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연 맛있는리딩 언어연구소 연구원
| |
독해력이 국·영·수 성적을 좌우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공부는 '읽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읽는 방법이 잘못되면 효율적으로 읽는 사람보다 더 빨리 지치거나 공부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는 눈으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글을 읽는 것은 우리의 두뇌다. 최근 신경학자들은 읽기를 담당하는 특별한 부위를 밝혀냈는데, 관자놀이 근처의 두정 측두엽, 전두엽 아래쪽, 후두 측두엽이다. 이 세 곳이 호응해 글자를 분석하고 소리와 의미를 파악하면서 우리는 글을 읽게 된다.
◆책 읽기는 뇌를 회춘시키는 기적의 약
우리의 뇌는 기억보다 망각에 익숙하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뇌세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학습, 기억, 감정 등의 정신활동을 돕는 신경세포인 '뉴런'인데, 이것은 20대 이후부터 점점 노화된다.
이런 두뇌를 젊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뇌에 반복적으로 인지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자극이 바로 책 읽기다. 독서는 단순히 문자를 보는 것이 아니다. 글이 설명하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그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한다. 덧붙여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 등 보다 복잡한 사고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두엽의 발달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독서는 스트레스를 없앤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배경뇌파 검사를 실시했더니, 동일한 조건에서 독서를 하기 전보다 독서를 한 이후에 집중력이 약 10% 상승했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도 역시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거나, 게임 등을 하면 정신 없이 빠져들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뇌가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이 거의 없고, 오히려 현란한 영상이 두뇌의 측두엽과 후두엽을 강하게 자극해 더 피로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수준 높은 단계의 독서는 뇌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다. 독서의 초보 단계에서는 뇌의 여러 부위 중 언어 이해에 필수적인 영역(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 등)이 주로 활성화되지만, 숙련된 독서 단계에 이르면 이 영역들뿐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 심지어는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까지 연합해서 활성화된다. 이는 독서가 단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이미 뇌에 저장하고 있던 정보와 다채롭게 조합·비교·유추·추론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독해짱이 되기 위한 두뇌 단련법
뇌는 유전적으로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유전적 요소가 큰 영향을 주지만,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비범하고 젊은 두뇌(=Super Brain)가 될 수도 있고, 평범하거나 퇴화한 두뇌가 될 수도 있다. 뇌는 근육과 같아서 매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신경세포가 치밀해지고 넓어져서 두뇌 발달이 활발해진다. 이것은 성장기 아동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글을 빠르게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뇌가 활성화 돼야 한다. 두뇌가 활성화 되면, 즉 머리가 좋아지면 정보 손실이 최소화돼 독해 능률이 향상된다. 그렇다면 머리를 똑똑하게 단련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①책과 친해져야 한다
무방비 상태에 있던 뇌는 문학작품을 접하면 깜짝 놀란다. 딱딱 들어맞는 퍼즐조각을 지루하게 맞추다가 맞지 않는 조각이 나타나면 흥분되고 퍼즐에 몰입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두뇌는 고차원적인 이해가 필요한 글을 만나면 내용을 파악하기 전에 해독작업을 선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뇌의 활동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곧 두뇌발달로 이어진다. 책이 어렵고 싫다면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 등 친해지기 쉬워 보이는 책부터 공략한다.
②식습관을 바꾼다
두뇌의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미네랄과 비타민, 단백질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면 똑똑한 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뇌에 좋은 식품으로는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있는 콩과 우유가 대표적이며, 해조류도 좋다. 뇌세포를 부드럽게 하고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꽁치가 최고로 꼽히고 두뇌 발달을 저해하는 스트레스에는 호두와 오렌지가 효과적이다. 또한 육류보다는 야채를 많이 섭취해 몸을 약알카리성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천천히 오래 씹어 두뇌를 마사지해주자.
③지친 뇌를 쉬게 해주는 최상의 방법은 수면
충분한 잠을 통해 뇌에 쌓인 피로를 풀어야 다음날 두뇌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숙면은 하루 동안 쌓인 불필요한 기억을 없애서 다음날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공간을 확보해주고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④스트레스를 없애라
인체에는 전투준비 행동을 담당하는 교감신경계와 휴식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가 있다. 교감신경계가 가장 강하게 발동할 때는 심한 분노, 공포, 놀라움 등 스트레스나 긴장에 시달릴 때다. 이때 두뇌의 회전은 급격히 떨어지는 반면 편안한 상태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따라서 공부나 학습, 시험 등을 싸움이라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놀이라 생각하자. 클래식 음악, 특히 바로크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므로 휴식시간에 감상하면 도움이 된다.
⑤운동을 하라
두뇌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혈액의 20%를 소비한다. 특히 혈액의 적혈구를 통해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 받는데 운동이 부족하면 피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뇌 세포는 산소 결핍상태에 빠지고 포도당이 부족한 저혈당 상태가 된다. 또한 유산소 대사를 통해 제거되는 젖산이 쌓여 졸음이 오며, 기억력이 감퇴된다. 심하면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