(Ford’s Theatre)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도중 한 암살범이 발사한 권총 탄을 머리에 맞고 암살되었다. 암살범은 시워드(William H. Seward) 국무장관과 그의 아들도 저격(狙擊)했다. 암살범은 그랜트 장군 내외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부통령이 즉시 새로운 국가원수로 선서를 했다. 본직은 다른 암살범이 귀관을 뒤쫓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하고 있다. 본직은 귀관이 이 같은 위협에 대하여 링컨 대통령보다는 더 민감하게 대응하기를 희망한다…”  


셔만 장군이 그를 만났을 때 킬패트릭은 그가 가는 어느 곳에서나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잔뜩 허세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가 부대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가옥은 온통 깃발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킬패트릭 특유의 축하 방식으로 셔만 장군이 원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화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셔만은 킬패트릭이 어째서 그렇게 하는지 그 목적을 가지고 시비할 여유가 없었다. 킬패트릭의 부대본부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셔만이 무엇 때문에 왔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사이에는 짧은 인사가 오갔다. 셔만은 즐거워 할 기분이 아니었다. 킬패트릭은 아무런 불평 없이 기병들을 단정한 대열로 도열시켜 놓고 있었다. 그들의 사령관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길에서는 맨 앞에 백기(白旗)를 든 장교가 선도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부대 행진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수(旗手) 바로 뒤에는 이 같은 병력 시위 때면 항상 통상적으로 그런 것처럼 1개 소대의 칼패트릭 부대 병사들이 경호 병력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뒤에는 셔만이, 그리고 셔만 뒤에는 그의 참모들을 포함인 다른 병력들이 뒤따랐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종군 기자들도 이때는 말을 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보통 때처럼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 셔만의 낡은 군복은 오래된 땟국에 절어 있었고 칼러는 구겨지고 한 쪽 손목의 소매는 달아빠져 있었다. 양쪽 발에 달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한쪽 발에만 박차를 달고 있었다. 앞으로 진행하는 동안에 셔만의 머릿속에서는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오늘의 이 행진은 공식 정장(正裝)을 요구하는 것이었는가?” 오늘은 킬패트릭 부대의 기병들로 진행로를 가득 메우는 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닌가? 이들은 분명히 만일 어느 멍청한 적군 병사들이 나에게 총탄을 발사하기라도 한다면 지옥 같은 불벼락을 그들에게 안겨 줄 것이 아닌가?  
 



머릿속에서 끝없는 소음(騷音)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 말고삐를 단단히 틀어 쥔 그의 장갑 낀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입에는 시가가 단단하게 물려 있었다. “존스턴은 신사적인 인물일까? 도대체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있었던가? 아니야, 만난 적이 없지. 분명한 것은 그가 멕시코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고 아마도 그랜트는 아는 사람일 거야. 그를 만나면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여야 할 것인가? ‘안녕하십니까, 존스턴 장군, 이제 당신의 빌어먹을 군대는 나에게 항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해야겠지.” 그는 한 손을 그의 윗옷 호주머니에 넣어서 문제의 전보를 만져 보았다. “아니야, 이제 우리가 만나자마자 다른 모든 문제를 제켜놓고 우선적으로 논의할 문제는 이 전보의 내용이지. 제길 할, 어쩌면 그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아무튼 오늘은 보통 날이 아니로군.” 

 

앞이 시끄러워지더니 킬패트릭의 부하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 와서 그에게 경례를 했고 그도 마주 경례를 했다. 옆에서 킬패트릭이 셔만을 질색하게 만드는 고함으로 그의 부하를 다그쳤다. “중위, 무엇이야?” “사령관님, 지금 막 백기를 든 한 반란군 기마병이 다가왔습니다. ‘존스턴 장군이 뒤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킬패트릭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렇다면 우리는 그가 우리 부대 대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셔만은 그의 군모를 만지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행렬 앞으로 나아가서 그를 맞이해야 하겠군. 나머지 절차적인 문제는 그 뒤에 따지기로 하세.” 


