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 1寄友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기우 2寄友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 3寄友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 4寄友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落葉낙엽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無題 1무제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蘆原卽事노원즉사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途中卽事(도중즉사)-金時習(김시습)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還山환산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新漲신창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感懷감회
事事不如意(사사불여의) : 일마다 내 마음 같지 않아
愁邊醉復醒(수변취복성) : 시름 속에 취하여 다시 깬다
一身如過鳥(일신여과조) : 이 한 몸 나는 새와 같아
百計似浮萍(백계사부평) : 많았던 내 계획 부평초 신세
經史莫?腹(경사막염복) : 경서와 사서 너무 배워 배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명예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유사고침수) : 다만 베개 높이 베고 잠잘 생각아나 하며
?載夢虞庭(갱재몽우정) : 꿈속에서 순임금 만나 화답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