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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몸무게가 100kg씩 늘어나는 대왕고래 새끼

淸山에 2015. 8. 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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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몸무게가 100kg씩 늘어나는 대왕고래 새끼

趙甲濟  
 

  
  사상최대 고래는 英國 포경선이 南氷洋에서 잡은 大王고래 암놈이었다. 길이 34.6m, 무게 170t. 한국 어른 약 3000명 분의 무게다. 객차보다 크다. 지질시대의 공룡이 고래보다 컸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래는 시대를 불문하고 지구 최대동물이다. 가장 큰 고래는 가장 큰 공룡의 두 배 반쯤이다.
  
  1926년 南氷洋(남빙양)의 한 포경기지에서 英國의 고래학자들이 대왕고래 수놈 한 마리를 해부실측, 내부기관을 관찰했다. 이 고래는 길이 27.18m, 무게 122t. 대왕고래 중에선 큰 축에 들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고래의 입은 8t 트럭이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즉 턱뼈 길이 6.95m, 높이 3.1m. 혓바닥은 소형트럭과 맞먹는 3.16t, 허파와 간은 각 1t. 염통 무게는 한국 어른 10명의 몸무게를 합친 것과 비슷한 631kg, 性器의 길이는 약 3m(암놈 대왕고래의 그것엔 사람이 들어갈 수도 있다). 불알 무게는 약 60kg이었다. 꼬리는 길이 5.9m, 전투기의 두 날개를 만들고도 남을 크기였다. 귓구멍은 연필심이 겨우 들어갈 정도였고 골의 무게는 사람의 그것보다도 가벼웠다.
  
  고래의 성장도 경이적이다. 大王고래의 갓난 새끼는 7m에 달한다. 어미의 자궁은 트럭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다. 대왕고래 새끼는 하루에 젖 1t을 빨아 마신다. 고래젖은 생식기 양쪽에 있는데 꼭지가 들쑥날쑥하면서 호스처럼 새끼를 먹인다. 대왕고래 새끼는 하루에 100kg씩 몸무게가 붓고 키는 한 달에 1m씩 커져 6개월 뒤엔 16m에 달한다. 고래의 무지막지한 힘은 꼬리에서 나온다.
  
  고래꼬리는 水面과 수평이다. 이것이 상하운동을 하면 엄청난 추진력이 생긴다. 27m의 대왕고래 추진력은 200t 어선과 맞먹는 570마력쯤이다. 南氷洋에선 60kg의 작살을 맞고 수백kg의 살이 떨어져나간 대왕고래가 길이 27m의 포경선을 끌고 8시간 동안 5노트의 속도로 달린 기록이 있다. 이 포경선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엔진을 전속 후퇴시켜 놓았었다.
  
  인간은 고래를 대량 살육하는 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고래는 힘센 놈이니까. 애당초 고래는 동정을 받을 여지가 없었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이 白鯨(백경)을 흉포와 怪力의 상징으로 부각시키고 에이하브 선장을 영웅으로 묘사한 것도 고래학살을 美化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白鯨은 무엇인가. 완전 백색의 고래로는 흰상광어(white whale)가 있다. 北氷洋에 사는 작은 고래인데 4∼5년생은 순백색을 띤다. 이밖에 캐나다의 밴쿠버수족관엔 세계유일의 純白색 암솔피가 있다.
  
  그런데 멜빌의 白鯨은 늙은 향고래를 가리킨 것이다. 향고래는 늙으면 피부가 퇴색, 회색으로 변한다. 멜빌의 소설에 나오는 모비딕은 외톨박이다. 향고래는 원래 떼를 지어 다닌다. 수놈 한 마리는 암놈 수십 마리를 거느린다. 이 떼를 할렘이라 하는데 반드시 리더가 있다. 이 리더가 늙어서 정력이 떨어지면 젊은 수컷 향고래가 쿠데타를 일으켜 지도권을 빼앗고 내쫓아 버린다. 하극상의 희생이 된 이 늙은 향고래, 즉 白鯨은 바다의 방랑자가 되는 것이다.
  
  향고래 큰놈은 길이 20m, 무게 50∼60t에 이른다. 몸 전체의 3분의 1은 머리. 토종무처럼 생긴 고래다. 향고래 머리에 받혀 스크류가 부러지고 뱃전이 부서지는 일이 더러 있다. 늙은 향고래는 포경선의 습격을 여러 번 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다루기 어렵다. 작살을 맞고 나서부터 저력을 발휘한다. 다른 고래는 작살을 맞으면 곧장 앞으로 헤어나가지만 향고래는 수직으로 잠수하거나 뒤로 헤어가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멜빌이 모비딕의 모델로 삼은 것은 美國 포경선 에섹스호가 향고래에 받혀 침몰, 4명의 선원만 살아 돌아온 사건이었다.
  
  수년 전 부산 태종대 남동쪽 14마일 해상에서 일본 후쿠오카를 떠나 부산항으로 향하던 263t급 고속여객선 코비호가 정체불명의 부유 물체와 부딪쳐 배 날개 부분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돌 과정에서 승객 1명이 골절로 추정되는 중상을, 10여명이 찰과상을 입었으며 사망자는 없었다. 사고 선박은 당시 승객 215명과 선원 8명을 태우고 시속 80㎞의 속력으로 운행하고 있었으며 사고해역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획금지로 늘어난 고래와 충돌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고래가 포경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사건은 19세기에 몇번 일어났다.
  
  소설 모비딕의 모델이 된 사건은 미국 매서추세츠 난터켓을 출항한 포경선에서 일어났다. 1820년 11월20일 에섹스호는 南美 해안에서 3700km나 떨어진 태평양에서 향고래의 공격을 여러 번 받고 침몰하였다. 이 향고래는 화가 난 듯이 포경선을 노리고 달려와 머리로 船體(선체)를 들이받았다. 향고래는 무처럼 머리가 큰 이빨고래로서 사납다. 에섹스호는 코비호와 비슷한 238t이었다. 20명의 에섹스 선원들은 세 척의 작은 배에 옮겨 타고 6개월 동안 표류했다. 물과 식량이 부족하자 제비뽑기를 하여 죽인 선원의 시체를 먹기도 했다. 8명이 구조되었는데 이들은 일곱 명의 동료 시체를 먹고 살았다.
  
  생존자 두 명이 手記를 썼다. 이 手記를 읽고 감흥을 받은 허먼 멜빌이 쓴 소설이 유명한 '모비딕(白鯨)'이다. 이 소설은 몇 번 영화화되었다. 가장 유명한 영화는 그레고리 펙이 에이하브 선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학교에 다닐 때 이 영화를 하루 세 번 보았다. 몇년 전 필브릭이란 저술가가 에섹스호의 비극을 다룬 '바다 한복판에서(In the Heart of the Sea: The Tragedy of the Whaleship Essex)'라는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