셔만이 중위를 따라서 행렬 앞으로 나아가자 그의 일행들도 뒤 따랐다. 경호 문제가 있을 것이었지만 셔만은 이를 무시한 채 앞 쪽에서 그의 시야(視野) 속으로 들어오는 소규모의 남부군 복장을 한 기마병들과 그들이 들고 있는 백기에 눈길을 주었다. 그는,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그들의 얼굴을 돌아보다가 키가 큰 기병장교의 호위를 받고 있는 작은 키의 한 사람에게 눈길을 멈추었다. 그가 그들로부터 몇 미터 앞에서 그의 말을 정지시키자 찌푸린 얼굴로 백기를 손에 들고 있는 그 기병장교가 소리를 질렀다. “인사드립니다. 이분은 조셉 존스턴 대장이고 저분은 웨이드 햄프턴 중장입니다.” 


셔만이 존스턴을 주시하는 가운데 킬패트릭이 대꾸했다. “이분은 미합중국군의 윌리엄 T. 셔만 소장이고 나는 져드선 킬패트릭 소장이오.” 셔만은 그의 말을 존스턴 앞으로 전진시키면서 존스턴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존스턴도 셔만의 얼굴을 응시(凝視)하고 있었다. 왜소(矮小)한 체구로 턱에는 은색(銀色)의 구레나룻이, 군모 아래로는 회색의 머리카락이 눈에 뜨이는 존스턴의 안색(顔色)은 피로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셔만은 존스턴의 군복이 틀림없이 새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와는 다르군, 빌어먹을, 그러나 오늘은 정장이 필요한 날이 아니지 않는가.” 


말들이 가까이 다가서자 존스턴이 손을 내밀었고 셔만이 이를 마주 잡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서로 인사교환이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각기 자기측의 참모들을 소개했다. 셔만은 상대방이 소개하는 상대측 참모장교들 대부분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잊어버리면서 존스턴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수인사가 끝나자 셔만이 말했다. “장군, 어디 우리가 조용하게 마주 앉을 장소가 없을까요. 말 위에서 대화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군요.” 존스턴이 “저 뒤로 잠시만 가면 농가(農家)가 하나 있지요. 괜찮다면 그리로 가실까요”라고 대꾸하자 셔만이 “좋지요. 안내를 부탁합니다”라고 화답했고 그들은 즉시 그 농가 쪽으로 향했다. 이제 얼굴에 미소를 떠 올린 존스턴이 셔만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면서 부드러운 버지니아 사투리로 셔만에게 말을 건넸다. “장군, 우리 둘이 나란히 앞장을 섭시다. 다른 참모들은 뒤 따라 오라고 하지요.” 셔만은 이 같은 형식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그럽시다”라고 화답했다. 


농가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존스턴은 주로 전쟁 발발 이전에 알고 지냈던 장교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화두(話頭)를 이어 갔지만 셔만은 주로 침묵을 유지했다. 셔만이 보기에 존스턴은 자신보다 나이가 약간 많아서 아마도 60세 전후일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은 나이와 경험으로 퍽 탄탄해 보였다. 도로가 약간 휘면서 농가가 시야에 들어오자 존스턴은 “이 농가의 주인은 베네트(Daniel Bennet)란 사람”이라면서 “아마도 이 분은 우리가 자기 농가를 잠시 사용하는 데 기꺼이 동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셔만은 머리를 끄덕임으로써 공감을 표시했지만 마음속에서는 “그들이 동의하건 말건 무슨 상관인가”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은 말에서 내리면서 각기 수행하는 참모들에게 농가 밖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존스턴이 농가의 문을 여는 순간 셔만은 옆의 유리창 너머에서 한 어린아이의 얼굴을 발견했다.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와서 서로 다른 군복의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자기를 소개했다. “저는 다니엘 베네트의 아내입니다.” 셔만이 “부인, 우리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부인의 집을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여인은 존스턴 쪽을 쳐다보았다. “맞다. 허락한다면 잠깐이면 되겠다. 부인 댁에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존스턴의 말에 대해 여인이 “좋다. 그러면 우선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도록 허락해 달라. 잠시 저 밖에 있는 창고 건물로 가 있겠다”라고 하자 존스턴은 “그렇게 하라”고 동의했다.  


