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루아얄(왼쪽)이 17일(현지시간) 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올랑드 대통령과 30년 동거한 사이다. 이번 선거에서 올랑드의 현 동거녀 트리에르바일레(오른쪽)가 루아얄의 상대 후보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 세간에 ‘장미의 전쟁’으로 회자되고 있다. [로이터·AP=뉴시스]
프랑수아 올랑드(58) 프랑스 대통령이 과감하게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올랑드가 이끄는 집권 사회당이 사실상 단독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올랑드와 입장 차가 큰 극좌 성향의 좌파전선(FG)은 물론,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에도 굳이 기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회당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DVG당·PRG당과 함께 ‘사회당 블록’을 형성해 전체 577석 중 과반(289석)을 훌쩍 넘는 314석(54.4%)을 차지했다. 녹색당 17석, FN 10석까지 합치면 ‘좌파 연합’의 의석은 343석에 이른다. 또 사상 처음으로 사회당이 상·하원 양쪽에서 제1당을 차지해 올랑드는 ‘역대 가장 힘센 좌파 대통령’이 됐다.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57) 전 대통령이 소속된 중도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은 304석에서 229석으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사르코지 정부 때 62세로 연장된 정년을 일부 60세로 돌리는 등 숨가쁘게 달려온 올랑드의 개혁 추진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올랑드에게 정치적 골칫거리도 던졌다. 그의 전 동거녀인 세골렌 루아얄(59)이 현 동거녀(영부인)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47)와의 감정 싸움 끝에 서부 해안도시 라로셸에서 낙선한 것이다. 올랑드와 1978~2007년 30년 가까이 동거하며 슬하에 네 자녀를 둔 루아얄은 2007년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거물 정치인이다. 이번엔 하원의장도 노렸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사회당 경선 결과에 불복해 DVG당으로 출마한 무명 후보 올리비에 팔로르니에게 지고 말았다. 10일 1차 투표에서 루아얄은 1위를 차지했었다. 올랑드도 루아얄 지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지난 12일 올랑드의 동거녀 트리에르바일레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팔로르니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다음날 루아얄은 “나는 로봇이 아니다”며 굴욕감을 호소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장미의 전쟁’이라며 화제 삼았다.
루아얄은 패배 선언 직후 인터뷰에서 “(트리에르바일레의 트윗이) 도움이 안 된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를 인용해 “배신자는 종국에 죗값을 치르게 된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올랑드가 트리에르바일레로 인해 손상된 자신의 정치적 권위를 다시 세우고, 루아얄에게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새 역할을 주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에서 ‘프랑스 의회 221년 사상 최연소 의원’이라는 새로운 정치 스타가 탄생했다. FN의 거점인 남부 카르팡트라에서 당선된 스물두 살의 법학도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다. 그는 마린 르펜(44) FN 대표의 조카이자 FN을 만든 장마리 르펜(84)의 손녀인 ‘3세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