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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명인사들의 자취가 있는 10곳을 가다

淸山에 2012. 5. 25. 13:54

 

 

 

 

 

세계 유명인사들의 자취가 있는 10곳을 가다

이영민 기자 ymlee@chosun.com

 


뭔가 영감이 떠오르는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면…
'헤밍웨이 바다'에서 칵테일을
'다윈의 섬'에서 펭귄과 산책을

 

해외여행이라고 다 좋을 순 없다. 시간과 돈을 들였더니 막상 맥이 빠질 때도 있다. 사진에서 봤을 때는 멋진 곳이었는데 막상 보면 고향과 비슷한 풍광이기도 하고, 벅찬 감동 줄 것이라 기대했던 유적은 초라한 폐허에 불과할 때도 있다.

 

해외여행에서 실패를 줄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족적(足跡)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태어나거나 자라난 곳, 작업을 했던 곳에서 이들이 영감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다른 감수성과 지성을 갖춘 이들의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무심코 스쳐 지나갈 뻔한 명소를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감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여행 특집은 여름 휴가철 직전에 할 예정이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인터랙티브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1 피터 잭슨의 뉴질랜드 남섬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보면서 영화에 나오는 중간계(界)가 당연히 컴퓨터 그래픽(CG)의 산물인 줄 아는 관객들이 많다. 영화 속 짙푸른 숲과 광활한 초원,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호수는 현실보다 판타지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피터 잭슨 감독의 고향 뉴질랜드에서 촬영됐다.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 곳곳에 ‘반지의 제왕’ 촬영장이 있지만 영화에 나온 압도적 장관을 보고 싶다면 남섬에 있는 국립공원 ‘마운트 쿡’에 가 보시라. 뉴질랜드 남섬의 최고봉(3573m)으로, 이 산을 중심으로 3000m가 넘는 18개의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메우는 빙하가 펼쳐져 있다. 마운트 쿡에 있는 에메랄드빛의 푸카기 호수나 테카포 호수는 거울처럼 투명해 수면에 산봉우리를 그대로 비춘다.

 

마운트 쿡 국립공원 안에는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각각 난이도와 소요시간(1~4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도전할 수 있다.

 

■ 저렴한 가격으로 뉴질랜드 남섬을 돌아보고 싶으면 호주의 배낭여행 전문업체 ‘컨티키’의 ‘컨티키 시닉 서던(Contiki Scenic Southern)’ 패키지를 이용하면 된다. 18~35세 전용. www.contiki.co.kr

 


2 너바나의 시애틀

 

밴드 ‘너바나’를 몰라도 이들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을 듣고서 ‘어디선가 들어봤는데…’라는 생각만 들어도 시애틀은 꽤 재미있는 동네가 될 수 있다. ‘펄 잼’ ‘앨리스 인 체인스’ ‘사운드 가든’ 등과 ‘시애틀 그런지’의 전성기를 연 너바나와 이 밴드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을 품고 키워낸 곳이 바로 시애틀이다.

 

시애틀에서 ‘록 스피릿’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EMP (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이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주 폴 앨런이 설립한 록음악과 SF의 전당.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시애틀 센터 안에 있는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에 있다.

 

EMP 입구에 들어서자 1층 바닥부터 2층 천장까지 기타를 쌓아 만든 ‘기타의 탑’이 음악팬들을 반긴다. 너바나는 물론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지미 핸드릭스 등 최고 뮤지션들의 소장품을 구경하고 이들의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악기가 마련된 작은 방 안에서 직접 연주도 해볼 수 있다.

 

■EMP 입장료는 12~18달러로 금요일과 주말, 성수기엔 더 비싸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12~15달러

 


3 헤밍웨이가 쿠바 하나바에서 즐겼다는‘모히토’.


3 헤밍웨이의 아바나

 

“사람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있노라면 미국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189~1961)가 쿠바의 아바나에서 무엇을 봤는지 궁금해진다. 20여년간(1939~1960) 아바나에 살면서 그는 좌절을 모르는 인간 정신에 대한 찬양이자 광활한 자연 속에서 고독한 단독자로 존재하는 인간의 운명이 담긴 이 소설을 썼다. 아바나 해변에 내리쬐는 햇살과 시도때도 없이 쳐대는 파도를 보면 헤밍웨이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아바나만(灣) 남쪽 10㎞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 코히마르(Cojimar)에서 낚시를 하며 ‘노인과 바다’를 구상했다. 물가의 갑판에서는 구릿빛 피부의 젊은이들이 낚시나 수영을 하고 노인들이 기타를 치며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 한적한 동네다. 헤밍웨이는 아바나에서 칵테일 ‘모히토’를 즐겨 마셨다. ‘오텔 나시오날(Hotel national de Cuba)’의 바에서‘아바나에서 가장 맛있는 모히토’를 만든다고 한다.