여인은 곧 다른 방으로 가더니 잠시 뒤에 4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집 밖의 창고 건물로 이동했다. 아이들의 눈에 어린 공포감을 보는 순간 셔만은 문득 자신의 어린 딸이 생각났다. “이처럼 많은 수의 군인들이 집안으로 전쟁판을 끌고 들어오는 일이 생긴다면 나의 딸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잠시 시간이 흐르고 여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밖으로 나가자 셔만의 상념(想念)은 이번에는 여인의 남편, 그러니까 아이들의 아버지에게로 옮겨졌다. “어쩌면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존스턴은 알고 있지 않을까? 아마도 어디에선가 남군(南軍)의 한 사람으로 전쟁에 참가하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저 밖에 있는 남군 중의 한 사람은 아닐까?” 


존스턴은 셔만을 사각형의 큰 방으로 안내했다. 이 방의 한 쪽에는 대형 벽난로가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도 2층의 침실들로 연결되는 층계가 있었다. 바닥에 널빤지가 깔린 방의 옆에는 한 쪽으로 침실과 함께 음식 냄새가 주방(廚房)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방에 있는 식탁의 의자에 앉자마자 모자를 벗은 존스턴의 머리는 은발(銀髮)로 덮여 있었다. 셔만은 양측 참모들이 문 안으로 그들 두 사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 가운데 자신의 부관 데이튼에게 지시했다. “소령, 이 만남은 비공개니까 문을 닫아 주게.” 데이튼이 이 지시에 따라 문을 닫자 방안은 한결 더 어두워졌다. 존스턴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식탁 위에 놓인 존스턴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란군도 긴장하는군!” 셔만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동안 방안을 돌아보던 셔만이 드디어 말을 꺼내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서 그가 워싱턴으로부터 받은 ‘전문(電文)’을 만지작거렸다. 셔만은 존스턴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장군, 나는 장군에게 공개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나를 제외하고는 나의 사령부에서도 아직 이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나는 나에게 전달되는 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내용을 보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존스턴은 호기심을 가지고 셔만으로부터 건네지는 문건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읽기를 마치자마자 존스턴은 손을 식탁 위에 올려놓은 채로 머리를 가로 흔들고 어깨를 움츠리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치욕(恥辱)이군요. 남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災難)을 강요하는군요!” 셔만은 존스턴의 얼굴을 스치는 엄청난 동요를 관찰할 수 있었다. 존스턴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면서 소리쳤다. “나는 이 내용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셔만은 “혹시, 장군은 이 문건이 우리(북부)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면서 “나는 장군이나 로버트 리 장군이 혹시라도 문제의 암살(暗殺) 행위에 연루되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솔직히 말하여, 제퍼슨 데이비스(남부 연합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존스턴은 머리를 격렬하게 가로 흔드는 것으로 그 가능성을 부정(否定)했다. “나는 바로 며칠 전에 데이비스 대통령을 만났지만 그에게서 이 같은 야만적(野蠻的)인 행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전혀 없었습니다. 이것은 모든 문명인(文明人)들에 대한 모욕(侮辱)입니다.” 이에 대해 셔만은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그렇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도 이 전문 내용을 나 자신의 참모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녁에는 공개해야 하겠지요. 나는 이 사실이 공개될 경우 랄리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특히 북부군의 장병들로부터 엄청난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분입니다. 그래서 만약 어느 바보 같은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이들 장병을 자극하는 행위나 말을 한다면 어쩌면 콜럼비아에서 일어났던 일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엄청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를 받아서 존스턴이 “그 점에 관해서는 본관이 장군을 도와드릴 방법이 없겠다”면서 “본관은 오직 이성이 지배하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겠다”고 말하자 셔만은 “본관도 항상 이성의 지배에 기대를 걸어 왔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성의 지배가 항상 가능했던 것은 아니지요. 장군, 귀하는 귀하의 부대가 본관의 부대와 힘을 겨루어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요. 리 장군이 항복했으니까 귀관도 명예와 예의를 갖추어 같은 방식으로 본관에게 항복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본관의 생각으로는 이것 외의 다른 대안은 없을 것 같습니다.”

