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에게 독설을 퍼부은 예형
조조가 자신을 망신주자 옷을 훌렁 벗어버리며 좌중을 놀라게 한 예형. .이에 조조는 사람을 보내 예형을 불러온다. 그런데 조조는 그를 한 번 보더니 자리에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고 세워둔다. 이에 예형이 말한다. “천지가 광활하나 사람은 없도다.” 조조가 말한다. “내 수하엔 당대의 영웅이라 할 인물만 수십 명이다. 어찌 사람이 없는가?” 이에 예형은 조조 밑에 있는 수하들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순욱은 남의 집 문상이나 다니면 제격이고, 순유는 무덤이나 지키고, 정욱은 관문이나 여닫고, 곽가는 글이나 읊조리면 딱 맞을 위인입니다. 또한 장요는 북이나 치고, 허저는 마소나 먹이고, 악진은 조칙이나 읽고, 이전은 격문이나 띄우고, 여건은 칼이나 갈고 쇠나 두드려 창검을 만들라 하고, 만총은 술이나 거르며 지게미나 마시면 딱 알맞을 것이오. 우금은 등짐으로 흙을 날라 담이나 쌓고, 서황은 개돼지나 잡는 백정노릇을 시키면 제격일 것이오. 하후돈은 덩치만 크고, 조인은 돈을 긁어모으는 데 이골이 났고, 나머지들이야 모두 허우대만 멀쩡한 옷걸이 아니면 밥통일 뿐, 들어 말할 게 있겠소이까?”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천문지리를 환하게 꿰고, 삼교구류(三敎九流, 유·불·선 3교와 유가·도가·음양가·법가·명가·묵가·종횡가·잡가·농가의 아홉 갈래 사상)에 대해 모르는 게 없소이다. 위로는 임금을 요·순 임금처럼 만들고 아랫사람들은 공자와 안연 같은 덕을 갖추게 할 수 있으니, 어찌 세간의 속된 무리와 더불어 논할 수 있겠소이까?” 조조는 그의 독설에 마음이 언짢았지만 그는 어쨌든 장안에 이름난 기재다. 이에 조조는 그를 망신주기 위해 아침조회나 잔치에 북을 치는 자리를 내준다. 예형은 이에 앙심을 품고, 다음날 조회 때 옷을 갈아입지 않고 북을 치다가 이를 지적하자 그 자리에서 옷을 훌렁 벗어버린다. 좌중은 모두 놀라고 조조도 당황하여 꾸짖는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탁한 장소에서 나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청백한 몸을 드러내 깨끗함이 무엇인지를 보였을 뿐이오이다.” 조조가 화를 내며 무엇이 탁하냐고 묻자 이렇게 말한다. “탁함의 근원은 바로 너다. 네가 어진 이와 우둔한 자를 분간하지 못하니 눈이 탁하고, 시서를 읽지 않았으니 입이 탁하고, 옳은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귀가 탁하고, 고금 역사에 정통하지 못하니 네 몸이 탁하고, 제후를 용납하지 못하니 이는 네 배가 탁하고, 불철주야 찬역의 염에 불타니 마음이 탁한 탓이라. 나로 말하면 천하의 명사이고, 시류에 능하며, 동서고금의 이치를 깨고 있는 재사 중의 재사이거늘 네가 나를 북이나 치게 하니, 이것이 무례하지 않으냐. 사람을 이렇게 우습게 아니 네가 어찌 천하를 얻으려는 배포를 가진 자라 할 수 있느냐.” 이는 시쳇말로 ‘자뻑 대마왕’ 정도가 아니라 병적인 정도의 자아도취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예형이 조조에게 출사하기 싫어서 그렇게 막말을 했다고도 한다. 결국 조조는 그를 유표에게 보낸다. 유표도 재사로 유명한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유표의 덕을 칭찬한다는 것이 모두 은근히 비꼬며 욕을 하는 것이니 참을 수가 없다. 유표는 그를 강하에 있는 황조에게 보낸다. 황조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하는 말마다 상대를 깔아뭉개고 욕하는 것이니 분개해 죽여 버린다. 그는 머리가 떨어져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욕을 했다고 한다.
공융(오른쪽)은 조조를 비판하는 체제 내 야당 노릇을 하다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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