 

■바로 가려면 캐나다를 경유하거나 미국 LA와 멕시코를 경유해야 한다.

 


홍콩 야경. / 조선일보 DB4 장국영의 홍콩

 

휘황찬란한 홍콩 야경에 감탄하기보다 애틋함이 느껴진다면 장국영(1956~2003)을 좋아했거나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홍콩은 생각 없이 걷기만 해도 좋은 곳인지도 모른다.

 

친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비(장국영), 아비가 미치도록 그리운 수리진(장만옥), 수리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경찰관(유덕화).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1990)의 세 가지 그리움은 홍콩 캐슬 로드(Castle Road) 모퉁이에서 엇갈려 지나친다. 센트럴역과 성완역 사이에 12개가 연결된 800m짜리 옥외 에스컬레이터 중 네 번째 에스컬레이터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15분 정도 걷는다. 건너편 어둠 아래 캐슬 로드가 숨어 있다. 하지만 수리진과 경찰관을 이어주던 공중전화 박스는 없다.

 

야경을 굽어볼 수 있는 빅토리아피크는 장국영과 장만옥이 함께 출연한 ‘금지옥엽’의 촬영지였다. 최고 45도 각도로 운행하는 피크 트램과 산정에 있는 이국적 분위기의 ‘카페 데코’로 잘 알려져 있다.

 

■홍콩에 돌아보고 싶은 곳이 많다면 지하철 MTR을 추천한다.

 

5 르 코르뷔지에의 리옹

 

1959년 7월 완공된 라 투레트 수도원(Sainte Marie de La Tourette)은 프랑스 리옹 근처 ‘에브 쉬르 아브렐론’(Eveux-sur-Arbresle Rhone)이라는 지역에 있다. 수도원은 100개 정도의 수도승방과 도서실, 식당, 성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구한 역사도, 주변 경관이 황홀한 것도 아닌 이 시골마을에 찾아가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라 투레트 수도원을 설계한 르 코르뷔지에(1887~1965)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 프랑스 건축가이자 화가이고 디자이너다. ‘빌라 사보아’ ‘롱샹 성당’ 등 20세기 대표적 건축물을 설계한 거장이다.

 

이 수도원을 다섯 번이나 찾았다는 건축가 승효상은 저서 ‘건축, 사유의 기호’에서 ‘경사진 초지와 필로티 위에 띄워진 수평선은 자연과 인공을 대립시키며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고 했다. 겸허와 황홀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곳이다.

 

■여름에는 라 투레트 수도원에 묵을 수 있다. 수도원 건축에 대해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www.couventdelatourette.fr

 

6 쇼팽의 바르샤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쇼팽(1810~1849)의 무덤에는 그의 심장이 없다. 쇼팽은 죽기 전 “심장만이라도 고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고, 그의 심장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성(聖) 십자가 교회에 묻혔다.

 

쇼팽은 1810년 바르샤바와 가까운 젤라조바 볼라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 무렵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고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빈 등에 거주했다. 비록 몸은 떠나왔지만 쇼팽은 죽을 때까지 마주르카, 폴로네즈 등 민족성을 담은 음악으로 폴란드 역사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폴란드가 쇼팽을 사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레데리크 쇼팽 공항이 세워졌고, 바르샤바 시내에서 쇼팽 거리, 쇼팽 공원, 쇼팽 박물관, 쇼팽 음대, 쇼팽 초콜릿 등 쉴 새 없이 그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 벤치에 부착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곡을 들을 수 있다. 2010년 새단장 했다는 ‘쇼팽 박물관’은 쇼팽이 그린 초상화와 자필 문서, 악보, 생전에 사용한 가구 등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바르샤바로 가는 직항은 없고, 암스테르담 등을 경유해야 한다.

 

 

 

 

 

뭔가 영감이 떠오르는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면…
'헤밍웨이 바다'에서 칵테일을
'다윈의 섬'에서 펭귄과 산책을

 

7 찰스 다윈의 갈라파고스

 

찰스 다윈(1809~1882)은 1835년 9월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했다. 그는 이곳에서 약 5주 동안 머물면서 새들을 연구했고, 이 연구는 훗날 진화론의 기초가 됐다.