 

존스턴은 책상 위에 그와 셔만 사이에 놓여있는 전보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본관도 그 점에 관해서는 시비할 수 없겠습니다. 장군, 우리들 사이에 더 이상 전투가 전개된다면 그것은 살인행위 외의 다른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차라리 남부연합 군 전체가 북부 군 전체에게 항복하는 방식을 협의하면 어떨까요. 리 장군은 그의 예하 부대에 대해서만 지휘권이 있고 본관 예하의 부대는 본관의 지휘를 받습니다. 만약, 장군이 동의한다면, 본관은 그렇게 하기 위한 권한을 데이비스 대통령으로부터 수령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셔만은 존스턴의 방식에 따를 경우 일이 불필요하게 복잡해 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존스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최근 링컨 대통령과 그랜트 장군을 함께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지금의 시점에서도 그 두 분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의 생각에는 일관성과 일치성이 있습니다. 즉, 그 분들은 북부 사람들이 남부연합의 군대에 대해서는 전혀 원한이 없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그 같은 정서는 남부의 군대에 대한 것이지 데이비스 씨와 남부의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그랜트 장군이 리 장군과 합의한 남부군의 항복 조건은 매우 관대하고 편견이 배제된 것이었습니다. 귀관도 이 같은 견해에 동감하여 남부의 다른 군부대들이 같은 조건으로 북부에 항복하도록 할 수는 없겠습니까?” 


이에 대해 존스턴이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 “어쩌면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본관이 데이비스 대통령으로부터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수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부의 미합중국은 남부연합 ‘정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기술적으로 남부에 존재하는 ‘민간정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이 말을 듣는 셔만은 마음속으로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존스턴에게 “귀관도 이 전쟁은 이제 종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고 이에 대해 존스턴은 공감(共感)의 표시로 두 손바닥을 뒤집어 보이면서 “당연하지요”라고 일단 대답했다. 그러자, 셔만은 “본관은 바로 이 자리에서 그랜트 장군이 리 장군에게 제시했던 항복 조건을 똑 같이 귀관에게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존스턴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입장은 그랜트 장군에게 항복할 때의 리 장군의 입장과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리 장군은 ‘부분’을 다루었지만 지금 본관의 입장은 ‘전체’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혹시 귀관은 귀관이 제시하는 조건을 조금 수정하여 본관과 합의할 수는 없겠습니까? 우선, 그랜트 장군이 리 장군과 합의한 것은 ‘부분적 전쟁행위 종결’이었지요. 우리는 그보다는 ‘항구적 평화’에 관하여 합의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존스턴의 이야기를 듣던 셔만은 그의 머릿속에서 소위 ‘민간정부’의 ‘권능’ 문제로 골치가 아프던 것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면서 존스턴에게 말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더 이상의 인명(人命)의 출혈(出血)과 재산상의 파괴를 방지하고 통일국가를 성취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 두 사람이 남부의 ‘주’들이 미합중국에 복귀하는 데 필요한 합의를 이룩합시다. 본관은 이 같은 합의야 말로 생전에 링컨 대통령이 추구했던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내내 둘만의 대화를 계속했다. 대화 내용은, 가끔 전쟁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교적인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셔만은 존스턴과의 사이에 전쟁을 종결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셔만의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앞으로 남부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대사면(大赦免)이 고려될 때 제퍼슨 데이비스만큼은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미합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반란의 책임과 관련하여 데이비스에 대한 처우가 남부군의 어느 장군이나 어느 세력과 같을 수킄 없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政街)의 지배적인 분위기라는 사실을 숙지(熟知)하고 있었다. 셔만 자신은 동의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이 문제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물론 남부연합의 반란의 주모자로서 북부 사람들에게 보다 크게 각인(刻印)되어 있는 사람은 로버트 E. 리 장군이었지만 그는 이미 북부군에의 항복을 선택함으로써 그가 책임 져야 할 부분을 어느 정도 희석(稀釋)시켜 놓은 셈이 되어 있었다. 남부연합 반란의 책임 문제는 이제 그 상징적 존재였던 인물로부터 남부연합이라는 ‘반란국가’를 아직도 대표하는 인물 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해 질 무렵에 존스턴은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 쌍방 정부에 제출된 합의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조율할 것을 제안했다. 내일 있을 속개 회담에 앞서서 존스턴은 남부연합 ‘정부’로부터 남아 있는 골치 아픈 문제들에 대한 협상 전권을 위임 받을 생각이었다. 셔만은 존스턴과의 협상이 그로서는 참기 어려운 사소한 문제로 교착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면서 베네트의 농가를 떠났다. 그는 킬패트릭과 참모들을 거느리고 더함 스테이션의 부대 막사로 귀환하면서 그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여는 순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느꼈다. 이제는 그의 부대 장병들과, 휘하 장군들 및 자신의 참모들에게 링컨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사실을 알릴 때가 되었다.  


