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연맹원 480명을 살린 안종삼 전 구례경찰서장(위). 구례경찰서는 안 전 서장 공적을 기리기 위해 24일 경찰서 마당에서 동상 제막식을 갖는다. /구례경찰서 제공
폭탄선언이었다. 안 서장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상부의 지시를 거역하고 보도연맹원을 석방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이들도 귀를 의심했다. 한참 후에야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린 이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안 서장님 만세! 이게 정말입니까?" 480명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어떤 이는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했다. 경찰관들도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안 서장의 결단이 옳았음을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3개월 뒤 그가 돌아왔을 때 구례는 다른 지역과 달리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용단이 '피의 보복'으로부터 군민을 구한 것이다. 이에 감복한 그는 영전을 사양하고 다시 구례경찰서장을 자원했다.
이후 안 서장은 공산당의 잔당을 소탕하고 치안을 회복하는 데 힘썼다. 그는 그 공로로 총경 승진과 함께 지리산지구 경찰전투사령부 정보참모에 임명됐다. 1951년 4월 구례군민은 떠나는 안 서장의 공덕을 칭송하는 10폭짜리 병풍과 시 한수(恩深洞庭湖 德高方丈山·선생의 은혜는 동정호처럼 깊고, 덕은 방장산같이 높다)를 선물했다. 그의 아호 '호산'은 이 시구의 끝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안 총경은 이후 경찰직을 떠나 1956년 제2대 전남도의원으로 활동했으며 1977년 타계했다.
안 서장의 공적을 기리는 동상이 구례경찰서에 세워져 그가 480명의 목숨을 살린 지 꼭 62년이 되는 날 제막된다. 24일 경찰서 마당에서 열리는 제막식에는 주민과 경찰관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앞서 구례경찰서는 지난 2월 곽순기 서장을 단장으로 기념사업추진단을 구성, 추모사업을 진행해왔다.
동상은 좌대를 포함, 5.9m 높이에 청동 재질로 제작됐으며, 좌대 옆면에 안 서장의 연보와 업적을 소개하는 글을 새겼다.
기념사업추진단은 동상 제막에 이어 현충시설 지정과 국민훈장 추서 추천 등 추모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