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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가 와인을 내려놓는다. 오렌지색 태양이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라벨이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루체(Luce)'입니다.”
강렬한 햇살을 연상시키는 그림에는 뭔가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와인의 강렬함을 얘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포도원에 내리쬐는 햇살을 말하는 걸까.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얼굴에서 호기심을 읽었는지 잔에 붉은 액체를 떨어뜨리는 소믈리에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와인은 로버트 몬다비와 이탈리아 와인 명가 프레스코발디가 합작해 만든 건데요. 몬다비가 프레스코발디 저택에 초청받아 피렌체에서 몬탈치노로 건너가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오래된 저택에 걸린 모습을 보고 아름다운 빛에 감명 받아 이름을 ‘루체’라고 지었다 합니다. 라벨을 보시면 ‘루체’ 밑에 ‘델라 비테’라고 작게 적혀 있는데 정식 명칭은 ‘포도밭의 빛’이라고 할 수 있죠.”
로버트 몬다비라고 하면 작년에 돌아간 나파밸리의 최고 와인 양조자 아닌가.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와 합작으로 ‘오퍼스 원’이라는 걸작품을 만든 바로 그 사람. 그가 이탈리아 와인에도 연관이 돼 있단 말인가.
“몬다비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에게서 태어났어요. 뿌리에는 이탈리아가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이탈리아에도 관심을 가졌고, 영국의 헨리 8세를 비롯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등 유명 예술가들이 즐겨 마신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프레스코발디와 손을 잡은 거죠.”
메를로와 산지오베제의 블렌딩은 ‘슈퍼 토스카나’라는 칭송을 이끌어냈단다. 역시 명장의 결합은 분명한 결과물을 만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