그는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모든 막사의 경비병을 배가하고 헌병들로 하여금 특히 민간인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게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랄리 안팎에서 민간인들에 대한 보복 행위나 잔학 행위가 일체 발생하지 않았다는 보고가 셔만에게 안도감(安堵感)을 안겨주었다. 그 대신, 셔만은 링컨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해들은 대부분의 장병들이 그들의 천막 안에서 총을 쏘거나 횃불을 밝힘이 없이 그들끼리 모여서 눈물로 그들의 대통령이 서거한 데 대한 슬픔을 자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셔만과 존스턴은 이튿날 베네트의 농가에서 둘 만의 회담을 이어 갔다. 존스턴은 전쟁 종결에 수반되는 비군사적 문제들에 관하여 셔만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날 존스턴은 셔만도 잘 알고 있는 존 브라켄리지(John Brackenridge)를 대동하고 왔다. 브라켄리지는 제임스 부캐난(James Buchanan) 대통령 아래서 부통령을 지낸 사람이었다. 남부연방에 충성하는 그는 남부연방군의 소장(少將)으로 전쟁에 참전했으나 브락스톤 백(Braxton Bogg) 장군과의 불화(不和) 때문에 현역(現役)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를 ‘전쟁장관’으로 남부연합 ‘정부’에 참여시키고 있는 데이비스 ‘대통령’이 그가 참여할 경우 거기서 만들어지는 남북간의 합의는 남부연합 ‘민간정부’가 승인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면서 그를 이 자리로 파견한 것이었다. 


그러나, 셔만의 입장에서는 남부연합 ‘정부’의 고위 직책에 있는 그가 협상에 참가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그에게는 남부연합 ‘정부’ 인사와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에 관하여 두 사람 사이에는 브라켄리지가 참여하는 자격은 ‘육군 소장’의 자격으로 하는 것으로 하자는 존스턴의 절충안을 셔만이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장시간의 토의 끝에 두 사람은 모든 현안 문제에 관하여 합의에 도달했고 셔만이 이 내용을 문서화했다.   

 



그 내용은, 우선 쌍방 정부가 수용하면 쌍방의 군 간에는 48시간 유효한 정전(停戰)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48시간이면 쌍방의 모든 부대장들에게 정전의 내용을 알려주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그 밖의 정전에 관련된 구체적 사항들에 관해서도 세세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모든 남부연합 군대는 즉시 해산되어 장병들은 일단 남부연합의 수도로 철수하여 다음 명령을 대기하며 그 동안 남부 군의 모든 장병들은 각자가 다시는 전투행위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써서 제출하기로 되었다.  


셔만의 입장에서 민간 부문에 관한 합의는 명료(明瞭)한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미합중국 대통령은 미합중국 헌법에 복종할 것을 선서하는 모든 현직 남부연합 ‘주지사’들을 유임(留任)시키되 그 같은 조치의 합헌(合憲) 여부는 미합중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를 것이었다. 남부연합의 모든 주민들에게는 미합중국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권한과 인신과 재산에 관한 권리가 보장될 것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이 합의에 의거하여 전쟁이 종식될 것이었다.


“남부연합 군대가 해체되고 남부군 장병들이 평화적 생업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미합중국 행정부는 그들에게 대사면을 실시하기로 한다”는 합의가 문서화되었다. 특히, 브라켄리지의 의견에 따라 만들어진 합의문서의 마지막 구절이 ‘민간정부’와 관련된 문제에 관하여 셔만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아직 각자의 상사(上司)로부터 이 합의의 내용을 이행할 전권(全權)을 부여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은 우선 개인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각기 즉각 이에 관한 권한을 상사로부터 부여 받아서 이를 이행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셔만은 이로써 평화가 회복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회담장을 떠났다. 그 결과, 4월17일에는  내용을 우물쭈물 공개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그 동안 전개된 상황을 그의 부대 장병들에게 공지(公知)시킬 수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본 사령관은 전 부대 장병들에게 정전이 발효(發效)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존스턴 장군 및 고위 관리들과의 사이에, 공식적으로 인준되는 경우, 포토막(Potomac) 강으로부터 리오 그란데(Rio Grande) 강까지의 사이에 평화를 회복시킨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공표한다” 


