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단청안료 사용 '뇌록' 국내 유일 생산지 아직도 방치 포항 장기면 뇌성산 일대…발굴 예산 확보 못해 국내 유일의 뇌록 생산지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뇌성산 뇌록지. 뇌록 특유의 녹색 물질이 이끼처럼 바위에 무성히 덮여 있다. 전통 목조건물의 단청작업에 필요한 뇌록(磊碌 또는 磊綠)의 국내 유일 생산지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뇌성산 뇌록지가 발굴조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수십 년째 문화재 지정에서 외면받고 있다. 뇌록은 목조건물에 벌레가 생기거나 부식, 화재가 일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녹색 안료다. 특히 조선조 영건도감(나라에서 큰 건물을 지을 때 기록하던 책자)이나 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에 창덕궁 인정전, 경희궁 내전, 창경궁 내전 등을 지을 때 경상도 장기면의 뇌록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국내 유일의 생산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명성에도 불구 현재 이곳은 잡초 속에 묻혀 옛 발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다.
지난 1996년 향토사학자인 금락두(73`전 장기중학교 교장) 씨가 이 뇌록지를 보존하기 위해 경상북도에 국가지정 문화재(사적)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당시 "중앙부처(문화재청)에 보고하겠다"는 답변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후 꾸준한 문화재 지정 요청이 이어지고 10여 년이 흐른 2007년도에야 경북도 문화재위원회가 열려 이 문제가 정식 논의됐지만 당시 채굴과 시료 조사 등에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무산됐다.
금 씨는 "아직도 뇌록지에는 초록색 광물이 잔뜩 묻은 돌들이 곳곳에 발견된다. 한때는 생산량의 전부가 진상됐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지역이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잠시 잊혔던 뇌록지 문제는 최근 문화재청 숭례문복구팀이 단청 안료 수집을 위해 현장답사를 오면서 다시 드러났다. 당시 문화재청에서는 뇌록지의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뇌록 정제기술을 과거만큼 복원하지 못해 일본 수입 안료를 쓰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신 뇌록지에 대한 추가 연구와 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수리기술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화학안료를 사용한 탓에 현재 뇌록 기술의 맥이 끊긴 상태다. 더구나 뇌록지에 대한 연구는 시료 채굴 한 번에만 3천만원 이상이 드는 등 지자체에서 담당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큰 사업이다"고 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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