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새 - 천상병

淸山에 2009. 8. 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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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