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방식대로 더 짜고 딱딱하게 말린 '마른 굴비'.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canyou@chosun.com
우선 법성포만의 특수한 자연조건을 꼽는다. 봄 평균기온이 섭씨 10.5도인 데다 서해에서 하늬바람(북서풍)이 불어와 조기를 말리기 알맞다. 습도는 평균 75.5%. 낮에는 습도가 45% 이하로 떨어져 조기가 서서히 마르고, 밤에는 96% 이상 올라가면서 수분이 몸 전체로 고루 퍼지며 숙성된다.
영광굴비가 맛있는 두 번째 이유로는 이 지역 사람들의 '섭간' 솜씨가 꼽힌다. 양쪽 아가미와 입, 몸통에 천일염을 뿌려 수분을 빼고 간이 적당하게 배도록 하는 기술을 섭간이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다른 지역에서 따라오지 못한다. 다른 지역에선 대부분 섭간이 아닌 '물간'을 한다. 조기를 소금물에 담가 절이는 방식이다. 손이 덜 가고 편하지만 맛은 아무래도 섭간만 못하다. 예전에는 항아리에 소금과 조기를 켜켜이 쌓는 '독간'을 하기도 했지만, 워낙 짜서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섭간하거나 물간한 조기는 한 두름(큰 것 10마리, 작은 것 20마리)씩 엮어 15~40시간 재웠다가 묽은 소금물로 네댓 차례 씻어서 걸대에 건조시킨다. 엮는 것도 쉽지 않다. 너무 힘줘 엮으면 조기가 뒤틀리고, 헐거우면 빠진다. 어떻게 힘을 조절하고 매듭을 맺느냐가 노하우이다. 과거에는 짚으로만 엮었지만 요즘은 짚과 노란색 비닐 노끈으로 함께 엮는다. 짚으로 엮어야 말리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굴비는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대개 어려서부터 굴비를 맛본 나이 지긋한 분들이다. 물에 밥 말아서 쪽쪽 찢은 굴비를 얹어 먹으면 입맛이 금세 돌아왔는데, 요즘 굴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영광에선 "과거보다 굴비를 덜 짜고 더 촉촉하게 말리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요즘 굴비는 수분 68%, 염도 1.25~1.5% 정도다.
옛날에는 수분이 50% 미만이고 염도는 3~5%였다. 석 달씩 꾸들꾸들 말리지 않고 7~14일 정도만 말려 물을 뺀 '물굴비'를 냉동시켜 보관하다가 유통시킨다. 과거 냉장·냉동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굴비가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짜고 건조하게 말렸다. 냉장고가 흔해지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요즘 소비자들은 건강에 해롭다고 짠 음식을 꺼리고, 덜 말려 더 통통하고 촉촉한 굴비를 선호하고 있다.
굴비 본래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옛날식으로 짜고 딱딱하게 굴비를 말리는 업체가 영광에 몇 있다. 이를 다른 굴비와 구분해 '마른 굴비' 또는 '봄굴비'라고 부른다. 북어처럼 딱딱한 마른 굴비를 쌀뜨물에 몇 시간 담갔다가 쪄서 먹거나 결대로 쪽쪽 찢어서 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이 마른 굴비를 먹어보면 '굴비의 밥도둑질 솜씨가 여전히 녹슬지 않았군'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