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걷기열풍에 빠져 산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삼림욕을 즐기며 시원한 물줄기로 땀을 식힐 수도 있지만 최근의 숲은 휴식과 휴양을 넘어 자연 치유 기능을 활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6월 산림청이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34개 치유의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대 잣나무 유림지 축령산에 조성되는 '잣향기 푸른교실'도 그 중 하나다.
- ▲ 2013년 개장을 앞두고 전시시설과 목공방시설이 완공된 숲체험센터.
지난 10일 서울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이 지나 도착한 곳은 경기 가평군 상면 축령산 자락. 가평8경 중 7경에 속하는 축령백림으로 유명한 이곳에 '잣향기 푸른교실'이 조성돼 2013년 개장을 앞두고 있어 미리 찾아봤다.
잣향기 푸른교실은 행현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해 오르는 것이 정석이나 현재 도로 확장 공사가 마무리 중이어서 금련사에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주도로에서 금련사까지는 좁은 골목길로 이동해야하니 차량으로 이동시에는 주의해야 한다.
- ▲ 치유의 숲에 오르는 길은 걷기 쉽도록 정비가 잘 됐다.
금련사에서 잣향기 푸른교실까지는 걸어서 40분. 주변 수목원이나 휴양림에 비해 한산한 편인 숲길은 양쪽으로 평균 높이 20m 이상의 잣나무가 장관을 이뤄 가평이 국내 최대의 잣 생산지임을 실감케 했다.
함께 숲길에 오른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오태환 담당관은 "가평은 연평균 강수량과 평균기온 등 잣나무 생육에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일제강점기 당시 축령산에 심어진 잣나무 5만 그루가 약 18ha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잣나무군락지만 운동장 23개와 맞먹는 넓이인 이곳에는 5.5km의 순환임도를 비롯해 흙향기길, 야생화길, 새소리길 등 총 30km의 걷기코스를 갖추고 있다.
- ▲ 잣나무군락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잣나무는 83살로 어른 혼자 두르기도 힘들다.
계속 발걸음을 옮겨 잣향기 푸른교실을 향했다.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길을 오르다보니 축령산의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리고 이내 잣향기 푸른교실의 숲체험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는 나무를 이용한 목공방체험관과 전시관 및 관리동이 이미 조성을 마쳤고, 건물 사이로는 물길이 조성돼 마치 분위기 좋은 펜션을 연상케 했다.
샌터 앞에서 만난 최정자(69세․서울 잠실)씨는 "이 길을 따라 축령산을 오르는 것이 벌써 3번째."라며 "잘 알려지지 않아 평소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히 숲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 친구들과 함께 왔어요."라고 말했다.
- ▲ 산행에 동행한 오태환 담당관이 치유의 숲 곳곳을 설명하며 걷고 있다.
숲체험센터에서 고개를 넘어 10분 정도 걸으면 물레방아가 나오는데 그 위쪽이 화전민 체험마을이다. 그 앞으로는 물길과 나무다리만이 갖춰졌고 건너편은 넓은 공터만이 자리잡았다.
현재는 공터인 이곳은 향후 명상을 할 수 있는 휴게시설, 건강증진센터와 야생초화원 등이 조성되는 공간이다. 치유의 숲인 만큼 산림치유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산림치유는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으로 스트레스, 우울증, 고혈압, 아토피피부염, 주의력결핍 등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산림청과 경기도는 이곳 건강증진센터에 산림치유사를 배치해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종합병원과 연계해 건강검진과 신체측정 등을 통한 치유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 ▲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된 사방댐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최근 들어 치유의 숲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 오태환 담당관은 "숲의 효능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약물 투여 등 치료를 넘어 그 대안으로 숲에서 치유를 하는 방법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치료를 넘어 치유한다는 그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나무를 베고, 건물을 세우던 와중에도 항상 그 자리에 머물던 숲은 이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치유'와 '건강'이라는 고귀한 선물을 주고 있는 것이다.
- ▲ 치유의 숲 곳곳에는 시냇물이 흘러 잠시 쉬며 땀을 식히기 좋다.
※여행정보
축령산자연휴양림 (031-592-0681)
축령산의 울창한 잣나무숲에는 휴양림 내에는 26㎡에서부터 155㎡까지 크기가 다양한 통나무집이 있어 숙박이 가능하며, 231㎡ 규모의 회의실은 7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산책로와 잔디광장, 야외교실, 문화마당, 어린이놀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있으며,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1년 내내 숲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www.chukryong.net)
가평 영양 잣마을 (031-585-6969)
국내 최대 잣나무 숲을 자랑하는 축령산에서 채취한 잣으로 유명하다. 마을 가운데에 전통 한옥으로 지은 잣 음식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잣을 원료로 김치·칼국수·수제비·두부·주먹밥 등 갖가지 요리를 만들어낸다. 가평 잣은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될 만큼 맛과 효능을 인정받았다. 잣 까기, 감자·고구마 쪄 먹기, 표고버섯 따기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주변에 아침고요수목원·축령산·연인산 등 명소가 있다. (www.koreanut.co.kr)
아침고요수목원 ( 031-584-6702~3)
33만500여㎡의 공간에 식물자원이 2,000여 종이나 되며, 자체적으로 증식, 보존 하고 있는 희귀 멸종 식물 및 도입식물도 3,000여 종이나 되는 등 총 5,00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www.morningcal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