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너바나의 시애틀
밴드 ‘너바나’를 몰라도 이들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을 듣고서 ‘어디선가 들어봤는데…’라는 생각만 들어도 시애틀은 꽤 재미있는 동네가 될 수 있다. ‘펄 잼’ ‘앨리스 인 체인스’ ‘사운드 가든’ 등과 ‘시애틀 그런지’의 전성기를 연 너바나와 이 밴드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을 품고 키워낸 곳이 바로 시애틀이다.
시애틀에서 ‘록 스피릿’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EMP (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이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주 폴 앨런이 설립한 록음악과 SF의 전당.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시애틀 센터 안에 있는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에 있다.
EMP 입구에 들어서자 1층 바닥부터 2층 천장까지 기타를 쌓아 만든 ‘기타의 탑’이 음악팬들을 반긴다. 너바나는 물론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지미 핸드릭스 등 최고 뮤지션들의 소장품을 구경하고 이들의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악기가 마련된 작은 방 안에서 직접 연주도 해볼 수 있다.
■EMP 입장료는 12~18달러로 금요일과 주말, 성수기엔 더 비싸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12~1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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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헤밍웨이가 쿠바 하나바에서 즐겼다는‘모히토’.
3 헤밍웨이의 아바나
“사람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있노라면 미국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189~1961)가 쿠바의 아바나에서 무엇을 봤는지 궁금해진다. 20여년간(1939~1960) 아바나에 살면서 그는 좌절을 모르는 인간 정신에 대한 찬양이자 광활한 자연 속에서 고독한 단독자로 존재하는 인간의 운명이 담긴 이 소설을 썼다. 아바나 해변에 내리쬐는 햇살과 시도때도 없이 쳐대는 파도를 보면 헤밍웨이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아바나만(灣) 남쪽 10㎞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 코히마르(Cojimar)에서 낚시를 하며 ‘노인과 바다’를 구상했다. 물가의 갑판에서는 구릿빛 피부의 젊은이들이 낚시나 수영을 하고 노인들이 기타를 치며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 한적한 동네다. 헤밍웨이는 아바나에서 칵테일 ‘모히토’를 즐겨 마셨다. ‘오텔 나시오날(Hotel national de Cuba)’의 바에서‘아바나에서 가장 맛있는 모히토’를 만든다고 한다.
■바로 가려면 캐나다를 경유하거나 미국 LA와 멕시코를 경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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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야경. / 조선일보 DB4 장국영의 홍콩
휘황찬란한 홍콩 야경에 감탄하기보다 애틋함이 느껴진다면 장국영(1956~2003)을 좋아했거나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홍콩은 생각 없이 걷기만 해도 좋은 곳인지도 모른다.
친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비(장국영), 아비가 미치도록 그리운 수리진(장만옥), 수리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경찰관(유덕화).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1990)의 세 가지 그리움은 홍콩 캐슬 로드(Castle Road) 모퉁이에서 엇갈려 지나친다. 센트럴역과 성완역 사이에 12개가 연결된 800m짜리 옥외 에스컬레이터 중 네 번째 에스컬레이터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15분 정도 걷는다. 건너편 어둠 아래 캐슬 로드가 숨어 있다. 하지만 수리진과 경찰관을 이어주던 공중전화 박스는 없다.
야경을 굽어볼 수 있는 빅토리아피크는 장국영과 장만옥이 함께 출연한 ‘금지옥엽’의 촬영지였다. 최고 45도 각도로 운행하는 피크 트램과 산정에 있는 이국적 분위기의 ‘카페 데코’로 잘 알려져 있다.
■홍콩에 돌아보고 싶은 곳이 많다면 지하철 MTR을 추천한다.
5 르 코르뷔지에의 리옹
1959년 7월 완공된 라 투레트 수도원(Sainte Marie de La Tourette)은 프랑스 리옹 근처 ‘에브 쉬르 아브렐론’(Eveux-sur-Arbresle Rhone)이라는 지역에 있다. 수도원은 100개 정도의 수도승방과 도서실, 식당, 성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구한 역사도, 주변 경관이 황홀한 것도 아닌 이 시골마을에 찾아가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라 투레트 수도원을 설계한 르 코르뷔지에(1887~1965)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 프랑스 건축가이자 화가이고 디자이너다. ‘빌라 사보아’ ‘롱샹 성당’ 등 20세기 대표적 건축물을 설계한 거장이다.
이 수도원을 다섯 번이나 찾았다는 건축가 승효상은 저서 ‘건축, 사유의 기호’에서 ‘경사진 초지와 필로티 위에 띄워진 수평선은 자연과 인공을 대립시키며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고 했다. 겸허와 황홀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곳이다.
■여름에는 라 투레트 수도원에 묵을 수 있다. 수도원 건축에 대해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www.couventdelatourette.fr
6 쇼팽의 바르샤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쇼팽(1810~1849)의 무덤에는 그의 심장이 없다. 쇼팽은 죽기 전 “심장만이라도 고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고, 그의 심장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성(聖) 십자가 교회에 묻혔다.
쇼팽은 1810년 바르샤바와 가까운 젤라조바 볼라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 무렵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고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빈 등에 거주했다. 비록 몸은 떠나왔지만 쇼팽은 죽을 때까지 마주르카, 폴로네즈 등 민족성을 담은 음악으로 폴란드 역사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폴란드가 쇼팽을 사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레데리크 쇼팽 공항이 세워졌고, 바르샤바 시내에서 쇼팽 거리, 쇼팽 공원, 쇼팽 박물관, 쇼팽 음대, 쇼팽 초콜릿 등 쉴 새 없이 그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 벤치에 부착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곡을 들을 수 있다. 2010년 새단장 했다는 ‘쇼팽 박물관’은 쇼팽이 그린 초상화와 자필 문서, 악보, 생전에 사용한 가구 등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바르샤바로 가는 직항은 없고, 암스테르담 등을 경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