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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보다 호흡… 현악기가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실내악' - 신문은 선생님

淸山에 2017. 4. 15. 18:40







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개성보다 호흡… 현악기가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실내악'

 입력 : 2017.04.15 03:08    스


 
바이올린 2대·첼로·비올라로 구성, 각자 역할 달라 완벽한 연주 어려워
리듬부터 감정까지 통일하기 위해 긴 시간 함께하며 호흡 맞춰
하이든·베토벤이 쓴 현악4중주곡…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미국의 에머슨 현악4중주단이 오는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한대요.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에머슨 현악4중주단은 베토벤이 작곡한 '현악4중주 11번(세리오소)', 바르톡의 '현악4중주 3번', 차이콥스키의 '현악4중주 3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래요.


보통 두 명 이상이 연주하는 실내악에서는 개개인의 기량보다 팀워크가 더 중요합니다. 연주자 모두 한마음으로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연주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어울리는 현악4중주는 리듬과 음정, 뉘앙스(미세한 감정) 등이 완전히 일치해야 하기 때문에 난도가 매우 높고 팀워크가

더 강조되는 편성입니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에머슨 현악4중주단이 오는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  

▲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에머슨 현악4중주단이 오는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

/Getty Images 이매진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멤버 교체 없이 호흡을 맞춰온 현악4중주단일수록 좋은 연주를 선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도 보통 30년 이상 거의 연주자를 교체하지 않고 호흡을 맞춰온 노련한 팀이 많지요. 그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하모니를 사랑하는 마니아분도 많고요.


◇'작은 교향곡' 현악4중주

현악4중주가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어요. 그 기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요. 바로크 시대 말부터 인기를 얻은 트리오 소나타(고음 악기 두 대와 저음 악기 하나로 이루어진 초창기 3중주 편성)에 중간 음역대의 안정감을 위해 비올라 같은 중음 악기가 첨가되면서 현악4중주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학설입니다.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은 약 80곡에 가까운 현악4중주곡을 만들어 후대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 뒤이어 모차르트, 베토벤이 다수의 현악4중주곡을 선보이면서 현악4중주는 다양한 악상과 풍부한 화성을 표현하는 인기 편성이 되었지요. 특히 베토벤이 말년에 창작한 현악4중주곡들은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른 작곡가의 영감과 만년의 달관이 어우러진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악4중주곡은 19세기 낭만파 작곡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세기가 바뀌어도 현악4중주의 인기가 계속된 이유는 현악4중주를 교향곡을 축소한 편성으로 보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악4중주와 오케스트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각 악기에 배분해 곡을 전개한다는 점이 매우 비슷합니다. 교향곡과 현악4중주가 서로 아이디어를 호환하기 쉽다는 점도 둘이 닮아 있다는 걸 잘 보여주고요. 하이든은 교향곡을 쓰기 위한 예비 과정으로 현악4중주를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낭만파 작곡가인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콥스키 등도 훌륭한 4중주를 남겼는데 이들은 하이든과 달리 교향곡보다 좀 더 은밀하게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은 교향곡' 개념으로 현악4중주를 이용했어요.


◇현악4중주가 어려운 이유

현악4중주를 이루는 네 주자는 보통 객석을 기준으로 왼쪽부터 제1 바이올린-제2 바이올린-첼로-비올라 순서로 반원을 그리며 앉습니다. 비올라 연주자와 첼로 연주자가 자리를 바꿔 앉기도 하고요. 제1 바이올린은 독주자, 제2 바이올린은 그의 파트너, 비올라는 반주를 하고 첼로는 전곡의 줄거리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입니다. 다른 편성과 비교했을 때 네 연주자는 매우 가까이 앉아 긴밀하게 음악적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맞춰요.


그럼에도 현악4중주는 연주도 어렵고 감상하기도 쉽지 않아요. 네 사람의 역할이 제각각 다르고,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에머슨 현악4중주단은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와 또 한 명의 형편없는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린을 하다 전공을 바꾼 비올리스트와 세 사람을 모두 싫어하는 첼리스트가 모인 집단이 바로 현악4중주단"이라는 유명한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어법이 섞인 우스갯말이지만, 그만큼 현악4중주는 각자 맡은 역할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피아니스트로서 생각해보자면 고정된 음정이 있는 건반악기 피아노와 달리 고정된 음정이 없는 현악기 4대가 정확한 화음을 맞추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연주자 각자가 음정에 대한 감각과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현악기 연주자들이 처음부터 의견을 맞춰 화음을 이루는 게 쉽지 않아요. 피아노나 타악기처럼 리듬을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악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아래위로 움직이는 활 쓰기를 통일하는 데 많은 의논이 필요하다는 점도 현악4중주의 완성도를 높이기 어려운 요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악4중주가 작곡가의 마음과 영혼이 담긴 곡들을 가장 아름답게 들려주는 실내악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완벽에 다다를 수 없어도 완벽한 연주를 지향하는 네 연주자의 노력과 의지도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요. 오랜 시간 현악4중주가 꾸준한 사랑을 받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