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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 껍질 쉽게 까지면 오래된 것… 신선한 건 잘 안 까져요

淸山에 2015. 4. 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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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박사 생물학 이야기]

삶은 달걀, 껍질 쉽게 까지면 오래된 것… 신선한 건 잘 안 까져요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입력 : 2015.04.25 03:00 | 수정 : 2015.04.25 03:20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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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알(달걀)은 살아 있는 단세포(單細胞)다. 모든 세포가 세포막·세포질·핵으로 구성돼 있다. 달걀의 세포막은 껍데기·알 막·흰자를 묶어 이른다. 세포질은 노른자다. 노른자 위에 자리한 작은 알눈, 즉 배반(胚盤)이 핵에 해당한다.


달걀 무게는 보통 60g이다. 공룡·타조·에뮤 알 다음으로 크다. 달걀 껍데기에는 눈에 안 보이는 잔 홈이 7000여개 있다. 표면적을 넓혀서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두 겹의 알 막은 고막만큼이나 얇다. 흰자는 순수 단백질이다. 노른자에 든 콜레스테롤 같은 영양소는 병아리를 부화하는 데 쓰인다. 알눈에는 유전물질이 들어 있다. 수탉 없이 낳은 홀알(무정란)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수탉은 덩치가 크고 깃털이 곱다. 맨드라미꽃을 닮은 볏에 꽁지깃은 길게 활처럼 휜다. 다리 아래엔 크고 날카로운 각질(角質) 돌기인 싸움발톱이 있다.


닭에게 모이를 주면 힘센 놈이 약한 것들을 쫀다. 이를 모이 서열(pecking order)이라 한다. 한번 정해진 순위는 평생을 간다. 싸움을 피해 헛되이 힘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심사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수놈은 암놈을 쪼지 않을뿐더러 암탉이 수컷에게 달려드는 일도 결코 없다. 이것이 의초로운 닭의 금실(琴瑟)이다. 옛날 동네 결혼식장에 닭 한 쌍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알 낳을 시간이 임박하면 암탉은 '고~고~고~' 소리를 내면서 알 낳을 자리를 맴돈다. 그러다가 둥지에 날아올라 알을 낳는다. 토종닭은 알을 스무 여남개 낳고 나면 낳기를 멈추고 알을 품기 시작한다. 어미 닭의 깃털 색과 달걀 색은 일치한다.


'어미 닭이 알을 품듯 하라'는 말이 있다. 똥 누러 잠깐 알자리를 비우는 것 말고는 스무 하루를 내내 맨입으로 옹송그려 안는다. 초췌하고 빛바랜 어미 닭은 몸이 축나고 털도 다 빠져 꼴이 말이 아니다. 알을 깨는 아픔 없이 새 생명의 탄생은 없다. 둥지 안에서 마침내 목숨의 소리가 들려온다. 찬연한 설렘이다. 줄탁동기(�啄同機)라고 병아리가 안에서 부리로 쪼고(�) 동시에 어미는 밖에서 맞쪼아(啄)준다. 아무리 도와줘도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


달걀은 살아 있는 세포라 줄곧 양분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낸다. 하여 오래된 달걀은 내용물이 점점 줄어 꿀렁인다. 그래서 삶은 달걀 껍데기가 쉽게 까지면 오래된 알이요, 잘 벗겨지지 않으면 신선한 달걀이다. 달걀을 끓는 물에 바로 담그면 공기집의 공기가 팽창하여 터지기에 찬물에 넣어 서서히 익힌다. 달걀을 삶을 때 소금을 넣어서 껍데기 틈새로 밀려나오는 흰자위를 굳힌다는데 확실치는 않다.


달걀을 둘러싼 이야기도 많다. 뜻하지 않은 방해가 끼어 재수없을 때를 계란유골(鷄卵有骨)이라 하고, 달걀을 쌓듯 매우 위태로운 상황을 누란위기(累卵危機)라 한다. 사람들은 달걀을 깨 세웠다는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를 자주 들어온 탓에 좀처럼 달걀을 세워보려 하지 않는다. 알을 열 손가락으로 가만히 감싸쥐고 세우면 잘 선다. 정신일도 달걀 세우기! 창조는 발상의 전환과 선입관의 타파에서 시작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