4월19일 이른 아침 셔만은 히치코크 소령에게 즉시 해변으로 가서 배편으로 워싱턴으로 가서 존스턴과의 합의 내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히치코크의 임무는 존스턴과 함께 서명한 합의문과 이를 부연 설명한 셔만의 친필 서한을 스탠튼 전쟁장관과 그랜트 장군의 참모장 할레크(Henry Halleck) 장군 및 그랜트 장군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히치코크에게는 이 문건들을 신문기자들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히치코크가 이 문건들을 전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셔만은 최근 스코필드(John Schofield) 소장이 이끌고 그의 휘하로 합류한 10 및 23군단 등을 위주로 휘하 부대들을 시찰하면서 초조감을 달랬다. 이 같은 분주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밤 혹심한 불면증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불안감 속에서 보냈던 이때의 랄리에서의 며칠 간은 그가 미합중국 서부방면군 사령관의 직책을 수행한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4월23일 셔만은 히치코크로부터 귀환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24일 부대에 복귀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는 가급적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히치코크의 귀환을 기다렸다. 그는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존스턴도 마찬가지 심경으로 소령의 귀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4월24일 새벽 6시 그는 기차역에서 쌀쌀한 날씨 속에서 추위보다는 긴장감으로 몸을 떨면서 기다리던 기차의 도착을 직접 마중했다. 기차에서 히치코크가 뛰어내렸지만 그의 얼굴은 평상시의 명랑함은 사라지고 잔뜩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히치코크를 따라서 기차로부터 뛰어내리는 또 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셔만은 놀라움에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랜트 장군이 내리고 있었다. 잠시 두 사람을 반가움에 서로를 부둥켜안았지만 셔만은 이내 그랜트가 전하는 그의 방문 목적을 설명 듣는 순간 철퇴로 머리를 얻어맞는 세찬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존스턴 장군과 이루어낸 남부 군 항복의 조건들이 미합중국 정부에 의하여 거부된 것이다.  


두 사람은 즉시 셔만이 지휘부로 사용하는 주지사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서 마주 앉았다. 모든 일에 우선하여 그랜트의 요구에 따라 셔만은 그랜트의 부대 방문 사실에 대한 엄격한 보안 조치를 취했다. 그의 부대 방문 사실은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이었다. 셔만은 그랜트로부터 그가 직접 랄리로 온 이유를 설명 듣자 그가 온 목적이 셔만을 위기로부터 구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금방 이해하고 즉시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셔만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그랜트 장군은 셔만이 작성한 존스턴에게 보내는 전문(電文)의 문면을 읽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남부연합군 사령관 존스턴 장군 귀하,  

귀관은 우리가 합의한 휴전 또는 교전행위의 중지가 합의문 제1항에 의거하여 이 전문이 귀 부대본부에 접수되는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발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미합중국 육군소장 W.T. 셔만”


그랜트의 앞에는 또 한 장의 전문이 놓여졌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존스턴 장군 귀하, 

본관은 워싱턴으로부터 본관의 4월18일자 보고에 대한 회신을 받았습니다. 본관은 워싱턴으로부터 귀관만을 직접 상대하고 남부연합의 ‘민간 정부’는 상대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본관은 귀관에게 귀관의 군대가 4월9일 애포매톡스(Appomatox)에서 리 장군이 수용했던 조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즉시, 깨끗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항복할 것을 요구합니다.“  


내용 읽기를 마친 그랜트 장군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시가 연기 속에서 말했다. “그만 하면 우선 되겠네요. 이와 동시에 귀관은 귀관의 예하 부대 지휘관들에게 전승(戰勝) 행진 준비를 지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귀관은 귀관이 제시한 48시간이 경과한 뒤에는 진행 코스 등 전승 행진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하달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어느 곳에서 교전행위가 계속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지요.” 