 


갈라파고스 해안. / 주한 에콰도르대사관 제공


남미 에콰도르 서쪽 해상으로 약 1000㎞쯤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는 사실 황량한 화산지형이다. 그런데도 영국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에 이름을 올렸다. 몸무게가 수백㎏에 달하는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이나 바다에서 헤엄치는 이구아나, 갈라파고스펭귄, 고래상어, 바다사자, 알바트로스 등 희귀 생물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과 해안길을 이러한 생물들과 함께 걸어볼 수 있다. 산타크루스 섬에서는 찰스 다윈 연구소와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본부, 용암동굴 등이 자리하고 있다. 바톨로메 섬 등에서는 스킨스쿠버 등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기고, 이사벨라 섬에서는 최근까지도 활동했다는 거대한 화산을 탐사할 수 있다.

 

■인천에서 갈라파고스를 갈 때는 보통 미국 애틀랜타 등에서 에콰도르 과야킬로 간 뒤, 다시 비행기를 타고 과야킬에서 갈라파고스(발트라 공항)로 가야 한다.

 


보스프러스 해협 야경이 뛰어난 터키 이스탄불. / 조선일보 DB 8 애거사 크리스티의 이스탄불

 

터키 이스탄불을 출발해 프랑스 칼레로 향하던 열차가 폭설에 갇혔다. 기차가 멈춘 동안 한 부호가 살해됐다. 아무도 열차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고 들어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14명 승객 전체가 용의자다.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공간적 배경이 된 오리엔트 특급은 프랑스, 헝가리 등과 이스탄불을 잇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더 이상 다니지 않지만, 이스탄불 시르케지 역에 가면 열차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스탄불 ‘펠라 팰리스 호텔’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찾았던 곳. 크리스티는 이 호텔 411호에 머물며 작품을 썼다.

 

사실 애거사 크리스티도 아시아와 유럽이 맞닿은 이스탄불의 매력에 끌린 관광객 중 하나였다. 당시 유럽인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겼던 보스프러스 해협,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블루모스크,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중심인 톱카프 궁전 등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오늘도 세계인들을 이스탄불로 끌어오고 있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비행기 직항이 있다. 유람선을 타면 1~2시간 동안 보스프러스 해협을 돌아볼 수 있다.

 


해질녘 크루즈로 섬들을 둘러볼 수 있는 일본 나가사키. / 일본정부관광국 제공


9 푸치니의 나가사키

 

“어떤 갠 날 바닷물 저편에. 연기 뿜으며 흰 기선 나타나고. 늠름한 내 사랑 돌아오리라… 그대는 부르겠지. 버터 플라이. 그러나 나는 대답 않고 숨겠어요.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요.”

 

푸치니(1858-1924) 오페라 ‘나비부인’에 나오는 아리아 ‘어떤 갠 날’이다. 이곳의 무대는 나가사키의 그라바엔. 19세기 중반 영국인 토머스 글로버가 일본에 와서 지은 저택이다. 당시 글로버의 일본인 부인이 나비 무늬가 있는 기모노를 즐겨 입었는데, 존 루터 롱이라는 작가가 이 여인을 모티프로 해서 소설 ‘나비부인’을 썼다. 이 소설은 푸치니의 손을 거쳐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물이 자리한 그라바엔에서 내려다보는 항구 풍경은 나가사키에서 가장 평화로운 풍경으로 꼽힌다. 정원 쪽에 있는 나비부인 동상 옆에는 어떤 갠 날의 도입부 음계에 맞춰 배치된 벽돌조형물도 있다. 또 나가사키의 근대사를 담은 원폭자료관과 평화공원, 17세기 일본의 문을 열었던 네덜란드의 흔적을 둘러볼 수 있는 하우스텐보스·데지마 등도 이곳의 명소다.

 

■인천에서 나가사키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직항이 있다.

 

10 얀 베르메르의 델프트

 

노란색 벽돌에 빨간 지붕을 얹은 집들, 아치형 다리 양쪽으로 교회의 첨탑이 뾰족하게 솟아있다. 구름 사이로 해가 나면 황금빛으로 물들고, 흐르는 물 위로 풍경이 그림자처럼 내려앉는 마을.

 

네덜란드 화가 얀 베르메르(1632-1675)의 작품 중 ‘델프트 풍경’이다. 베르메르는 생애 대부분을 델프트에서 살았다. 평생 40점을 남겼는데, ‘북구의 모나리자(진주 귀걸이 소녀)’ ‘네덜란드 풍경화 최고의 걸작’(델프트 풍경) 등의 찬사를 받았다.

 

델프트에서는 베르메르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베르메르 센터는 베르메르가 수년간 몸담았다는 화가 길드 ‘루카스 길드’ 자리에 2008년 문을 열었다. 베르메르가 빛을 다루던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올드 처치에서는 베르메르의 묘를 볼 수 있고, 근처로 옮겨 17세기 당시 화가 길드에서 사용한 유물들도 둘러볼 수 있다. 운하와 네덜란드 오라네 왕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프리센호프 박물관’도 이곳의 명물이다.

 

■델프트는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약 50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