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배경인 인왕산 수성동 계곡이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서울시는 종로구 옥인동 수성동계곡 복원공사를 완료하고 오는 11일부터 시민에 개방한다고 10일 밝혔다. 시는 2008년부터 진행된 옥인시범아파트 철거 과정에서 수성동계곡의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곳을 2010년 문화재로 지정해 복원공사를 했다.
서울시는 옛 수성동 계곡처럼 암석 지형을 회복시켜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공사의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소나무 등 나무 1만8477그루를 심었으며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암반을 최대한 노출시켰다. 시민들이 겸재 정선의 시선으로 계곡을 즐길 수 있도록 정선이 그림을 그린 곳으로 추정되는 계곡 초입에 관람 공간도 마련했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 회화.
서울시가 복원을 완료하고 11일 개방하는 수성동 계곡 전경.
수성동은 겸재 정선의 ‘수성동’ 회화 뿐 아니라 추사 김정희의 시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 등 많은 문헌에 명승지로 소개돼 있다. 안평대군의 집 ‘비해당’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수성동 계곡이 인왕산 서울성곽길(한양도성)과 함께 서촌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경관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에는 1060억원(토지 및 건물보상 1005억원, 녹지조성 및 수성동계곡 복원 5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최광빈 서울시 공원녹지국장은 “최근 비가 내린 뒤 현장을 방문해보니 경관이나 물소리가 옛 선인들의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개발시대에 사라졌던 수성동계곡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옛 모습을 되찾은 만큼 앞으로 서울의 역사경관 명소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