셔만은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랜트에게 말했다. “교전행위는 결코 계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존스턴은 명예를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의 군대가 얼마나 심각하게 패배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랜트는 두 장의 전문에 계속 눈길을 주면서 셔만에게 말했다. “이 전문은 존스턴 장군만 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전문은 워싱턴 사람들도 보라는 것입니다. 이 전문의 분명한 목적의 하나는 귀관이 이 전쟁을 완전히 끝까지 계속할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워싱턴 사람들에게 알려서 혹시라도 그들로 하여금 귀관이 그렇게 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셔만은 그 순간 의자 등받이 쪽으로 몸을 더 깊숙하게 누였지만 마음속에서는 벌떡 일어나 쾅쾅거리며 방안을 걸어다니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셔만은 그랜트의 말을 되받았다. “오해요? 무엇을 오해합니까?” 


그러자, 그랜트는 호주머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장군, 내가 지금 이 종이를 귀관에게 전달하지만 나는 지금 이곳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이 종이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것을 전쟁성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셔만이 받아 든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랜트 중장 귀하, 

장군, 셔만 장군이 존스턴 장군과 합의하여 대통령에게 제출한 메모랜덤은 거부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읽은 셔만이 즉각 항의했다. “그 내용은 이미 장군으로부터 들은 것이 아닙니까? 본관이 지나치게 앞질러 나갔다는 것이라면 수긍하겠습니다. 존스턴은 우리가 요구한 대로 항복할 것입니다. 그 문제에 관한 한 본관은 일호의 의심도 없습니다.” 그러자, 그랜트는 “장군, 그 다음 구절을 마저 읽어 보시오”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다음의 구절이 있었다. 


“대통령은 귀관이 즉시 셔만 장군의 지휘본부로 가서 향후의 적과의 전쟁을 직접 지휘하는 것을 희망하십니다.” 

셔만은 종이조각을 내려놓으면서 그랜트를 쳐다보았다. 그랜트에게서는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본관은 해임되는 것이군요!” 그랜트는 그의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아니요. 그러나, 내각에서는 그러한 이야기가 오갔어요. 지저분한 이야기지요. 이 자리에 본관은 귀관의 입장을 옹호했습니다.” 그러자, 셔만은 “무슨 내각입니까? 스탠튼의 말이겠지요”라고 항변했고 이에 대해 그랜트가 말을 이었다. “나는 귀관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스탠튼은 정부 안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금 신출내기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데 이 분은 링컨 대통령이 추구했던 정책과 배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것을 극력 주저합니다. 그러나 전쟁성장관은 결코 주저하지 않습니다.” 셔만은 그랜트의 말에서 그가 무엇인가를 꺼내기를 꺼리고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상황이 셔만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랜트에게 물었다. “장군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실 생각입니까? 


그랜트가 대답했다.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아무 것도 아니 할 생각입니다. 나는 귀관이 휴전 문제를 마무리함으로써 내가 이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귀관이 휴전을 성립시키기만 하면 모든 일은 잘 해결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셔만이 일어서서 방안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그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랜트 장군, 나는 이런 일이 싫습니다. 나는 아무런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 나는 민간인들의 일에 개입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전혀! 그러나 한 가지 문제에 관한 한 존스턴의 말은 옳습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애포매톡스 때와는 크게 상이합니다.


존스턴의 군대는 덫에 치여 있던 리 장군의 군대와는 다른 군대입니다. 그가 우리의 휴전 제의를 거부하면 그의 군대는 아마 많은 소규모 부대로 분산되어서 저항 전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군은 앞으로 6-7개의 주(州)를 상대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무수하게 많은 소부대와의 게릴라전을 전개하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동안 그렇게 해야 할 것인가? 몇 년이 걸릴가요? 아마도 남부연합의 모든 도시는 북부군의 점령지역으로 변할 것이고 장기화되는 저항전과 토벌전을 통하여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의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랜트는 조용히 경청하기만 했다. 그는 셔만의 말에 반박하려고도, 동의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랜트는 피우던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서 끄면서 말했다. “귀관은 그 같은 귀관의 의견을 그대로 스탠튼 장관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겠네요. 본관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듣고 셔만이 쏘아붙였다. “본관더러 도대체 무엇을 말하라는 것입니까? 미 합중국 정부가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랜트가 어깨를 흠칫했다.


