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호랑이 유전 정보 세계최초 해독 이영완 기자 입력 : 2013.09.18 03:00
국내 연구진, 9개국과 함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염기서열 98.3% 일치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호랑이의 유전 정보를 완전히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멸종 위기에 처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게놈 분석 업체인 테라젠이텍스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 10개국 공동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호랑이의 DNA를 구성하는 28억쌍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한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고 17일 밝혔다. 게놈(genome)은 DNA 유전 정보 전체를 말한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7일자 인터넷판에 실렸다. 제1저자는 게놈연구재단의 조윤성 연구원, 대표 저자는 테라젠이텍스의 박종화 박사다.
▲ 세계 최초로 유전정보가 완전히 해독된 한국 호랑이 태극.
2003년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수컷으로 몸길이 214㎝, 몸무게 180㎏이다. 한국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태극의 DNA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해 108만년 전 고양이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진화하면서 특히 후각과 단백질 소화력, 근육 수축력 등 사냥과 육식(肉食)을 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이 발달했음을 밝혀냈다. /에버랜드 제공야생 호랑이는 전 세계에 4000마리가 채 남지 않은 대표적인 멸종 위기 동물이다. 9개 아종(亞種·종의 아래 단계)이 있는데, 현재 아무르 또는 시베리아 호랑이로도 불리는 한국 호랑이를 포함한 5개 아종만 남아 있다. 연구진은 2003년 삼성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한국 호랑이 수컷 '태극'에서 혈액을 채취해 염기서열을 해독했다.
호랑이는 이미 게놈 분석이 끝난 집 고양이와 염기서열이 98.3% 같았다. 두 동물은 108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호랑이에서 찾아낸 2만226개 유전자를 사람과 개, 쥐 등 다른 동물의 기존 게놈 분석 결과와도 비교했다. 그 결과 호랑이에만 나타나는 1376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들은 냄새와 단백질 소화, 또는 근육수축 관련 유전자들로 호랑이가 육식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박종화 박사는 "연구 성과를 통해 멸종 위기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보존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며 "차세대 게놈 분석 기술도 확보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놈(genome)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 자손에 전달되는 DNA 유전 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게놈 해독은 DNA를 구성하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 등 네 가지 염기가 배열된 순서를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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