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슬람 60년 한국 이슬람은 6·25 참전 터키군에 의해 전파돼 1955년에 시작됐다. 황성준 / 문화일보 논설위원
18일부터 시작되는 라마단을 놓고 러시아 무슬림이 논쟁하고 있다. ‘이슬람 금식 기간’으로 알려진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9월을 지칭한 말이다. 라마단은 ‘더운 달’이란 아랍어에서 유래됐는데, 추운 1월에 오기도 한다. 이슬람력이 윤달이 없는 음력 체계이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매년 약 11일씩 빨라지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무함마드가 가브리엘 천사에게 계시받은 9월’을 기념한 것으로, 배고픔을 체험하고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행사다. 이 기간 중 무슬림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엔 침도 삼키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철저히 금식하고, 일몰 후에 가족·이웃과 음식을 나눈다. 여유 있는 사람은 많은 음식을 장만해 누구든지 마음껏 먹게 한다.
문제는 백야(白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북부 러시아의 무슬림. 이 지역은 하지(夏至) 전후 상당기간 동안 해가 지지 않는다. 밤 12시쯤 조금 어두워지다가 다시 날이 밝아온다. 이에 올해같이 하지(22일)와 라마단이 겹치면, 이슬람 법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진다. 강경파는 다른 지역으로 피난 가서 라마단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온건파는 여행자·병자·임신부는 면제되는 규정을 들어, 금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메카의 일출과 일몰 시간에 맞춰 금식하자는 중간파도 있다.
최근 러시아 당국은 ‘백야 라마단’ 논쟁 등 무슬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체첸 등 이슬람계 9개 자치공화국의 인구가 늘어나고, 중앙아시아·캅카스 지역으로부터 이슬람 인구가 대폭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는 150만 무슬림이 거주한다. 비(非)이슬람 국가의 도시 가운데 무슬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된 것이다. 일부 러시아인은 러시아 여자들이 히잡 쓴 합성사진을 내걸고 이것이 러시아의 미래라며, 이슬람 혐오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에도 외국인 15만, 내국인 3만 등 약 18만 무슬림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 라마단 기간, 특히 금요예배 때에는 이태원 이슬람 사원과 그 앞길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로 꽉 찼다. 아마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 이슬람은 6·25 참전 터키군에 의해 전파돼 1955년에 시작됐다. 올해 60주년이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이슬람이 이제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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