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6·25 참전 용사 귀환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중국해방군화보사]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장제스(蔣介石)가 돌아온다” “미국이 원자탄을 투하한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중국 인민들이 보인 반응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설립(1949년 10월 1일)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이웃에서 터진 전쟁에 일반 중국인들은 크게 술렁였다. 그들은 ‘미국의 대륙 공격이 임박했다’는 루머로 전쟁 내내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국전쟁을 통해 북한-중국 간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가 굳어진 것이다.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알려져 왔지만 일반 인민들의 반응은 공개된 게 없다. 서상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최근 글 ‘6·25전쟁 중 중국 내부 반응과 동향’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중국 고위 지도자의 비밀 정세 소식지인 ‘내부참고(內部參考)’를 근거로 한 이 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사흘 뒤인 6월 27일 중국인들은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미군 참전을 발표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제스가 9개 군단을 남조선에 상륙시켰다” “미군의 개입으로 곧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전쟁이 나자 상인들은 사재기에 나섰다. 식량은 한 근에 6000위안에서 1만 위안으로 뛰었고 베이징 금값이 하루 10% 안팎 폭등하기도 했다.
8월 28일 베이징의 한 신문이 ‘미 공군기가 중국 영공을 넘어 압록강 북쪽의 중국 주민들에게 기총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중국인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했고, 곧 미국의 본격적인 본토 공습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이어 9월 15일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인들은 자포자기 상태로 빠졌다. ‘종말론’을 뜻하는 중국 전통의 변천(變天)사상이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서상문 연구원은 “미국의 참전으로 한국전은 국제전으로 변했다는 게 중국의 기본 시각”이라며 “최근 중국이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압록강 도하훈련을 펼치는 이유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들이 보여준 반응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