“귀관은 원한다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아마도 그는 귀관에게 그것은 귀관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기 쉬울 겁니다. 귀관은 미국 정부의 공복(公僕)에 지나지 않고 귀관에게는 정책 결정권이 없다고 말하겠지요.” 셔만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속 방안을 빙빙 돌면서 그의 말을 이었다. “빌어먹을, 그랜트 장군, 본관은 아무 것도 본관 마음대로 결정하려고 한 일이 없습니다. 내가 그 동안 열정을 드려서 하려고 했던 것은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군대는 훌륭하게 그것을 이룩해 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본관이 의혹의 대상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까? 본관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학생처럼 종아리를 맞고 있는 셈이네요. 링컨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면 본관이 존스턴 장군과 합의한 내용을 당연히 승인했을 것입니다. 귀관도 그것을 알고 계시지요. 귀관은 본관과 함께 링컨 대통령의 말씀을 직접 듣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은 용서를 희망했지, 처벌을 희망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그랜트가 말을 잘랐다. “링컨 대통령이 승인했을 것인지, 아닌지에 관하여 더 이상 이야기하기 전에 귀관은 먼저 이것을 읽어 보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랜트는 조끼 호주머니에서 또 한 장의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 편지는 스탠튼 장관이 리 장군이 항복하기 전인 4월3일자로 본관에게 보낸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랜트가 소리 내어 그 편지를 읽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그랜트 중장에게, 

대통령은 본직에게 귀관으로 하여금 그의 산하 군대의 항복에 관해서거나 아니면 순전히 사소한 군사적 문제에 관해서가 아닌 한 리 장군과 회담을 갖지 않도록 이야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은 본직에게 정치적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결정도, 협의도 회담도 하지 않도록 금지한다는 것을 귀하에게 알려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셔만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랜트를 쳐다보면서 “그런 일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말하자 그랜트는 “그랬겠지요. 나는 이 사실을 귀관에게 알려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중요해졌네요.” “이번에는 그 내용을 본관에게 알려주기 위하여 장군을 이곳으로 보낸 것이군요”라는 셔만의 반응에 대해 그랜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은요, 그들은 이미 귀관이 이 편지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 중의 어떤 이들은 귀관이 이 내용을 이미 알면서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귀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군지휘관으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임에 틀림없지요.” 셔만이 “빌어먹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항변(抗辯)하자 그랜트는 “맞아요. 그들도 사실은 그런 줄 알면서도 이 의혹의 불을 계속 집히고 있습니다. 결국은 우리들에게 이 같은 일은 항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귀관에게 권고합니다. 스탠튼 장관에게 편지를 쓰십시오. 그에게 귀관이 부지(不知) 중에 민간정부 문제에 개입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하십시오. 아주 바보 같은 잘못이었다고 하시오.” 


셔만은 의자에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알았습니다. 그러면 귀관은 무엇을 하시렵니까?” 그랜트는 또 하나의 시가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본관은 귀관이 당분간 본관이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모르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본관이 와 있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누구에게도 좋을 일이 없습니다. 알려지면, 혹자(或者)는 내가 또 엉뚱한 짓을 하기 위하여 온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본관은 그 대신 귀관이 존스턴 장군으로부터 회답을 받을 때까지 이 집안에 틀어 박혀 있는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본관은 존스턴의 회답이 오는 즉시 그 거지 같은 도시로 귀환할 생각입니다.” 


다음 날이 4월25일 셔만은 그가 애를 태우면서 고대하던 존스턴으로부터의 회답을 받았다. 존스턴이 그에게 남아있는 선택지의 제한성을 이해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셔만의 희망적 기대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남부군 사령관은 리 장군에게 애포매톡스에서 제시되었던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셔만이 제시한 항복 조건을 모두 수용했다. 4월26일 셔만과 존스턴은 베네트의 농가에서 다시 한 번 만났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짧았고 형식적이었다. 존스턴은 셔만의 제시한 항복 조건에 담겨진 벌집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논쟁이나 논란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체념하고 있었다. 실무 참모들을 대동한 두 사람은 모든 일을 사무적으로 처리했다. 리 장군이 항복한 때로부터 17일이 경과한 날 두 사람은 아무도 내용을 가지고 시비할 수 없는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존스턴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의 모든 장병들에게 전쟁은 이제 어제의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