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술 & 와인愛

맛있고 착한 와인을 찾아서<6>

淸山에 2010. 10. 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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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켄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 2005]

 

밸류 와인은 맛있는 와인입니다. 동시에 가격이 ‘착한’ 와인입니다. 착하다는 말은 퀄리티 대비 싸다는 얘기죠. 지난 주는 30여종의 와인을 마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두 개 밖에 못 찾았네요. 밸류 와인을 찾기 위해 와인을 집중적으로 마시시 시작한 지 6주 째. 집에 들어가면 드라큘라같다며 놀려댑니다. 거울을 보니 입술이 탄닌 때문에 새까맣네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문득 대학교 시절이 떠오릅니다. 4년 동안 영국문화원, 프랑스문화원, 영화관, 으뜸과 버금을 전전하며 4000편이 넘는 영화를 봤었죠. 그 때는 영화가 제 인생의 전부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와인이 있어 행복합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보고, 실망이 커진(물리적인 편수가 많아지니 명작보다는 졸작이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었겠죠) 사이클이 와인에서는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 이유는?

 와인이 '생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5만원 미만]

●카이켄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Kaiken Ultra Cabernet Sauvignon, 2005)

 딱, 이 가격대의 소비자를 위한 와인으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미디엄 바디에 과일향이 풍부하게 올라오고, 탄닌과 산도 또한 적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친구, 연인, 지인들과 편하게 와인을 즐기고 싶은 경우라면 가격적으로도 부담 없고, 후회를 주지 않는 선택이 될 듯 하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피어나는 향은 너무 너무 근사하다. 프랑스의 고가 와인에서 주는 느낌을 살짝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

 산도 또한 날카롭지 않고 시원하게 퍼져 좋다. 와인포털사이트 ‘와인21닷컴’의 최성순 사장은 “첫 향기가 좋다. 부드럽고 과일의 농익은 향기다. 알코올이 강하고 열정적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해 알코올이 강한 와인은 좋아하지 않지만 맛있다”고 평가했다.

 이 와인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의 생산자 아우렐리오 몬테스가 안데스 산맥 건너에 위치한 나라 아르헨티나의 멘도자 지역으로 건너가 만든 와인이다. 강한 캐릭터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베이스로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인 말벡을 블렌딩 해 새로운 느낌을 주려했다는 게 생산자의 설명이다.

 카이켄은 칠레 원주민어로 안데스 산맥의 양쪽(칠레와 아르헨티나)을 오가며 사는 오리를 뜻한다. 칠레(기술)와 아르헨티나(땅)의 합작을 뜻한다. 2005 빈티지는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89점을 받았다.

▲한줄 가이드=부드럽게 넘어가면서 과일향이 근사하게 피어오르는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듯!

①와인명: 카이켄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

②생산지/생산자(사): 아르헨티나 멘도자/몬테스

③종류/빈티지: 레드/2005

④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⑤알코올: 14.5%

⑥바디/당도: 미디엄/드라이

⑦가격: 와인숍에서 4만원대

⑧구입할 수 있는 곳: 와인타임, 신세계, 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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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이상]

●페폴리 키안티 클라시코(Peppoli Chianti Classico, 2006)

 63시티 레스토랑 ‘워킹온더클라우드’의 김현수 소믈리에는 “지금 먹기에는 좀 덜 영글었지만 산도가 기분 좋게 튄다. 상당히 힘이 있고, 산도와 탄닌의 밸런스도 좋다. 피니시는 산도가 이끌어간다. 베리 향도 많이 나고, 프랑스 와인에 비해 확실히 열리는 속도가 빨라서 좋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와인은 산미가 특징이다. 이 때문에 산미가 강하게 나는 와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와인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기자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탈리아 와인이 강한 산미로 입을 자극한다는 생각은 이탈리아 와인을 많이 마시는 않고 만들어진 선입견에 불과하다.

 분명 산미를 메인 캐릭터로 갖고 있지만 이게 탄닌과 알코올과 밸런스를 이룰 때 절묘하고 근사한 맛을 선사한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대체적으로 산미가 강한 편인데, 페폴리는 다르다.

 매끈한 탄닌과 미디엄 바디의 액체는 기분 좋게 목젖을 때리는 산미로 답한다. 무엇보다 프랑스 와인처럼 열리기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오픈해서 바로 마셔도 맛있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사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600주년을 기념해 매입한 페폴리 포도원에서 생산한다. 안티노리는 1385년 피렌체 와인 길드에 가입한 이래 26대에 걸쳐 600년 넘게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한줄 가이드=이탈리아 와인을 마시고 싶은 데 산미가 강하지 않고, 탄닌도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을 원한다면 이게 딱!

①와인명: 페폴리 키안티 클라시코

②생산지/생산자(사): 이탈리아 토스카나/안티노리

③종류/빈티지: 레드/2006

④포도품종: 산지오베제, 메를로, 시라

⑤알코올: 13%

⑥바디/당도: 미디엄/드라이

⑦가격: 와인숍에서 5만원대

⑧구입할 수 있는 곳: 와인나라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