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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하이네[노래의 책]중, 북해(1825~1826)편에서
첫번째 연작시 6번
저녁이 되어 어둠이 찾아 드니
바다는 더한층 거세게 파도 쳤다.
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숴지는
파도의 춤을 바라보며
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때 그대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사로잡혔다.
아름다운 모습, 그대의 모습은
내 주위에서 맴돌고 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
세찬 바람속에서도,
거친 파도 속에서도,
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
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
나는 가느다란 갈대를 꺾어 모래 위에 썼다.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하지만 심술궂은 파도가
이 달콤한 고백 위를 덮쳐가며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약한 갈대여, 먼지처럼 흩어지는 모래여,
사라지는 파도여, 난 이제 너희를 믿지 않으리!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내 마음은 더욱 날뛴다.
이제,
나 저 노르웨이의 숲에서
가장 크고 푸른 전나무를 찾아
그 뿌리채 뽑아
저 애트나의 불타오르는
샛빨간 분화구에 담갔다가
그 불이 붙은 거대한 붓으로
나 저 어두운 하늘을 바탕삼아 쓰겠노라.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고
이렇게 하면 저녘마다 하늘에는 영겁의 필적이 타올라
뒤에 오는 후손들은 모두 즐거운 소리를 지르며
하늘에 쓰인 말을 읽으리라.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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