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시리(Siri)'는 애초 美국방부 작품 김지섭 기자 이메일oasis@chosun.com
아이폰의 음성조작 시스템 '시리'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웨스트에서 열린 올해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건 더 이상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아니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애플 대표인 팀쿡보다 아이폰이 먼저 들어와 청중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폰 음성 비서서비스 ‘시리(Siri)’는 “나는 삼성전자 제품을 좋아한다. 그것들은 날 흥분시킨다. 아, 물론 스마트폰 말고 냉장고”라고 말했다. 행사장 여기저기서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애플 음성 개인 비서 ‘시리(Sir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IT업계에서는 시리를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나 해주는 ‘어설픈’ 음성시스템 정도로 여겼지만, 최근 공개된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 개발자 버전을 내려받아 사용해 본 사람들 중에는 시리 답변의 다양성과 현실 적용성에 놀랐다는 의견이 많다.
시리는 단순한 음성인식을 넘어 자연어의 뉘앙스까지 이해한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이다. 방대한 사용자 경험과 인터페이스를 데이터 베이스로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그런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정리한 ‘시리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시리는 애플이 개발한 게 아니다. 시리는 미국 정부차원에서 이뤄진 거대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미국 국방부는 2003년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08년까지 5년간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2억 달러(2309억원)나 들여 민간 대학 연구팀을 지원했다. ‘CALO(Cognitive Assistant that Learns and Organizes)’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스탠퍼드대에서 분리된 SRI인터내셔널이 주도했으며 인공지능 관련 연구지원 금액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았다. 미국 25개 대학 및 연구기관의 연구원 300여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SRI인터내셔널은 2007년 12월 CALO 중에서 ‘음성개인비서 연구부문’만 따로 분리시켜 ‘시리’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모토로라 간부 출신인 대그 키틀로스(Dag Kittlaus)가 창업을 주도했고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키틀로스가 직접 지은 ‘시리’라는 이름은 노르웨이 말로 ‘당신을 승리로 이끄는 예쁜 여인’이란 뜻이다. 노르웨이계인 키틀로스는 딸을 낳으면 이름을 ‘시리’라고 지으려 했으나 아들을 낳았다.
실제로 시리는 ‘Speech Interpretation and Recognition Interface(언어 해석 및 인지 인터페이스)’의 약자다.
벤처기업 시리는 아이폰을 비롯한 iOS 디바이스용 시리 앱(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2010년 4월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그런데 시리 앱을 본 당시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키틀로스에게 아예 시리 사를 인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발비용과 같은 금액인 2억달러에 시리를 매입한 애플은 지난해 10월 애플 앱스토어에서 시리 앱을 내렸다. 대그 키틀로스는 iOS 앱을 내놓을 당시 “안드로이드용과 블랙베리용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애플이 시리를 인수하면서 이 계획은 자연스럽게 무산됐다.
애플은 시리를 인수해 아이폰에 적용함으로써 ‘음성개인비서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아이폰 4S에 탑재된 시리를 공개했고 이번 달엔 이보다 성능이 향상된 시리를 새롭게 선보였다. 영어, 독일어 등 5개 언어에 국한됐던 시리 서비스는 올가을 쯤 한국어를 포함한 15개 언어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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