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옛시조 모음

두보(杜甫)의 춘망(春望)

淸山에 2009. 8. 13. 15:31

 

 

두보(杜甫)의 춘망(春望) 
 

春望(춘망)-봄의 소망        杜甫(두보)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론데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 성안은 봄이 되어 초목이 무성하네

感時花淺淚(감시화천루) : 시대를 슬퍼하여 꽃도 눈물 흘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 한 맺힌 이별에 나는 새도 놀라는구나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 봉화불은 석 달이나 계속 오르고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너무나 소중하여라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 흰 머리를 긁으니 자꾸 짧아져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 이제는 아무리 애써도 비녀를 못 꽂겠네


<감상1>

우선 이 시는 안녹산의 난이라는 전쟁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인간의 이기심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조성되어,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일시에 폭발하듯 나타난 것이 전쟁일 것이다

전쟁이 일단 터지면, 그것은 전쟁의 논리와 생리로 진행된다.
철저히 강자만이 살아남는 잔인하고 몰 이성적이고 비참하고 처절한

모습으로 말이다.

 

어느 한쪽이 다 없어질 때가지 계속되는 것이다.
철저하게 비인간적이고 파괴적인 것만이 인정받는 이상한 가치 질서를 가진다.

그러나 전쟁은 양념처럼 인류의 역사를 따라다닌다.
어느 시대고 전쟁이 없는 시대는 없었다.
과연 전쟁의 발생에 대한 신의 섭리는 무엇일까.


인류의 행복에 대한 신의 질투인가 그토록 수 많은 인간의 목숨을 빼앗고
고통과 파괴를 요구하는 전쟁을 인간은 왜 계속하는 것일까?
신은 왜 전쟁이란 비극에 대하여 침묵하는가? 전쟁을 통하여 달성 할
무슨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시 “春望”의 작가 두보는 전쟁을 직접 보고 체험한 작가다.

 

그는 시를 통하여 전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깨닫고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찢고,
죽이고 온갖 물건을 파괴해도 게절은 언제나 때맞추어 나타나고
온갖 초목도 그에 따라 변화하는 질서를 가진다는 것이다.

즉 전쟁은 인간만의 전쟁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왜 이 어리석고 비극적인 전쟁을 계속하는 것인지,
누가 전쟁를 일으키는지 또는 일어나게 하는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시를 자세히 읽어보면, 두보는 작품을 통하여 이러한 의문을 인류
전체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1, 2 구에서 두보는 이러한 의문을 강하게 보인다.

 

“國破山河在(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론데)”
“城春草木深(성안은 봄이 되어 초목이 무성하네)”

여기서, “國”은 특정 시기의 정치 집단인 <조정> 즉, 지금의 정부를 뜻한다.
두보는 분명히 영구히 계속되는 민족과 어느 시기를 통치하는

권력집단으로서의 <조정>을 구별하여 인식한 것 같다.

 

<山河>와 <城>은 영원한 중국 민중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국토>와 <도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를 잘 못하여 무너져 쫓겨난 당현종의 <조정>은 망해도, 그들 때문에

보전되지 못하고 상처 난< 국토>와 <도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새로운 계절에 의해 회복이 가능한 영원한 땅인 것이다.


즉 봄이 되면, 봄의 기운으로 초목이 다시 무성해지는 신의 땅이요 백성의
땅인 것이다, 백성과 자연과 계절은 영원한 것이다.

풀이말인 <破>와 <深>의 대조는 이를 나타내 준다
이러한 땅, 이러한 백성에게 생채기를 내고 파멸을 초래한 권력 집단인
<조정>의 책임이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효과를 드러낸다.


이러한 장치와 효과는 작가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거나 의식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3, 4 구를 살펴보자

“感時花淺淚(시대를 슬퍼하여 꽃도 눈물을 흘리노라)”
“恨別鳥驚心(한 맺힌 이별에 나는 새도 놀라네)”

여기서는 꽃<花>과 새<鳥>의 전쟁의 참상에 대한 반응을 통하여,
인간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간이 당하는 비애의 정도를 극대화시켜보여 준다

 

즉, 꽃이 눈물을 뿌리고(花淺淚), 새가 자신의 심장을

놀라게한다(鳥驚心)는 것이다
그 이유는, 조정이 정치를 잘 못하여 전쟁을 일으켜 국토와 백성이 고통 받는
시대를 슬퍼하고(感時). 그리고 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하는 인간의 한 맺힌
이별(恨別)을 사람보다 미천한 꽃과 새도 알아보았다는 사실이다

 

5, 6 구를 살펴보자

“烽火連三月(봉화불은 석 달이나 계속 오르고)”
“家書抵萬金(집에서 온 편지는 너무나 소중해라)”

여기서는
이러한 비극적인 전쟁이 오랫동안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가족 간의 유대와 그 끈끈한 정을 떠올리는 작가의 마음이 살아 움직인다

전쟁은 석 달이나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가족에 대한 소식을 전할 길도 받을 길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집 소식을 전한 편지(家書)가 그에게는 만금의

 가치가 있다(抵萬金)”고 함으로써 그의 심정을 밝히고 있다.

 

그 어려운 처지에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인간애를 보여주고 있다.

7, 8 구를 보자

“白頭搔更短(흰 머리를 긁으니 또 더 짧아져)”
“渾欲不勝簪(아무리 애써도 비녀도 못 지겠네)”

 

여기서는 전쟁을 겪고 있는 두보 자신의 노심초사를 드러내고 있다.
가족 걱정, 나라 걱정 그리고 자신의 건강과 장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흰 머리가 더욱 희어지고, 또 머리털이 자꾸 빠져서

이제는 비녀도 꽂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두보가 몸도 마음도 극도로 쇠락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할 때, 전쟁으로 인해 그 전생을 일으킨

사람과 전혀 관계없는 수 많은 두보와 같은 처지의 고통받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수 많은 사람이 개인적으로 두보가 당한 가족과 헤어지는

비극과 객지에서 병들어 고통 받는 보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자 그들이 누구란 말인가?

왜 죄 없는 백성이 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를 붇고 있는 것이다.

 

두보는 당 현종과 당시의 조정을 탓하고 있다.
당 현종은 양귀비를 끼고 놀다가 정치를 소홀히 하고, 국정의 판단을

잘못하여 피할 수 있는 전쟁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비극적인 전쟁이 발생한 많은 원인이 이러한 데에 있었다.

하늘은 두보와 같은 시인에게 시를 짓는 능력을 주고, 동시에 그에게

 

궁핍한 생활과 전쟁의 체험까지 겪게 하여 이러한 전쟁의 교훈을

우리 인류에게 전하여 준 것이 아닐까?

마치 진주조개에 주입된 조그마한 이 물질이 진주조개에게는

고통이되고 이 고통을 없애버리려는 자기 방어적인 차원에서 조개가

분비물을 분비하여 영롱한 빛을 내는 진주를 생산하듯이 말이다.

 

두보는 자신의 생애를 진지하게 살아 이 진주 같은 시

<春望>을 생산한 것이다.
두보는 이제 이 시 한편으로 ,
잘못된 전쟁을 경계하는 영원한 <전쟁 감시자>가 되고,
권력의 부패를 문제삼는 <인류 양심의 보루>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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