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줌인]소쩍새의 울음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주간경향 935호
도회지를 벗어나 여름 밤길을 걷다보면 발길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324-6호 소쩍새 소리다.
사냥을 하기 위해 소쩍새가 밤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강매마을 한적한 곳의 고사목에서 소쩍새가 번식을 한다. 초여름에 찾아와 ‘솟쩍다 솟쩍다’ 하며 먼 곳과 가까운 곳에서 낮은 소리와 큰 소리로 번갈아 울어댄다. 짝을 찾는 소리다. 짝을 찾는 시기에는 숲속 곳곳에서 소쩍새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짝을 만난 암컷이 둥지에 알을 낳고 알을 품는 시기에는 소쩍새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이다.
쥐를 사냥한 소쩍새 어미가 둥지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쥐를 사냥한 소쩍새 어미가 둥지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한 달 정도 알을 품는 시기를 거쳐 새끼 소쩍새는 7월에 태어난다. 새끼가 어릴 때는 가로등불에 모여드는 나방과 배추벌레와 같은 작은 곤충류를 사냥해와 먹이지만, 어린 것들이 커지면서 사냥해오는 먹잇감도 커진다. 소쩍새 어미들은 몸집이 작지만 새끼들이 커가면 쥐를 사냥해올 만큼 날렵하고 사납다. 예로부터 소쩍새에 대해 전해내려오는 민담이 여러 개 있다.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민담도 있다.
야행성인 소쩍새도 낮에는 이처럼 숲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옛날에 며느리를 몹시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는데 며느리를 굶겨 죽이려고 아주 작은 솥에다 밥을 짓게 했다고 한다. 결국 며느리는 굶주려 죽었고, 죽은 며느리의 넋은 새가 되어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솟쩍 솟쩍’ 시어머니를 원망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이재흥<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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