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들 우리보다 더 한국사랑”
<세계일보>
“고귀한 희생 가슴으로 받아 들여야”
지난 4일 서울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뜻깊은 훈장 수여식이 열렸다. 지갑종(85·사진)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이 뉴질랜드 공로훈장을 받은 것. 6·25전쟁 참전국으로부터 지 회장이 받은 아홉 번째 훈장이다.
패트릭 라타 뉴질랜드 대사는 이날 “올해는 한국과 뉴질랜드가 수교를 맺은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영연방 국가 뉴질랜드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즉위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우호를 다지는 데 노력해온 지 회장에게 공로훈장을 수여한다”고 말했다.
지 회장은 1963년 6·25전쟁 참전국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유엔한국참전국협회를 창설했고 1977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그 뒤 뉴질랜드를 비롯한 16개 참전국을 방문, 전사자 추모사업을 펴는가 하면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등 그들의 뜻을 기리고 자유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외국인 참전용사들은 한국에서 생긴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해요. 자신들이 한국전에 뛰어들었고 전우를 잃었는데 안 그렇겠어요.”
6·25전쟁 62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22일 포천 승진훈련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지 회장을 만났다. 한·미 연합 통합화력훈련 시범을 보이는 자리에 초청돼 가는 길이라 했다.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볐던 젊은날과 다름없이 목청에서 힘이 느껴졌다.
지 회장은 “6·25 참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정작 6·25를 겪은 우리 국민보다 더 한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 “반면 우리 국민은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를 위한 희생을 나와는 무관한 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국민들의 보훈의식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군가의 희생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삶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한 희생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야만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나라의 기초를 올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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