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옛시조 모음

오동나무[가슴으로 읽는 한시]

淸山에 2017. 4. 29. 13:14







[가슴으로 읽는 한시]

 오동나무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입력 : 2017.04.29 03:08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오동나무

집 앞의 오동나무 사랑한 것은
저물 무렵 맑은 그늘 드리워선데
한밤중에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뜬금없이 창자 끊는 소리 낼 텐데.


詠梧桐

愛此梧桐樹(애차오동수)
當軒納晩淸(당헌납만청)
却愁中夜雨(각수중야우)
翻作斷腸聲(번작단장성)


17세기 여성 시인 울산 이씨(李氏)가 지었다.

이씨는 고성군수를 지낸 김성달(金盛達·1642~1696) 소실이다.


마당 한쪽에 오동나무가 서 있다.

집 주변의 꽃과 나무 가운데 가장 사랑스럽고 정이 간다.


저녁 무렵이면 으레 방안으로 들어오는 뙤약볕을 막아주는 서늘한 그늘의 넓은 품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오동나무를 때로는 베어버리고 싶을 만큼 미울 때가 있다.


밤이 깊어 비라도 내리게 되면 큰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잠을 깨우고,

잠을 깨면 빗소리가 임을 그리는 마음을 불쑥 일깨워 가슴을 저리게 하여 긴긴 밤을 지새우게 만든다.


겨우 다독거린 임을 향한 그리움을 흔들어놓을 때 오동나무는 정말 얄밉다.

이씨는 본래 시를 전혀 짓지 못했는데 남편이 죽은 뒤 당시(唐詩) 수백 수를 외우고서 시를 잘 지었다고 한다.

400여 개의 글자만으로 시를 지었으나 아름다운 작품을 다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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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8/20170428033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