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터리 잡설 (13) 병사와 동물 2 [J플러스] 입력 2015.10.19 18:45 수정 2015.10.20 14:24
이철재 기자
지난번 글에선 군묘(軍猫) 얘기를 썼습니다.
그 가운데 영국 신문 더 타임스가 부고 기사까지 실었던 사이몬이란 고양이가 나오죠.
팬레터까지 받아본 고양이 사이몬 . 이 사이몬은 생전에 훈장까지 받았습니다. ‘디킨메달(Dickin Medal)’ 입니다.
. 디킨메달은 1943년 영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전쟁에 기여한 동물을 기리는 메달입니다. 동으로 만들어진 메달엔 ‘For Gallantry(용맹을 위해)’와 ‘We Also Serve(우리도 복무했다)’가 쓰여있습니다. 영국 최고의 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Victoria Cross)에 못잖은 명예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훈장의 제정은 동물 애호가인 마리아 디킨(Maria Dickinㆍ1870~1951)이 주도했습니다.
. 마리아 디킨은 1917년 아프고 병든 동물을 위한 단체인 ‘병든 동물을 위한 진료소(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sㆍPDSA)’를 세웠습니다.
PDSA의 로고 . PDSA가 디킨메달을 수여하기 때문에 메달의 정식 명칭은 ‘PDSA Dickin Medal’입니다. 1943년부터 49년까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비둘기 32마리와 개 18마리, 말 3마리, 그리고 한 마리의 고양이가 이 훈장을 받았습니다. 단 한 마리의 고양이가 사이몬이고요. 첫 수상자는 1943년 세 마리의 비둘기였습니다. 당시 영국 공군(Royal Air Force)은 항공기에 전서구를 태우고 다녔습니다. 불시착 상황에서 무전기까지 고장났을 경우를 대비해서죠. 디킨메달을 받은 비둘기들은 모두 불시착 항공기에서 공군 장병을 무사히 구조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래서 비둘기가 다른 동물보다 많이 디킨메달을 받았나 봅니다.
전서구 우리를 들고 출격에 나선 영국 폭격기 승무원들 . 오렌지의 윌리엄(William of Orange)이라는 비둘기는 정말 대단한 공훈을 세웠습니다.
오렌지의 윌리엄 .1944년 9월 19일 영국의 대표적인 삽질 작전인 ‘마켓가든(Market Garden)’에서 영국의 공수부대가 독일군에 포위된 상황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무전기는 고장났습니다. 이 때 윌리엄은 오전 10시 30분 긴급 메시지를 매달고 네델란드 아른헴에서 날아올라 그날 오후 2시 55분 영국에 되돌아 왔습니다. 400㎞ 거리였죠. 윌리엄 덕분에 2000여 명의 병사들 목숨을 건진 것으로 영국 군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한동안 맥이 끊긴 디킨메달은 2000년 새 수상 동물을 맞게 됩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전사한 뉴펀들랜드독 갠더(Gander)를 49년 만에 뒤늦게 기린 것입니다. 갠더는 1941년 일본군이 당시 영국의 식민지 홍콩을 침공했을 때 날아온 적의 수류탄을 입으로 문 뒤 일본군으로 향해 달려가다 산화했습니다.
갠더와 전우(?)들 . 영국이 이라크전에 참전한 2002년 이후 디킨메달 수여 동물이 다시 나오게 됩니다. 2014년 12월 현재 수상자(동물)은 모두 66마리입니다. 영국은 전훈 동물에게 훈장을 줄 뿐만 아니라 현충원같은 장소에 따로 묻기도 합니다. 바로 ‘일포드 동물 묘지(Ilford Animal Cemetery)’입니다. 일포드라는 곳은 런던 북서쪽에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사이몬을 비롯한 디킨메달 수여 동물 13마리가 이 곳에 묻혔습니다. 물론 평범한 동물의 묘지도 있습니다만 영국 국민에게 이곳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군요.
사이몬의 묘지.묘비엔 "IN MEMORY OF "SIMON" SERVED IN H.M.S AMETHYST MAY 1948 - SEPTEMBER 1949 AWARDED DICKIN MEDALAUGUST 1949 DIED 28TH NOVEMBER 1949.THROUGHOUT THE YANGTZE INCIDENT HIS BEHAVIOUR WAS OF THE HIGHESTORDER"라고 적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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