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줌인]저어새의 터전
주간경향 942호
각시바위에서 잠을 자고 난 저어새무리들이 새벽을 맞아 첫 날갯짓을 하고 있다.
강화도 선두리포구 앞의 수평선 한가운데에 각시바위가 있다.
부리가 밥주걱 모양인 저어새들이 번식하는 곳이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 제205-1호다.
만조가 되면 바위섬인 각시바위는 저어새들이 갈매기, 가마우지, 왜가리, 백로와 자리다툼을 해야 할 정도로 비좁아진다.
저어새들이 해가 지자 각시바위로 날아들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저어새는 텃세를 부리며 영역을 지킨다.
앞바다에 썰물로 물이 빠지면 잿빛 갯벌이 펼쳐진다.
이때 저어새는 영종도와 세어도 일대까지 날아가 먹이를 찾는다.
밀물로 갯벌이 잠기면 다시 각시바위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저어새들은 갯벌에서 흐트러진 깃털을 다듬으며 휴식을 취한다.
밤이면 이곳에서 잠을 잔다.
함께 바람을 가르며 저어새 무리들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갯벌이 만조로 물에 잠기면 저어새들은 갯가에서 휴식을 취한다.
저어새는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면 고향으로 돌아와 둥지를 보수하고 알을 낳고 번식을 한다.
저어새는 각시바위 외에도 서해 5도 주변 크고 작은 무인도에서도 볼 수 있다.
동아시아권에서만 살고 있는데, 가장 많은 개체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있다.
이재흥<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