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합군의 공세에 밀려 북한이 국경을 넘어 중국의 동북지역으로 철수할 것에 대비해 동북지역에 사는 조선족들 가운데 운전사, 의료진, 공장과 광산 엔지니어 등을 선발해 지원부대를 편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북한연구담당인 제임스 퍼슨 연구원이 중국중앙문헌연구실(中共中央文獻硏究室)이 2008년 출판한 `저우언라이문고(建國以來周恩來文稿)'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23일 우드로윌슨센터로부터 관련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동영상] 한미 연합군 ‘통합화력...
우드로윌슨센터는 한국의 경남대 북한대학원과 학술교류를 통해 한국과 관련된 사료들을 발굴하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34건의 자료를 보면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는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의 후방 철수가 최대 과제였던 1950년10월1일 김일성에게 전보를 보낸다.
이 전보에서 저우언라이는 "인민군 제1군단 소속 8개 사단 병력을 두개로 나눠 4개 사단 병력은 적(연합군)을 피해 38선 이북으로 철수시키고, 나머지 4개 사단 병력은 후방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하도록 조언했다. 이 전보는 당시 북한 주재 중국대사인 니즈량(倪志亮)을 통해 김일성에게 전달되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달 다시 보낸 전보에서는 "혼란에 빠지거나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희망이 있으면 승리한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저우언라이는 앞서 9월20일 니즈량 대사에게 전보를 보내 "김일성 동지에게 전하라"면서 "인민군은 무조건 38선 이북지역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주력부대는 "적군과 정면대치하고 있어 자원 손실이 커진다"고 전제한 뒤 "적군이 서울을 장악한다면 인민군의 퇴각로가 끊어질 위험이 있다"며 북한의 주력부대는 "기동성에 집중해 적군의 약한 부분을 찾아 파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세세한 작전까지 언급했다.
그러면서 "친구이자 동지로서 하는 조언이니 옳건 그르건 더 숙고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저우언라이는 그해 10월14일 스탈린에게 서한을 보낸다. 소련 공군이 중국 인민지원군의 참전시 폭격기 지원을 포함해 8가지의 지원항목을 상술하면서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또 인민지원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할 경우 북한 인민군과 중국군의 지휘체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소련의 스탈린의 '지침'을 구하기도 했다.
1950년 11월17일 마오쩌둥이 중국 인민지원군 총사령관인 펑더화이(彭德懷)에 보낸 전보에는 "스탈린 동지로부터 중국의 단일 지휘체제에 대해 승인이 왔다"면서 북한 김일성의 반응을 살필 것을 지시한다.
결과적으로 북한과 중국은 김일성과 펑더화이가 사령관이 되는 합동지휘체제에 합의했다.
퍼슨 연구원은 "중국이 참전 전부터 북한의 군사작전을 전술적인 부분까지 조언하는 등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저우언라이문고 등 중국측 자료를 더욱 많이 발굴하면 한국전쟁의 새로운 면을 더욱 많이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